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만 한다면 변화는 확실해요

<아무튼, 명상> 작가 이은경에게 듣는 명상 이야기.

by 수수깡

몸의 균형을 맞추듯 마음의 균형을 맞추고, 내면의 감각과 더 친해지고 싶어 요가를 시작한 지 3년 차이다. 요가를 하다 보면 '명상'은 짝꿍처럼 등장하는 단어다. 요가 선생님은 좌선(앉는 자세) 명상을 꾸준히 하고 인상도, 마음도, 에너지의 흐름도 변했다고 하셨다. 늘 확신에 찬 눈빛으로 덧붙이는 말도 있다. 명상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면 변할 수밖에 없다고.


명상에 대한 관심이 꼬물꼬물 싹을 틔어 더 깊어질 때 즈음, 운명 같은 책 선물을 받았다. 글 쓰기 스승님이 내 생각이 났다며 이은경 작가의 <아무튼, 명상>을 건넸다. 내 생각이 났다는 말이 흐뭇해 책을 펼쳤고, 순식간에 깊이 빠져들어 읽었다. 마음에 콕콕 와닿는 문장들, 재치 있는 표현들과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다 읽을 무렵에는 사우나에서 땀을 쫙 빼고 온 듯한 개운함까지 느꼈다. 아마도 책 속 '예민한 사람', '나로 살기 힘든 사람'이라는 표현에 나도 한 발을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진짜' 궁금한 사람들은 아주 작은 조약돌 같은 것들을 단 한 개씩이라도 매일 쌓아 올려, 기어코 '단단한 나'를 찾아내고 꾸준히 가꾸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 "분명히 됩니다. 하다 보면 결국 되고야 맙니다."라고 하는 살아 있는 증언을 듣는 것 같아 마음이 일렁인다. 명상을 배우거나 오랜 기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 있게 장담한다. 명상은 분명 우리를 변화시킨다고. 누구 하나 내게 호언장담을 해 주는 일이 없지만, 명상은 우리를 '분명히' 좋은 쪽으로 이끌고야 만다니. 마치 절호의 찬스! 놓치면 후회! 안 사면 손해! 온 감각이 솔깃해지는 느낌이다.


<아무튼, 명상>을 통해 만난 작가 이은경은 '진짜' 궁금한 사람이었다. 책을 읽고 북토크까지 다녀왔지만, 그저 명상을 하는 사람의 일상과 생각, 명상을 공부하고 지도하는 사람이 해 주는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명상이 일상이 되는 걸 연습하고 있는 나는 ‘일상명상 실전 편’ 같은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인터뷰를 청하며 연신 했던 말이지만, 좋아하는 책의 작가를, 그것도 직접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반갑고 감사했다. 게다가 글로 옮기는 것을 동의해 준 것도. 그저 당신이 궁금하다는 마음 하나로 메일을 보냈고, 이은경 작가의 정성스럽고 다정한 대답을 들어볼 수 있었다.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온 지 두 달 정도가 되어 간다. 책과 함께 작가 이은경도 회사 밖으로 나와 새로워진 일상에 적응 중이라고 한다. <아무튼, 명상> 책을 만나며 저자가 궁금해 저자의 SNS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내 눈에 띈 건 명상을 하는 작가와 곁을 지키는(?) 사랑스러운 고양이, 침대 옆 한 켠에 매트를 두고 타이머와 함께 명상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막 명상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소소한 명상 아이템'이 궁금했다.

“작은 집에서 남편, 아이, 고양이까지 네 식구가 살다 보니 저만의 공간을 가지는 게 어려워요. 하지만 명상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요가 매트 하나 정도의 공간도 필요하지 않다는 거죠! 저는 침실 한 구석에 제 좌복(명상방석), 타이머를 두고 좌선을 합니다. " 이토록 가성비 있는 게 있을까. 앉을자리 한 켠 정도면 시작할 수 있는 게 명상이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 무엇도 필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 기분을 내보고 싶다면 작가는 도톰하고 좋은 명상 방석을 하나 사는 걸 추천한다고 한다. 비어 있는 방석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좌선을 하기 힘든 날도 자리에 앉게 될 때가 있을 거라고. 어쩌면 명상을 지나치지 못하게 만드는 일상 속 작은 장치들을 마련해 두는 게 필요할 수 있겠다. '나를 보고도 그냥 지나가?' 하는 것 같은 나만의 무언가. 실제 고양이를 키우는 작가는 집사만이 건넬 수 있는 조언도 덧붙였다. "혹시 고양이를 키우신다면 방석을 두 개 사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분명 하나는 뺏기게 됩니다…!ㅎㅎ"


