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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미 Apr 04. 2022

No way out!

글쓰기를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안이 벙벙했다. 첫 글 발행 후 설레는 마음을 느껴보라는 연속 알림글을 읽으며, 지금 읽고 있는 이 문장을 내가 제대로 읽은 건가 의심이 들었다   

        

새로운 도전 과제로 무모하게 시작한 브런치 작가 신청. 다음날 바로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린다는 알림 도착.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사실 글을 계속 쓸 자신이 없다. 의식의 흐름대로 쓸 뿐 글을 쓸 줄 모르기 때문이다.


학습할 의도가 아니면 그냥 글을 읽는 일도 잘 없고, 남의 글을 감탄하면서 읽을 만큼 팬심이 발동하는 사람도 아닌 데다. 좋은 글귀를 메모하거나 기억해두는 습관이 있을 리는 더욱 만무한지라 과거와 추억들을 되짚어 글이란 걸 써보지만 쉽지가 않다.


주눅 드는 온갖 잡스럽고 별 쓸데없는 생각들을 내저으며 글쓰기에 대한 생각은 스위치 오프.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연습하자' 스스로 위로하며, 현재 구독 중인 작가님들의 글 알림이 뜰 때 한 번씩 읽고 '좋아요' 누르는 것 외에, 쓰다만 글들조차 서랍에 넣어두기는 부끄러워 내 서랍은 텅 빈 상태다.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글을 좀 써서 올려보라는, 약간의 부담을 주는 알림이었다 ‘꾸준함’과 '재능'이라는 단어로 부드럽게 말을 걸어오지만,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비몽사몽간에 흐린 눈으로 바라본 알림 메시지는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글쓰기에 대한 질긴 생각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갑자기 뒷목이 당기고 어깨가 뻐근해왔다. 자꾸만 목을 좌우로 돌리고 어깨에 손이 갔다. 처음엔 왜 그런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곧 깨닫게 되었다. 지금 글쓰기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을....    

 

글쓰기에 대한 책을 검색했다. 너무 어렵지 않은 책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내 수준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유명하신 분들의 글쓰기에 관한 책은 패스했다. 부담감에 압사할까 두려워서였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큰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을  서너 권 서둘러 주문했다.



욕조에 뜨끈한 물을 받고 들어가 눈을 감았다.    


작가가 되는 것이 바람은 아니었다.

꿈에도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었다. 작가는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고, 글을 읽다가 문득 나도 ‘아~ 저 사람처럼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였을 뿐이다.  

        

그건 아주 훌륭한 분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식이 높고, 지혜로우며 책을 많이 읽어 아는 것이 폭넓게 많은 분들의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 사람에겐 일기라면 모를까 글을 쓰는 작가는 좀 닭살이었다. 부끄러운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말은 쉬웠지만, 오래 고민이 되었다. 최근 복잡한 감정과 상황들을 정리하기 위해 써 내려간 글 외에는 서랍 속에 넣어둘 글도 없었다.


내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면 무얼 쓸 수 있는지도 모르겠는 데다. 무엇보다 내 글을 읽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판단할까 봐 겁이 났다. 누군가 내 꼴을 우습게 볼까 봐 두려웠다.


현재 보관 중인 글로만 보자면 글을 쓰는 과정 중 조금이라도 들어갔을 내 분노와 상한 마음과 상대에 대한 비난이 읽히는 것도 싫었다.



 망설이다 시간만 흘려보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은 나를 위해 한 것이라곤 제대로 된 게 없었다. 늘 마음에 꿈틀대던 그것을 억누르고 외면하면서 살아왔다. 그 녀석의 정체를 알아봐 주려고도 하지 않고 말이다.


뭘 그렇게 억누르고 외면했던 걸까?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건 정말 돈 때문이었을까?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렸던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열심히 하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될지 모르니까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실패의 쪽팔림을 피하고 싶어서 이 핑계 저 핑계 수없는 핑계로 일관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해보자. 실패하더라도 도전하지 않는것 보다는 낫다. 삶은 B(출생)와 D(죽음) 사이의 C(선택)라고 했던가? 이 길이 아니라 해도 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좀 더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고 살아있음을 느낄 것 같았다.   

  

'지금 안 하면 언제 할 건데?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아야지' 스스로에게 말 싸다구를 날려본다. 실패는 과정이니까 도전해 볼 일이다.


몇 번이고 만날 때마다 글은 좀 써보았냐고 어려운 인사를 건네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오늘 브런치 작가 일단 신청해 보려고."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혹시 마음이 변할까 싶어 서둘러 과감하게 자신을 밀어붙였다.


사실 반쯤은 이번엔 안되길 바랐고, 안되면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한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했었다. 확신이 없었다.


출구는 없다. 글을 쓰기로 한 이상 '꾸준함'이라는 부담을 주는 브런치 알림에 감사하며 잘 써야 한다는 이상(理想)과  평가에 대한 불안,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식을 내려놓는다. 굳이 대면하길 바라지 않는 벌거벗은 나를 만나는 일에 대한 두려움도 멀리 떠나보낸다.    

 

마음 가는 대로 써 내려가더라도 자꾸 쓰다 보면 잘 쓰게 되는 날도 오겠지. 가만히 들어주자.  감싸 안아주자. 지금의 시작과 작은 성취를 소중히 다루자.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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