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마주친 작은 온기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시리즈 중간 휴식편

by 이민자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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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결이 조금 더 드러나는 글이라, 오늘만큼은 댓글창을 닫아두려 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좋아요는 눌러주셔도 됩니다.


이 글은 시리즈의 잠깐 숨 고르기처럼, 낯선 곳에서 마주한 작지만 소중한 온기를 담았다. 읽는 동안 마음을 느긋하게 풀고, 낯선 땅에서 발견하는 작은 따스함이 전해지길 바란다.


이민 생활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은 예상치 못한 때 찾아온다. 그것은 결코 거창한 사건이 아니며, 오히려 낯선 곳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아주 작은 기척에서 비롯된다.


몇 년 전 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 나는 클래스메이트들과 커피숍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는 우리 아이들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았지만,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낯선 땅에서 배우는 작은 삶의 장이었다.


그때 카운터에서 한 동양인 여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 분이세요?”


그 한마디에 카페 안 공기가 달라지는 듯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모국어의 울림은 언제나 마음을 풀어주는 힘이 있다.


그 여성은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 왔다가 비자가 곧 끝난다며,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오로라를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곳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함께 있던 클래스메이트의 경험을 전하며 작은 여행 팁을 알려주었다. 특히 방한용품은 필수라는 조언에 그녀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캐나다에서 방한용 부츠를 사려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남편이 늘 놀리던 ‘넓은 오지랖’ 이 발동했다.


“신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우연히도 나와 같은 사이즈였고, 나는 집이 가까우니 쓰던 방한 부츠를 가져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연신 고마움을 표했지만, 사실 나 자신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내 마음을 채우는 힘이 되었다.


코로나가 조금씩 잦아들던 시절, 남편과 나는 토론토 다운타운의 야외 달리기 모임에 참여했다. 오랫동안 집 안에만 머물다 나온 탓인지, 바깥 공기가 온몸에 신선하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대부분 젊은 참가자들이었고, 우리처럼 나이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늘만 참석하고, 다음 주부터는 빠져야겠다’고 생각하며 달리던 중, 우리 아들 또래로 보이는 한 청년이 다가왔다.


“혹시… 한국 분이세요?”


그 순간, 낯선 공간이 순식간에 익숙한 곳으로 변했다. 청년도 이날이 첫 참석이었다. 운동이 끝난 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토론토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고, 부모님은 한국에 계셨다.


자연스럽게 음식 이야기가 나왔고, 그는 마트에서 사 먹는 김치 이야기를 꺼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잠시 따뜻해졌다. 그 시절 나는 직접 김치를 담가 먹지 못했고,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엄마와 언니들이 보내주시는 김치를 받아 먹고 있었다.


집에 조금 남아 있던 김치를 한 통 나누어 주며, 혹시 부담스러울까 조심스레 말했다.


“통은 안 돌려주셔도 돼요.”


다음 날, 청년은 우리 콘도 경비실에 김치통을 맡겨두었다는 문자를 보냈다. 통을 열어보니 따끈한 군고구마와 손글씨 카드가 들어 있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마음은 오래도록 따뜻했다. 김치를 건넨 작은 친절이, 이렇게 또 다른 온기로 돌아오는 경험이었다.


이처럼 낯선 곳에서 누군가의 작은 친절은 내 마음 속 온기로 돌아왔다. 이 경험들은 이민자의 삶이 늘 외롭고 고립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작은 온기들이 그 시간을 견디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글을 쓰며 깨달은 점은, 이 작은 온기들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베푼 친절이 그 사람의 하루를 밝히고, 결국 그 온기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이민 생활이 때로는 외롭고 힘들지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음의 연결이 생긴다는 사실은 큰 위로가 된다.


낯선 곳에서 마주친 작은 온기들은, 거창하지 않아도 삶을 충분히 풍성하게 채운다. 그 온기 속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한 나로 서 있다.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 순간들을 기억하며 하루를 이어가자.
낯선 곳에서도 스며든 작은 온기들이 나를 다시 일으키고, 오늘의 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 경험들은 단순히 따뜻한 기억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태도와 인간관계, 타인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작은 친절과 온기는 낯선 곳에서의 삶을 버티는 힘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지는 위로와 연결이 된다.


사회복지사로서 사람들을 만나며, 나는 늘 깨닫는다.


“낯선 공간에서 나를 지켜주고,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온기라는 사실.”


때로는 외롭고 힘든 하루일지라도, 그 안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친절과 따스함은 삶을 풍성하게 하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낯선 곳에서 마주친 작은 온기들은 오늘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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