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쇼케이스 안의 조각 케이크처럼...

by eunho


2021년 여름이 끝나가던 시기, 그즈음에 이상하게도 ‘죽음’이란 테마에 몰입해 있었다. 지금 이 생을 행복하게 누리고 있으므로, 안심함 가운데 있었지만_ ‘죽음’이란 주제는 나의 삶과 거리는 떨어져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안착하고야 말 것이라는 담보된 미래의, 현재적 불안감 같은 거였다.


그때쯤 김선영 작가의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이라는 에세이집을 인상 깊게 읽었다. 처음에는 어느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내용을 듣고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 읽었다. 종합병원 종양 내과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작가는, 어릴 적 담낭암으로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있다.


그이는 직업의 특성상 자신이 어릴 적 겪었던 일들에 이제는 치료자이자 관찰자로서 위치하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그려내는 모든 일들이 웅숭깊은 슬픔의 자장 안에서, 깊이 있는 설득력을 가지고 문장으로 발화되었다.


책 전체가 진심을 호소하고 있는 듯 느껴져 나는 소장할 양으로, 지인에게 선물할 양으로 책을 몇 권 더 구입했고, 작가는 이전의 경험과 현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만일 암에 걸리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써 놓기도 했는데, 그 부분은 따로 필사하여 지니고 다닐 만큼 인상적인 독후 경험이었다.


남편이나 친동생에게도 책을 권했다. 그들은 이렇게 슬픈 책은 도대체 왜 읽는 거냐고 내게 반문했다.

"좋은 책이야, 삶을 통찰하고 있어."

하지만 슬픈 책이라는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두 번 권하지는 않았다.


지금 와서 그때를 떠올려보면, 그때 나의 얼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는 작은 질병을 갖고 있었지만 잘 자라 주었고, 남편과 그리고 함께 사는 어머님은 안녕하였으며 나도 내게 맡겨진 대 내외적 위치에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었다.


친한 벗들과 미혼인 친동생이 근처에 살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 언제나 그럴 수 있었고 지방에 있는 친정식구들도 모두 무고했다. 그것이 코로나의 상황이었을지라도 질병과 죽음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다른 지방의 소문 같은 것이었다. 그때 나는 마치 점심을 게으르게 먹고, 핫하다는 핫플의 한 카페에 가서 이것이 케이크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미래적인 모양의 디저트를 흥미롭게 관찰하며 먹는 기분으로 ‘죽음’에 관해 음미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기분에 휩쓸려 지내며 그 책을 읽고 한 달 후 어머님은 간암, 그것도 거의 3,4 기수에 이르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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