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권리 죽일 권한 4]
"공론화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요양병원에서 콧줄로 연명하는 현실, 당사자는 물론 가족 모두의 고통입니다."
조력사와 안락사에 관한 글을 쓰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습니다.
2022년 저의 동행체험기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개정판과, 황도수 변호사의 [조력자살, 안락타살 ; 죽을 권리와 죽일 권한은 누구에게?] (가제)가 빠르면 다음달 4월, 늦어도 5월에 동시 출간되면 두 책을 가지고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실상 우리나라는 안락사와 조력사 둘다 이미 합법화되어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안락사는 그렇다치고, 조력사를 합법화하자고 지금 국민 80%의 요구가 들끓고 있는데, 이미 합법화되었다니, 도통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네." 라며 어리둥절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황도수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죠.
조력사란 '타인의 도움을 받아(조력)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의 조력으로 '환자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하여 생명을 끊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스위스 등 소위 선진 외국에서 시행하는 위와 같은 방법의 조력사는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존엄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과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엄밀히는 우리나라에도 조력 존엄사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2016년에 도입된 연명의료결정법이 그것이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말한다.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무엇을 하지는 않지만, 소극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력사'를 택하는 것이다.
초점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에 존엄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게 논의의 핵심이 아니라, 이미 실행 중인 현행 제도를 어떻게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한지가 핵심 쟁점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의 관련 제도는 매우 협소하게 적용되니 어떻게 확대하는 게 바람직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제 정돈이 되었는지요?
우리나라에도 조력사를 시행하자는 것이 국민 요구가 아니라(이미 하고 있으니까), 현행의 조력사를 확대시행하자는 것이 국민 80%의 요구라는 거죠. 우선 개념을 명확히 하자고요.
다음 시간에는 현행 안락사 현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