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한민국은 망할 듯 망할 듯 망하지 않을까?

애국가에 새겨진 보전의 계약

by 윤세윤

1. 애국가에 숨겨진 기묘한 계약 조건


어느 날 밤 계엄령이 선포되고, 이후 탄핵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너무나 당연해서 오히려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애국가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읊어보게 되었다. 그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절부터 4절까지, 후렴구는 지독할 정도로 집요하게, 단 하나의 문장을 네 번이나 반복해서 외친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맞다. 우리의 소원은 우리가 이 국토 아래 길이 보전되는 것이다. '다시 위대하게 (Make Great Again)'라며 강대함을 외치는 나라와 달리, 우리는 그저 이 땅의 사람들과 나라가 영원히 보전되기를 소원한다.



2. 애국가에 명시된 계약의 기간


그것은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라는, 거대한 존재를 증인으로 세운 일종의 기도이자 요구이다. 그런데 그 기도문에는 아주 이상하고 치밀한 계약 조건 하나가 존재한다.


바로 '동해 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


처음엔 그저 영원함을 뜻하는 아름다운 시구(詩句)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탁핵이 인용되던 밤, 그 문장은 내 머릿속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재조립되었다. 이것은 시구가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계약 조건에 가까웠다.


만약 '동해 물이 마르거나 백두산이 닳으면'이라는 'OR' 조건이었다면, 둘 중 하나만 일어나도 계약은 끝난다. 하지만 애국가는 'AND' 조건을 걸었다. '동해 물이 마르고(조건1) AND 백두산이 닳는(조건2)', 이 두 가지 불가능한 사건이 모두 일어나야만 비로소 '보전'의 의무가 끝난다.

지구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동해를 증발시키고 동시에 백두산의 형태마저 지워버리지 않는 한, 이 계약은 영원히 파기될 수 없다. 이것은 사실상 '불멸'을 요구하는, 신을 상대로 건 대담한 계약이다.



3. 한국의 역사가 애국가의 계약을 증명하다


이 믿을 수 없는 계약을 되뇌다 보니, 보전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묘한 순간들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간다.


창씨개명으로 이름마저 빼앗기고 우리말 교육이 금지되던 시절, 그 영원할 것 같던 어둠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한의 독립을 체념했었다. 그때 지구 반대편 카이로에서 연합군 지도자들의 목소리로 '한국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믿기 힘든 약속이 처음으로 울려 퍼졌다. '조선만이라도 갖게 해달라'던 일본의 마지막 희망은 부서져 내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계약이 이행되듯이...

불과 몇 년 후, 온 국토가 잿더미가 되고 낙동강 방어선이라는 마지막 숨통만 남겨둔 채 모두가 패배의 공기를 들이마시던 그 순간. 6.25 전쟁에서 가장 성공적인 도박이라 불리는 인천상륙작전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성공했다. 벼랑 끝에서 나라를 건져 올린 기적. 그 또한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 발동된 계약처럼 느껴진다.



4. 미래에도 대한민국은 영원할 것이다


나 역시 비슷한 감각을 느낀 적이 있다. 몇 달 전,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국회 상공을 뒤덮은 둔탁한 헬리콥터 프로펠러 소리를 들었을 때,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공포를 느꼈다.


'아, 한국의 역사가 이렇게 퇴보하는구나. 우리는 이렇게 망하는 구나.'

하지만 결국 우리는 망하지 않았고, 그 혼돈의 강을 무사히 건넜다.


요즘 유튜브에 수많은 전문가와 논객들이 인구 절벽, 경제 위기, 미래 동력 상실을 외치며 '대한민국은 이미 망했다'고 단언한다. 그들의 논리에는 일리가 있고, 데이터는 차갑게 현실을 증명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 수많은 절멸의 위기 속에서도 기묘할 정도로 살아남았던 우리의 역사가 그 증거다. 우리 민족의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 우리의 애국가에 새겨진 저 '보전'의 계약 조건이 하나의 알고리즘처럼 작동할 것이다.


지금의 위기 속에서도 결국 또 다른 '카이로 선언'과 '인천상륙작전'이 나타날 것이다. 적어도 동해와 백두산이 우리를 지켜보는 한, 우리 국가와 민족에게 새겨진 보전의 계약은 지켜질 것이다.


이 애국가가 한 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울려 퍼질 때, 그 의미를 온몸으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여기, 애국가가 신을 향한 대담한 요구이자 처절한 기도처럼 들리는 소향의 '애국가'를 소개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새겨진 이 보전의 약속을 다시 한번 느껴보시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1TJQ6s1N1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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