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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관계 백서

직장에서 하면 안 되는 두 가지 행동

변명으로 일 키우지 말고 예의를 갖춰 예쁘게 말하라

by 김작가

나는 직장 내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행동을 이렇게 꼽는다.


첫 번째는 불평, 불만, 변명, 핑계를 대는 행동이다.


매번 모든 일에 감사와 만족, 긍정과 수용의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주 불평, 불만, 변명과 핑계를 일삼게 되면 주변에 부정적인 생각과 오해, 편견을 심는다.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화를 돋운다.


간단히 끝날 상황을 지속적 핑계로 악화시키는 사람은 기피대상이 되기 쉽다. 근본적으로 이유 불문, 사건의 팩트와 별개로 본인이 더 피해를 입게 된다.

팀 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회의 말미에 팀장은 A에게 한 가지 당부를 했다. 그 당부라는 것이 간단히 말해 A가 하는 일에 정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필 본업에 충실해서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되어 <유퀴즈>에도 출연한 사람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문제가 되긴 했다.


입사 후 쭉 지켜본 결과 워낙 스트레스가 많아 보였던 A는 마치 이때다 싶은지, 날 잡은 사람처럼 주욱 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쏟아 놓았다. 들어보니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이 대부분이었고 팀장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임도 거부도 아닌 모호한 태도로 취했다.

A가 내뱉은 말은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변명을 대는 수준이었다. 회의 주제나 팀장의 당부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회의에 참석한 팀원들은 점차 입을 다물거나 한숨을 내쉬었고 딴짓을 했다.



사진: Unsplash의 SEO Galaxy


“저 팀장님 죄송하지만 제가 한 말씀만 드려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제 생각에는 이 이야기는 회의에서 할 얘기가 아니라 두 분이 따로 이야기해야 될 것 같은데요. 저희가 이 얘길 계속 듣고 있어야 할까요?”

“아. 네 회의는 끝났으니 그럼 다른 분들은 다 나가서 일 보세요.”


두 사람이 어떻게 이야기를 마쳤는지는 모르겠다. 간혹 들려오는 소리를 종합해 보면 사람들은 드러내놓진 못했지만 A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알았다고만 했어도 좋았을 걸 문제를 키우는 행동이 화근이 되었다.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 두 번째는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훈수 두고 끼어들어 참견하는 일이다. 특별히 조언하지 마라. 조언은 상대가 그것을 원할 때와 상대의 감정이 사그라진 후 편안한 상태일 때 해도 본전이다.


잘못하면 괜히 미움받는다. 아무 때나 미움받을 용기 내지 마라. 좋은 일 하려다 관계 망치고 기분 망치고 당신의 좋은 의도까지 가치 없게 만든다.


다음날 점심 식사 후 화장실에선 양치질을 하던 E가 입안의 거품을 헹궈내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네?”

“어제 회의 때요. 왜 듣고 있어야 하냐고 했다면서요. 그것도 회의의 일부예요.”

“....”


얼굴을 숙이고 입안 가든 문 거품을 헹궈가며 눈을 옆으로 치켜뜨고 뜬금없이 뱉어낸 그녀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버퍼링 걸려 묘한 기분에 휩싸여 말을 놓치고 있는 사이 E는 마지막으로 입안을 헹구곤 휑하니 나가버렸다.


자리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어제 연차로 회의 때 함께 있지도 않았으면서 기분 나쁘네.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할 말을 해도 다른 이들이 나로 인해 피해를 봤다거나 상처를 입었다거나, 상사가 이 일로 나를 괘씸죄로 엮어 부당하게 대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 가치는 의견을 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큰 잘못이 아닌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과하게 굽신거리며 눈치를 보는 대신 평소와 같이 지내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는 데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해도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하는 데 있다.

사진: Unsplash의 Walls.io


물론 할 말 하는 사람은 어렵기 마련이고 노력해도 타고난 기질은 티가 나겠지. 대부분 사람은 적당히 묻어가니까.


A 입장에선 본인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중간에 끼어들어 ‘나가도 되냐’ 했으니 들어주지 않아 기분 나빴을 수도 있고. 직장 상사의 입장에선 내 태도가 과해 보였을 수도 있다. 모두가 말 잘하고 논리적이며 상황 판단과 수습이 빠를 수는 없으니까.

맞다. 나는 어찌 보면 자신에게만 너그러운 이기적인 사람, 때론 자신도 비논리적이고 길게 말하고 감정적이면서 타인이 그러할 땐 시간, 감정 낭비하기 싫어서 개인주의자가 되는 유별난 인간일 수는 있겠다. 위계질서 속 수직적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럼에도 내 행동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례한 말투를 쓰지 않았고 손을 들고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했기 때문이다. 만약 무례했다면 팀장이 이런 일도 회의의 일부니 그냥 들으라고 했겠지. 따로 불러서 주의를 줬겠지. 그랬다면 받아들였을 테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주의를 주는 직장 상사에 대해 토를 단 적 없고 의견을 말하고, 질문을 하되 나를 굽히고 낮추는 태도로 사회생활 하고 있으니까.


기막힌 건 상사나 함께 회의에 참석했던 팀원들이 아닌 그 자리에 없던 사람인 E가 전해 들은 말로 비아냥대듯 툭 던진 말투와 상황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E는 사소하지만 언짢은 언행을 했다. 다른 여직원과 둘만 남은 사무실에서 둘이 신나게 얘기하다가 내가 들어가면 딱 멈춘다던지. 괜한 오지랖으로 옆에 와서 이래라저래라 참견한다든지. 건네는 말에 무성의하게 대답한다던지.

그래도 내 입장에선 E와 잘 지내고 싶었다. 직장에서 인간관계 원만하게 잘하는 건 내게도 중요한 일이니까. 약간의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일을 그만뒀다.

E는 사람들에게 간식이나 영양제를 챙겨주는 타입이었지만, 간혹 태도가 불량하고 말을 예쁘게 못 했다. 그녀의 퇴사 후 알게 된 사실은 E는 참견이 많아 트러블을 일으키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드라마에서나 보던 실수로 상사가 있는 단체 대화방에 상사 험담을 올리는 사람이었다.


사진: Unsplash의 Nadine E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기준으로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자.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그 상황을 직접 목격했을 때 예의를 갖춰 예쁘게 말하자.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다가 입 안의 거품을 헹구면서 눈을 치켜뜨고 비아냥대듯 말하는 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타인에 대한 판단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네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네가 비판을 받을 것이라 했다. 우리는 나름의 잣대가 있고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함부로 말하고 판단하지 않는 건 최소한의 예의다. 일로 만난 사인에선 특히 매일 보는 관계에 불편함을 유발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상대에겐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무엇이 있으며 서로를 믿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부디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춘 괜찮은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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