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글이 나가자마자 양극단의 댓글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글 보내지 마라. 그간 신작가 글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안 읽고 싶다. 정치적 편향으로 나를 설득하지 마라."
"수 많은 정치평론가의 백 마디 말보다 간단명료하게 핵심과 정곡을 찌른다. 옳은 글이다." "냉정하고도 바른 의견이다. 존중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매우 잘 썼다."
그저께 글에는 이런 댓글을 받았습니다.
"작가는 이런 국가적 논쟁의 글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국가 사안은 그들에게 맡기고, 글쓰기에만 전념하라. 괜한 내용으로 논쟁만 불러올 뿐이니." 그러면서 제가 작금의 정치 광풍에 매도될까 진심으로 우려하셨습니다.
모두 감사의 답신을 드렸습니다만, 제가 글쟁이 40년에 그만한 내공은 있습니다. 무슨 내공?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칭찬이든 비난이든 남 눈치보며 글을 쓰지 않는. 오직 진실되게 쓰고 있는지, 잘 몰라서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닌지 그것만이 제 글의 기준입니다. 제가 제 글에 자신이 있는데 누가 저를 매도할 수 있겠습니까.
칭찬에 우쭐하고, 비난에 위축된다면 그건 글이 아니라 '글장난'이죠. 그딴 태도는 정치인의 본성이죠. 정치가 아니라 '정치장난, 정치질'을 하고 있는, 작금의 저질, 하빠리, 수준 이하의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본질이라 할.
그리고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작가는 글이나 쓰라고 하셨는데,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맡겨야 하지만, 정치를 정치인에게 맡겼다간 그나마 초라하고 빈약한 내 밥그릇마저 빼앗기게 생겼는데 어떻게 그 모리배들에게 맡겨두란 말인가요?
지네들 이익과 자리 보전에만 눈이 멀어,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꺼라면 쌀 한 톨마저 훑어가려는 잔인하고 악랄한 민생 현장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저 도당들한테 정치를 맡겨두고 저는 한가하게 글이나 쓰라고요?
제가 왜 7평 원룸의 닥치고, 깜깜이 관리비 문제로 소송까지 해야 했습니까. 정치를 똑바로 안 했기 때문에, 세입자에 비하면 거의 재벌급 집주인들이 저처럼 없는 사람 등골에 빨대 꽂고 피 같은 돈을 쪽쪽 빨아들이는 것이 당연시 된 나라가 된 것 아닌가요?
차제에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치란 무엇이며, 글이란 무엇인지.
정치는 내가, 국민이 배 불리 먹고 살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정치인들끼리 편을 갈라 쥐어뜯고 싸우는 게 아니라. 그 틈바구니에 제가 괜히 한 마디 끼어들어 시달리지 말라는 말씀인 거죠.
그러나 나의, 5천 만 국민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를 쓰고 목소리를 내야죠. 저 모리배들이 그 역할을 해주지 않는데도 정치는 나 몰라라 해야 하나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정치적인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것입니다. 정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내 밥그릇 빼앗겨도 좋다는 생각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정치적 편향이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그 편향을 없애자는 사람입니다.
다음, 글이란 무엇인가요. 저더러 네 글이나 쓰라고 하셨는데, 지금 제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조력사, 재판일지보다 현안이 더 급하기 때문이지요. 다시 조력사와 재판일지 글에 주력하기 위해서 당장 불거진 사안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는 것이죠.
글이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켜 더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정신적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우고, 생각의 장님이 눈을 뜨게 하는, 작가의 사명은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목숨 걸고 써야 하는 거지요.
저는 내일 또 여의도 집회에 나갑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직접 느낀 후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 탄핵 열풍이 대단하더라, 대한민국 사람들 다 나왔더라는 거짓과 선동적 글이 아닌.
월요일에 집회 소식 전하겠습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