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받아들이는 연습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시리즈 9 (7)

by 이민자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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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초창기, 나는 사소한 순간에도 자주 놀라곤 했다. 사람들이 말을 꺼내는 방식, 웃음이 터지는 타이밍, 인사를 건네는 거리감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한국에서는 자연스럽던 말투가 이곳에서는 유난히 직설적으로 느껴졌고, 그들의 솔직한 표현은 때로는 차갑게 다가왔다.


“왜 저렇게 말할까?”
“왜 저렇게 행동할까?”


낯선 문화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는 늘 같은 생각이 남았다. ‘나는 여기서 다르다’는 감각이었다.


처음의 나는 다름을 이해하기보다, 익숙함을 잃은 불편함에 더 집중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로 분류하며, 그들의 방식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졌다. 내가 틀린 걸까, 아니면 그들이 이상한 걸까. 그 경계에서 나는 자주 머뭇거렸고, 머뭇거림은 곧 침묵이 되었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지웠다. 괜히 웃지 말아야 할 것 같았고, 말 한마디에도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졌다.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한 건 그들이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때는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서 작은 오해가 생겼다. 회의 중 한 동료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견을 덧붙였다. 나는 그 말투가 공격적으로 느껴졌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하루 종일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았다. 그에게 그것은 무례가 아니라, 효율적인 소통 방식이었다는 것을. 빠르게 의견을 나누고 시간을 아끼는 것이 그가 살아온 문화의 언어였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다름과 오해를 구분하지 않으면 관계는 쉽게 흐트러진다는 사실을. 그리고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문법일 뿐이라는 것도.


이해가 늘 깔끔하게 찾아오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은 끝내 이해되지 않았고, 어떤 말은 여전히 날카롭게 남았다. 하지만 나는 다름 앞에서 즉시 판단하지 않는 연습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다른 기준으로 세상을 배웠다. 그 다름 속에서도 나름의 배려와 진심이 존재했다. 어느 날 한 동료가 말했다.
당신은 항상 미소를 짓네요. 그게 참 좋아요.


그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나는 긴장을 감추거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웃는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내 미소를 따뜻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언어는 달라도, 마음이 닿는 방식은 같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그 후로 나는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낯선 행동을 보기 전에, 그 사람의 배경을 먼저 떠올리려 노력했다. 속도가 다른 문화, 표현이 다른 언어, 그 모든 것은 내 세계를 넓혀주는 창이 되었다.


어느 날 길에서 늘 무표정한 이웃을 마주쳤다. 예전 같았으면 괜히 어색해하며 시선을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거야.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우리는 뒷마당에는 펜스가 있지만, 앞마당에는 펜스가 없는 집에 살고 있다. 가을이면 낙엽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나는 우리 집 앞마당의 낙엽을 부지런히 치우지만, 옆집은 그렇지 않다. 바람이 불면 낙엽은 다시 우리 집으로, 또 다른 집으로 흘러간다. 남편은 몇 번이나 옆집에 말을 할까 고민했고, 결국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다름을 인정하자.” 쓸고 닦는 문화가 다른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또 하나의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낙엽을 치우는 연습이 아니라, 내 기준을 조금 낮추는 연습을.


이민자의 삶은 흔히 ‘적응’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이해’라는 깊은 노력이 숨어 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은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연습이고, 때로는 나를 낮추고, 때로는 내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나의 이민자 정체성과 마주했다. 한국적 자아와 캐나다적 자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복잡했다. 한국에서 배운 정서가 나를 지탱했고, 이곳의 방식이 나를 보호했다. 두 자아는 종종 충돌했지만, 그 사이에서 나는 나만의 중심을 만들어갔다. 다름은 외부의 변화가 아니라, 내 안의 자아를 확장시키는 힘이었다.


오늘도 나는 그 연습을 이어간다. 낯선 표정, 다른 억양의 인사, 서로 다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유연해진다. 다름을 받아들일수록 세상은 덜 낯설어지고,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언젠가 또 누군가 다르게 행동하더라도, 나는 웃으며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거야.


그 말 한마디가 내 안의 벽을 허물고, 마음의 문을 연다. 다름은 나를 어렵게 했지만, 결국 나를 성장시킨 스승이었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속삭인다.
이 다름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온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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