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마음으로 봉사하다:작은 손길, 큰 울림> 시리즈 6 (5)
작은 문 하나를 밀고 들어가던 그 순간,
내 봉사활동의 시간이 조용히 시작되었다.
토론토의 바람이 매섭게 불던 어느 날, 처음 지역 커뮤니티 센터의 문을 열었을 때 느꼈던 공기와
어르신들이 건네준 따뜻한 눈빛은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 선명하다.
칼리지를 다니던 시절, 나는 이곳에서 6개월 동안 노인지원 프로그램으로 봉사했다.
이 단체는 이민자, 청소년, 노인, 노숙인, 신규 이민자 등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돕는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함께한 부서는 노인센터였다.
이탈리아, 중국, 포르투갈 등 각기 다른 문화에서 온 어르신들과 마주 앉아 삶을 들려주는 시간은
세대와 국적을 넘어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가르쳐준 것
어느 날, 슈퍼바이저가 노숙인 지원 센터를 방문해보자고 했다.
내담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고 가슴이 조여오는 듯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놀라지 않았다.
빠르게 주변을 살피고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에서
오랜 경험이 쌓아준 침착함이 느껴졌다.
곧 한 노숙인이 발작을 일으켜 구급차가 도착했고,
그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람을 돌본다는 일의 무게’ 를 실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두려움과 혼란이 밀려왔지만, 그 순간 깨달았다.
“사회복지는 언제나 ‘안전’에서부터 시작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 관찰력, 공감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가치였다.
사람을 돕는 일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장 힘든 순간을 함께 견디는 일이었다.
작은 배려가 만든 존중의 공간
센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점심시간이었다.
당뇨가 있는 분께는 혈당을 고려한 메뉴,
고혈압이 있는 분께는 염분을 줄인 식사.
세심한 배려는 어르신들의 표정에서 이미 알고 있는 듯한 감사로 돌아왔다.
어느 날, 포르투갈 출신의 한 할아버지께서
염분을 줄인 수프를 한 숟가락 뜨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몸을 생각해주는 느낌이야. 고맙소.”
그 짧은 한 문장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그날 나는 마음 깊이 깨달았다.
복지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을 지탱하는 작고 진한 배려라는 것을.
이 센터는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었다.
세금 신고와 통역, 취업 지원, 언어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의 삶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힘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다른 배경, 다른 문화, 그러나 마음은 하나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미소와 작은 배려는 국적을 넘어 참 많이 닮아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움직이는 마음은, 결국 같은 자리에서 온다.”
따뜻한 눈빛 하나, 가벼운 인사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열고 하루의 분위기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St. Stephen’s 같은 기관에서 쌓은 경험은
오늘 내가 ‘이민자의 마음으로 봉사하는 자리’에 서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작은 미소, 작은 손길, 작은 말 한마디.
그 단순한 행동들이 지닌 깊은 의미를
나는 그곳에서 배웠다.
그리고 오늘도 다짐한다
다른 세대 속에서도,
다른 문화 속에서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은 언제나
가장 작은 마음에서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