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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한국의 찢국민이 되지 않는 한 가지 조건

장 **에게 보내는 두번 째 수요편지

by 신아연


장 ** 학생에게 두 번째 수요편지를 씁니다.



내 개인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나는 90년대 초에 호주로 이민을 갔다가 12년 전에 한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25년 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달랑 옷 가방 두 개와 함께 돌아왔지요.



바보 같이 재산 분할을 못하고 이혼을 하는 바람에 가진 돈도 없고, 이렇다할 직업도 없어서 살 길이 막막했죠. 할 줄 아는 건 지금처럼 글을 약간 쓸 수 있었을 뿐.



그때 철학과 후배가 했던 말이 잊히질 않아요.



"선배, 한국에서 살아가려면 반드시 어느 한 쪽으로 서야 해요. 한국은 두 쪽으로 나눠진 나라이기 때문에 싫든 좋든 한 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선배가 글로 성공하고 싶다면 더욱 그래야 해요."



나는 그 때 그 말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답니다. 왜 내가 억지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지? 하는 의구심만 들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이해하고도 남지요. 그리고 나는 글로 성공하지 못했고요. 내가 어느 한 쪽에 서지 않았기 때문만은 물론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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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 학생, 지난 편지에서도 말했지만 어느 한 쪽에 선다는 것은 삶과 죽음처럼, 물과 기름처럼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바보 같은 선택이자 무서운 선택이지요. 살았으되 죽은 사람이 되겠다는 선택입니다. 생명과 순환을 포기하는 선택입니다.



우리나라는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비정상적 정치 구도를 비롯하여, 남녀가 원수처럼 으르릉대고, 노인과 젊은이들이 반목하며, 흙수저 금수저 양극화 논란 등 별의별 대립적 사안으로 갈라지고 찢어져 있지요. 그리하여 민주당 대표를 '찢재명'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온통 찢어져 있는 '찢한국'이 되었습니다.



찢어진 반쪽은 그럼 어떻게 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찢어져서 각자 잘 살 수가 없지요. 몸이 두 동강이 났는데 그 몸이 멀쩡할 리 없잖아요. 생명적 순환이 안 되니 굳어져 괴사하거나 암세포처럼 이상증식을 하게 되겠죠.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아무튼 죽겠지요. 작금의 여야 정치권처럼.



지난 편지에서 우리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했던 것도 바로 이 '찢어짐' 때문입니다. 찢어진 상태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에 내몰리고 있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장** 학생, 결론을 말하자면, 그럼에도 어느 한 쪽에 서지 않아도 됩니다. 한 쪽에 서서 영문도 모른 채 몰려가는 레밍쥐가 되지 않아도 됩니다. 고무줄 놀이하듯 이 쪽, 저 쪽 넘나들어도 됩니다. 단, 넘나들되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 조건만 받아들이면 우리 모두는 더 이상 '찢한국'의 '찢국민'으로 살지 않아도 됩니다. 들이면 우리 모두 더 이상 찢한국의 찢국민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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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학생과 내가 인연이 된 조력사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질문 중에 "작가님은 2021년도에 비종교인에서 기독교인으로 되었다고 하셨는데 종교인으로 바뀌면서 가치관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란 게 있었지요?



다음 편지에서는 이 질문에 답을 하겠습니다. 방금 말한 '한 가지 조건'과 연관지어.



다만 학생의 질문을 살짝 비틀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다음 주 수요편지에서 다시 만나요.^^



2025.1.15 아침,


하남미사강변고 3학년 장** 학생에게


새해 두 번째 수요편지를 보내며,


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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