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수 신아연의 정의대담5
황도수 신아연의 정의대담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신아연 :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념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보수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그런 후에 착한 보수, 나쁜 보수를 나눠 생각해 보겠습니다.
보수 (保守)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전통적인 것, 기존의 질서를 옹호하며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보수적'이라고 말할 때의 일상적인 의미인 거죠.
또 다르게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자고 할 때, 가령 광화문 태극기 부대가 구호로 외치는 체제적 보수라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교수님은 돈이든 권력이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눌 때, 가진 자를 보수라고 정의하셨습니다.
보수라는 뜻이 뒤죽박죽 사용되고 있는 느낌인데요. 혼란스럽습니다.
황도수 교수: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신 작가가 분류한 세 가지 보수 개념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보수란 모두 가진 쪽에 관한 이야기란 거죠.
전통과 기존의 것을 왜 지키려고 합니까. 가진 걸 안 뺏기고 싶어서잖아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사회든 권력과 재산을 두고 양극화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일례로 90년 대 초 김수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대발이 아버지를 보세요. 보수의 끝판왕이죠. 가부장적 권위를 안 뺏기고 싶어서잖아요. 보수적 가장에 짓눌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아내와 딸은 전형적인 진보죠. 가정 내 보수꼴통 남편, 아버지로부터 인간적 삶을 모조리 빼앗긴.
신아연 :
하하, 일상적 의미의 보수에 관한 통쾌 명료한 설명입니다. 대발이 아버지가 가진 것이 가정 내 권력, 가부장 보수라면, 한 사회, 국가에서 돈을 더 많이 가진 보수는 쉽게 이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태극기 부대처럼 사회 경제적 위치로 보면 결코 보수집단이 아니면서도 보수를 자처하게 된 부류는 왜 존재하는 거지요?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외치는 보수는 어떤 보수인가요?
황도수 교수: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듯이 대한민국의 오늘날 보수, 진보 개념은 육이오 전쟁 이후 등장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로 비로소 나라에 돈이 쌓이기 시작하는 때와 반공, 친미가 맞물리죠. 태극기 부대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함께 반죽된 빵을 먹은 세대로서 '자유민주주의 = 반공 = 보수'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갖게 된 거지요. 한국만의 특수한 보수 이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신아연 :
현 체제가 유지되어야 가진 자가 변함없이,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자가 곧 보수'라고 억지스럽게나마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엄동설한의 거리에서 체재 수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결코 가진 자가 아니라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가진 자를 위한 정당, 보수당 국민의 힘과 윤석렬 대통령은 못 가진 국민에 대해 애초 관심을 둔 적이 없건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에 못 가진 자들을 위한 진보정당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 보수정당은 원래 약자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않고,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은 철저히 부패하여 이재명이라는 '권력괴물'이나 만들고... 갈 곳 몰라 우왕좌왕하는 국민들만 불쌍할 뿐입니다.
'보수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자'라는 등식만 가지고 있는 태극기 부대의 염원처럼 그나마 공산화라도 막아야 하는 걸까요.
정의대담은 '착한 보수에 관하여' 다음 주 월요일에 이어가기로 하고, 교수님은 목요일 '탄핵대담'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교수님.
황도수 교수:
네, 감사합니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교수
2020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회 위원장
2017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2007~2009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회 위원
2006~ 건국대학교 교수
1999~2006 황도수법률사무소 변호사
1989~1999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1985 제27회 사법시험 합격
저서 : 법을 왜 지켜(2022, 열린생각, 현재 절판, 개정판 2024. 2. 출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