작가는 명상을 단순한 마음 다스리기 도구로 여기는 것을 넘어 명상심리상담학 석사 과정 중에 있다. 학문적으로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느껴졌는데, 공부를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작가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대학원까지 이끌었다고 말한다. 불교 명상과 불교심리학을 좀 더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한다. 본인이 좋아서 시작한 공부지만 상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다고. '나'에서 출발한 동기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있는 걸 안다.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책에서 작가는 명상을 알기 전 자신에 대해 아주 솔직하고 시원하게 풀어낸다. 명상을 만나기 전 자신에게 한마디 건넨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지 궁금했다. 작가는 어떤 말을 전하기보다 그냥 안아주고 싶다고 한다. 또 책 속 '정신없이 너덜거리고 있을 때'와 같은 문장들이 내 얘기처럼 읽히는 사람들도 안아주고 싶다고. 백 마디 말보다 조용한 포옹이 더 깊은 곳을 위로할 때가 있다. '나를 안아주고 싶다.'라는 표현을 한참 곱씹었다. <아무튼, 명상>을 통해 알아차린 것 중 하나는 나를 가장 만족스럽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이다. 나를 가장 푸근하고 흡족하게 안아줄 수 있는 힘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명상은 그 내면의 힘을 고요하게 찾아 나서는 과정 아닐까.


북토크에서 작가는 남편과 함께 등장해 부부가 함께 경험한 명상을 통한 변화나 생각들을 나눠주었다. 부부에게 명상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변화나, 직접 느낀 것들에 대해 물었다. 작가는 결혼 전에 남편과 참 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결혼하며 누구나 한 꺼풀씩 벗겨진다고 하지 않던가. 집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가장 날것의 모습으로 일상이 겹쳐지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마찰이나 다툼이 자연스럽게 생겼고, 그 시간들을 현명하게 지나올 수 있었던 건 명상 덕분이라고 했다. 결혼 2년 차인 내게는 마치 시험을 먼저 치른 선배들의 족보 나눔처럼 느껴져 귀가 쫑긋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좋은 것들이 가득한 명상. 나를 분명히 변화시키는 명상.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라고 한다. 명상이나 요가를 통한 변화는 빠르게 나타나지 않고 체감도 어렵지만, 꾸준하게만 해 나간다면 변화는 확실하다고. 그래서 조금은 느슨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수련을 해나가 보라고 한다. 중요한 건, 일주일에 하루 1시간 보다 매일 10분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꾸준함의 힘을 믿어보자.


나는 그냥 비우고 쉬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다. 쉴 때조차 효율을 따지거나 성취가 따르는 걸 선호한다. 그래서 쉬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무용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작가도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는 ‘이거 해서 뭐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이들에게 눈에 보이고,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이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명상하는 뇌>라는 책 추천을 덧붙였다. 혹시 명상을 그저 가만히 있는 것 정도로 오해하고 있다면 분명한 근거들을 찾아보자.


인터뷰를 마치며, 작가에게 명상을 다섯 글자로 함축해 표현해 달라고 했다. 이토록 넓고 깊은 명상을 다섯 자로 줄여달라 하다니. 무모하다 생각했지만 작가 이은경에게 명상이, 알짜배기만 남은 표현은 무얼까 궁금했다. 내 삶의 보물. 작가는 굵고 짧은 한마디로 명상을 이야기했다. 나와 삶을 변화시키고,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 세상을 보는 태도도 달라지게 만드는 명상이 진정 작가에게는 보물인 것이다.




"이거 정말 좋아요." 백번 말해도 누군가는 지나치고, 누군가는 붙잡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 수양의 도구들을 하나씩 잡아채는 타이밍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각자만의 타이밍이 달라도 밖으로 펼쳐진 레이더를 접어 나를 향해 두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때를 누구나 만날 것이다. 작가 이은경을 인터뷰하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끌어안는 경험을 한 자만 가질 수 있는 보드랍고 튼튼한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나도 지금과는 또 다른 마음의 넓이로 <아무튼, 명상>을 보다 더 새롭게 읽을 날이 오겠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번 더 다짐해 본다. 꾸준함이 가져오는 변화를 마주하기를. 명상을 통해 더 자유로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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