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으로 소통하라』를 읽고

<시간과 인연의 자리> 시리즈 11 (4)

by 이민자의 부엌

― 『자존감으로 소통하라』를 읽고


한국에 머물던 2주 동안, 나는 오래 알고 지내던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낯설고도 따뜻한 순간들을 경험했다.


그중 하나는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몇몇 작가님들을 직접 만나게 된 일이었고,

김남원 박사님과는 직접 뵙지 못했지만 브런치 인연을 통해 박사님의 책 『자존감으로 소통하라』를 전달받아 손에 쥐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 건네받는 순간부터 이미 다른 의미가 시작된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깊이 느꼈다.


작가님이 보내주신 책과, 아내분이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 과자를 시댁 식구들과 함께 나누던 그 시간은
책 한 권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주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날 이후 이 책은 내게 단순한 서평의 대상이 아니라,
인연의 온도가 머문 하나의 기억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었다’기보다
지금의 삶 속에서 다시 **‘마주했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느낀다.



캐나다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특히 노인 관련 수업과 현장 경험을 통해 사람의 마음과 관계에 대해 오래 생각해 왔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그 배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한국 방문은 그 경험들을 다시 한 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시간이었다.


김남원 박사의 저서 『21세기 행복학』, **『노인상담』**은 이미 나의 공부와 현장에서 여러 번 다시 떠올리게 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만난 **『자존감으로 소통하라』**는
그 연장선 위에서 “관계”라는 주제를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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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내 경우에는 대부분 거대한 사건이라기보다 아주 작은 장면들이었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
짧게 스쳐 지나간 표정 하나,
설명되지 않는 거리감 같은 것들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었다.


그때의 나는 자연스럽게 상대를 먼저 해석하곤 했다.



“왜 저렇게 말했을까.”
“내가 뭔가 잘못했을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멈추게 되었다.


그 질문의 방향이 반만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이 그렇게 말했을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는 왜 그 말을 그렇게 받아들였을까” 였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소통의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묻는 책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자존감은 단순히 “높다”거나 “낮다”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존감은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책에서는 자존감을 구성하는 요소로 사랑, 유능감, 자기 가치 인식을 이야기한다.


이 세 가지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린다.


내가 나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면
내 안의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인정의 부재는 결국 나를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것이었다.


“자존감에는 이유가 있다.”


이 한 문장은 이상하게도 위로처럼 다가왔다.
내 안의 부족함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라는 해석이 생겼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물렀던 부분은
인지 왜곡과 비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타인의 표정 하나로 자신을 판단하고,
누군가의 성취를 보며 스스로를 쉽게 낮춘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라기보다
내 안에서 만들어진 해석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이 책은 그런 순간들이 조용히, 그러나 반복적으로
자존감을 깎아내린다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잠시 멈췄다.


나는 지금까지
나를 얼마나 자주 부족한 사람으로 불러왔을까.



이 책에서 또 하나 중요한 축은 ‘의사소통’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소통은 기술이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자존감의 수준이 의사소통의 형태를 결정한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우리는 감정을 숨기거나 방어하거나 때로는 공격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반대로 자존감이 안정되어 있을수록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말하게 된다.


결국 문제는 말의 기술이 아니라
말을 만들어내는 내 안의 상태였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 중 하나는 이것이다.


“완벽한 의사소통은 없다.”


우리는 종종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 속에서 오히려 진심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완벽함 대신
**‘살리는 소통’과 ‘죽이는 소통’**을 구분한다.


같은 말이라도
그 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따라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고, 조용히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해결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문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그 순간 관계는 조금 더 안전해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대화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말보다
내 안의 반응을 먼저 살피게 되었고,


내가 하는 말보다
그 말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결국 내가 하는 모든 말 속에 스며 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오래 남는다.


“나와 당신은 사랑과 유능감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이 책 전체가 향하고 있던 하나의 방향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라는 것.



이번 한국 방문에서 이 책은 나에게
한 권의 서평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울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를 이해하는 방법이 아니라
결국 나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남는다.



이 글을 마치며 떠오르는 것은 단순하다.


좋은 관계는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조용히 이해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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