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자께서 제가 어제 표현한 '마른 하늘에 날계엄'을 계엄 이래 최고의 명언이라고 하셨습니다.
12월 3일, 밤 10시 30분,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계엄을 맞았을 때 우리 모두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저 또한 자려고 누웠던 그대로, 파자마 바람으로 텔레비전 앞에 멍하니 앉아 밤을 지새고 새벽을 맞을 때까지만 해도, 계엄이 해제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국민은 한마음이라고 믿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계엄은 아니라는 한마음. 그나마 신속히 해제된 것에 안도하는 한마음. 계엄령 아래 우리는 그렇게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그 한마음은 신속히 둘로 쪼개졌습니다. 이번에는 '번갯불에 콩탄핵'으로.
윤석렬의 죄가 위법이었다고 해서, 벌도 위법적으로 내리려는 성급함으로 인해. 민주주의에 정면 폭거를 저지른 윤석렬로 인해 그토록 놀라놓고도, 윤석렬하고 똑같이 민주주의에 반하는 태도로 벌을 주려는 들끓는 분노와 무분별로 인해 나라가 둘로 쪼개졌습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 다수결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어쩔 수 없어서, 마지못해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침통한 카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탄핵 찬성이 70%를 넘었다며 당장 패대기를 쳐야 한다고 거품을 무는 것은 윤에 버금가는 폭력이자 보복입니다. 보복이 민주주의는 아니지 않습니까.
민주주의는 절차입니다. 정의를 위한 분노의 절차입니다. 죄와 벌에 대한 공정한 균형을 잃지 않는 판단입니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묻지마 연쇄 살인마라도 재판을 통해 벌이 내려집니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면 윤에게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합니다. 윤은 어차피 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뭐가 그렇게 급한가요?
누가 그렇게 급한가요?
국민이 급한가요?
급한 그 누군가가 선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말씀드린 그 독자는 '마른하늘에 날계엄'에 이어 또다른 명 기사제목을 꼽았는데, 그것은 "윤석렬의 끝이 이재명의 시작이 아니다"였습니다.
그렇지요. 급한 사람은 이재명입니다. 이재명 한 사람만 급해요. 국민은 안 급해요. 급하면 안되요. 국민은 되레 느긋해야 해요. 시간을 벌어야 해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윤석렬도,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이재명도 아닌, '정상인'을 대통령으로 뽑을 시간을.
하재열 작가의 '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