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력사 합법화는 시기상조!

조력사 시행 법적 근거 5

by 신아연


저는 요즘 온종일 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법을 공부하면 할수록 이 세상 모든 것, 말 그대로 모든 것, '요람에서 무덤까지' 법으로 왔다가 법으로 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여전히 없는 사람이고, 사망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아직도 있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법의 마중을 받으며 이 세상에 들어왔다가, 법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납니다.



이제부터 저는 이 세상을 떠나가는 한 방식으로 조력사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조력사가 법적으로 정당한 배웅을 받으며 세상밖으로 나가는 당당한 죽음이 될 수 있겠는지를.



지난 번 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에서는 종교적 관점에서 조력사를 반대했으니, 지금 쓰는 글로 나오게 될 다음 번 책에서는 세상적, 법적 관점에서 조력사의 의미를 낱낱이 훑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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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종교적 관점은 배제하고, 조력사에 관한 어떤 궁금함이나 어떤 의견도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누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니꺼내꺼 황도수 변호사님(건국대 교수)이 어떤 질문도 법적 토대에서 명쾌하게 답변하실 수 있답니다. 황변호사님을 모시고 조력사에 관한 법적 이해와 토론 모임도 곧 마련합니다. 국민 모두가 함께 하는 조력사 합법화를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며 정기적, 장기적 여론 수렴 및 공론 장이 곧 펼쳐질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질문과 의견이 이어지고 있기에, 부득이 '월요 신앙 이야기' 시간을 조력사로 돌립니다. 월, 화, 수요일은 조력사 및 안락사로, 목, 금요일은 재판일지로 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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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민 대다수가 조력사 합법화를 찬성하지만, 반대하는 분들 중에는 반드시 종교적인 이유만을 들지는 않죠. 그보다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현실적 이유를 고려해서 반대하시죠.



그와 같은 취지로 한 독자께서 귀한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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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가님, 오늘 보내 주신 글에서 안락사 문제에 대하여 질문과 토론, 활발한 참여를 기대한다는 내용을 보고, 안락사(조력사)에 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저는 안락사의 적극적인 찬성론자이고, 저도 '어떤 상황'이 되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생각이 변하지 않도록 수시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어떤 상황'이란 다음의 세 가지 경우입니다.



첫째는, 제가 두 발로 걷지 못하게 되어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경우입니다.



두번째는, 병원에서 '명확하게 치매 진단'을 받는 경우입니다.



세 번째는, 회복 불가능한 질병으로 인하여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입니다.



전에 신작가님이, 생명은 신이 준 것이기에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안락사를 반대했지만, 저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당시 신작가님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걷지 못하게 되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되면 오래되지 않아 대소변 처리까지도 타인에게 의지해야 할 것이고, 치매로 인하여 가까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도 유지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기에,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인간적인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대소변 처리를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치매로 가까운 지인도 알아보지 못한다면 동물 수준으로 격하되는 것이기에 인간적 존엄성 유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어떤 시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서서히 굶어 죽는 방법을 택하려고 합니다. 돈이 없는 저로서는 스위스에 갈 수가 없기에 백 세에 스스로 굶어 죽은, 제가 존경하는 '스콧 니어링'이나 옛 고승들처럼 곡기를 끊는 방법을 택하려는 겁니다. 굶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지금도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점차 배고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이처럼 저는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심이 확고부동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안락사법이 제정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기에 반대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가깝게 발전하였지만, 사회 여러 방면에서 모든 것이 '극단적'인, 성숙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극단적인 가난 속에서, 일제와 6ㆍ25 등 극단적 환경을 겪었고, 4ㆍ19, 5ㆍ16, 5ㆍ18 등 극단적 정치 경험을 했기에, 노동운동도 극단적이고, 정치 환경도 극단적인 대립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가난의 극복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노력한 결과, 세계 유례없이 빠른 경제성장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극단적인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들어 물질만을 숭상하는 정도가 사회적으로 지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지금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잡고 의대 정원 문제로 파업하고 있는 의사 집단을 보더라도, 물질만능주의가 참으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국의 고교 전교 1등만이 입학할 수 있는 의대생들의 행동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극단적 사회'인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안락사법이 제정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부모가 회복 불가능한 중한 병에 걸려 과중한 치료비로 돈을 많이 사용할 경우, 자식들 중에는 부모가 더는 치료비를 낭비하지 말고 스스로 안락사할 것을 ‘은근히' 희망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식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부모 스스로 그런 무언의 압력을 느낄 수 있고, 또는 부모 자신이 치료비를 절약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부작용도 생겨날 거라 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는 스위스 등 선진 유럽처럼 안락사를 허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인간적 성숙도가 현저히 낮습니다. 앞으로 사회가 좀 더 성숙하여, '극단적 물질만능주의'의 수위가 어느 정도 낮아진다면, 그 시점에서 안락사법이 제정되면 좋겠지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신적 성숙도가 지금보다 많이 숙성되어 앞으로 안락사법이 시행되더라도 제가 걱정하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로 발전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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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력사 합법화를 다루는 월, 화, 수요일 글은 <법을 왜 지켜?>를 쓰신 '니꺼내꺼 황도수 변호사와 일문일답 및 토론형식'으로 진행합니다. 인류 지성사의 흐름과 법리적 관점에서 안락사 및 조력사에 관한 어떤 질문과 토론도 환영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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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수 변호사 /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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