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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Apr 09. 2024

기도가 응답된 날


"막 화가 나네요.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시달림을 받고 이제는 한국에서 쫓겨나기까지 해야 하나요? 그 사람이 뭐라고 찍소리도 못하고. 그런데도 신 선생은 자신이 마치 예수 반토막인 양 그 인간은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것이니 그냥 봐 줘야 한다질 않나." 



"모함에, 명예훼손에, 협박에... 못된 짓이 차고 넘치는데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그 사람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결국 신작가가 한국을 떠나야 하는 지경에 이른 건가요?"




저 대신, 아니 저보다 더 속상해하고, 걱정하고, 함께 안타까워하신 독자 여러분, 이제 마음 놓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신아연, 한국에 있어도 좋다. 한국에 계속 있는 게 내 뜻이다."라며 도장을 쾅 찍으셨습니다. 



제 기도가 응답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하신 빌립보서 4장 6절 말씀이 성취되어 돌아왔습니다.    



제 처지를 염려하지도, 그 사람을 미워하지도, 그렇게 당하는 나를 보고만 있는 한솥밥 사람들을 원망하지도 않은 채 오직 기도했을 뿐입니다. 하나님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저를 어떡하실 거냐고 기도로만 매달렸습니다.   



설상가상 호주의 두 아들이 올해 안에 영국 런던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간다니, 그렇게 되면 호주에 돌아간댔자 무슨 의욕으로 거기서 새로 시작하겠냐고, 차라리 저를 런던으로 가게 해 주십사고, 떡 줄 아들들,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을 몰래 마시기도 했습니다. 







© jentheodore, 출처 Unsplash





알겠고, 기도가 어떻게 응답되었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어제 저녁 갑작스럽게 저를 좀 보자고 한 분이 계셨습니다. 오래 전부터 제 독자시죠.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그러니까 20년도 더 된 관계죠. 



이순신 장군처럼 그분이 저를 돕는 일에 일체 함구해 달라고 하셨기에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그 사달로 인해 잃은 제 밥벌이의 40%를 당신이 메꿔주시겠다지 뭡니까! 그러니 지금처럼 한국에서 글을 쓰며 그대로 지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만나서는 일체 그런 말 없이 멀쩡하게 저녁 잘 먹고, 차까지 함께 마시고 "바이~"하고 헤어졌는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런 전화를 받았으니 얼마나 놀라고 감격했는지요! 눈물이 나서 감사말씀도 제대로 못 드리고, 너무 기뻐서 간밤엔 잠까지 설치고, 오늘 아침 이렇게 글로 가슴 벅찬 고마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제가 뭐라고, 나이만 많았지 뭐 한 게 있다고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는지요! 세상에는 힘든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 저만 매번 특혜를 받고 있으니 이 사랑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요! 







논현동 강남자생한방병원





10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서부터 강남자생한방병원이 제 생계의 절반 이상을 맡아주시고, 씨알재단에서 나머지를 채워주셨습니다. 



지난 11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자생한방병원의 당시 박병모 병원장님(현 자생의료재단 이사장)과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님은 제게 은인이자 은혜요 기적입니다. 



그러다 그 남자가 고삐를 쥔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면서 차츰차츰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될 줄 알았습니다. 신문 편집 등,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동시에 추진되려던 참이었으니까요. 비로소 생계를 내 힘으로 꾸릴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이 움터올랐죠.   



돌이켜 보니 제가 너무 성실했던 게 죄인 것 같습니다. 주어진 기회가 감사해서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태도가 오히려 저를 프로젝트 매니저의 자리를 넘보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게 만들었던 거지요. 가뜩이나 저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하고 싶어하고, 자생한방병원과 씨알재단의 후원에 질투까지 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러니 가차없이 쫓겨나고 말았던 거죠. 







© dominikhofbauer, 출처 Unsplash





이제 한숨을 돌립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을 조만간 떠나게 된다면 내고 가야할 책이 6권 있습니다. 이미 원고는 되어 있는 상태라 출판만 하면 되는데, 글을 쓰는 것과 책을 내는 것은 들어가는 에너지가 또 달라서 그 고생이 엄두가 안 나 차일피일 미뤄두던 참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의욕을 갖고 출간 작업에 집중해야겠습니다.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 응답이 되는 것은 하나님의 일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잠언은 말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학대하는 자는 그를 지으신 이를 멸시하는 자요,


궁핍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자는 주를 공경하는 자니라.







가난하고 궁핍한 처지의 저를 긍휼히 여겨주신 이름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후원자님, 다시 힘을 얻어 열심히 살겠습니다. 따듯한 글을 써서 실의에 빠진 누군가의 삶을 지피는 화톳불이 되고 희망을 견인하는 마중물이 되어 보답하겠습니다. 남은 생, 꼭 그렇게 살겠습니다. 약속합니다.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 amyshamblen, 출처 Unsplash






 *내일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니, 저 예미녀는 투표권이 없지만 영혼맛집도 문을 닫겠습니다. 여러분들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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