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출신 엄마의 매일 경제 읽기 — 17
오늘은 투자 힌트를 어디서 얻을 수 있었나에 대해
과거 복기를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
5년 전, 사양산업이라 불린 산업들이 있다.
전선.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리는 내수 산업이었다.
조선. 2010년대 구조조정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업종이었다.
원전. 탈원전 흐름 속에서 미래가 불투명했다.
방산. 내수용 소량 생산에 갇혀 성장이 없었다.
꺼진 불이었다.
그런데 지금 시총 순위를 보면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원전의 대명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시총 6위로 올해만 68.8% 올라 시총 81조 원이다.
방산의 대명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개월 새 시총이 48조 원에서 75조 원으로 불었다.
전선의 LS그룹은 불과 4개월 만에 시총이 26조 원에서 57조 원으로 두 배 넘게 뛰며 시총 10위.
삼성전기는 10년 새 시총이 15배 폭증했다.
꺼진 줄 알았던 불이 활활 타고 있다.
무엇이 불을 다시 지폈을까. 세 가지 불씨가 있었다.
첫 번째 불씨 — 2022년 2월, 러-우 전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유럽이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던 에너지 구조가 하루아침에 흔들렸다.
각국이 에너지 자립을 선언하고 국방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탈원전을 이끌었던 유럽이 원전으로 방향을 틀었고,
폴란드는 K2전차·K9자주포·FA-50을 대규모로 계약했다.
사양산업 취급을 받던 방산과 원전이 갑자기 전략 자산이 됐다.
두 번째 불씨 — 2022년 11월, 챗GPT
AI가 세상에 나왔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어마어마하게 먹는다는 사실을 시장이 인식하기 시작한 건 2023년부터였다.
전선·변압기·전력기기 회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LS전선,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5년 전 재미없는 종목이라 불리던 회사들의 주가가 달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 불씨 — 탈 중국 공급망 재편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조선, 철강, 방산, 전선. 한국의 제조 기업들이 전략적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잘 만들고 빨리 만드는 능력을 갖춘 나라가 한국 외에 마땅히 없었다.
각각의 사건들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눈치를 챌만한 신호가 있었을까?
결과론적일 수 있겠지만 돌아보면 각각의 신호가 있었다.
복기하면서 공부해보려고 한다.
방산 — 2022년, 나토의 국방비 증액 선언
러-우 전쟁 직후 나토 회원국들이 GDP 대비 국방비를 대폭 늘리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가들이 돈을 쓰겠다고 선언하면 어딘가에 발주가 생긴다.
그 발주가 한국으로 왔다는 게 같은 해 7월 폴란드 계약으로 가시화됐다.
K2전차 1000대, K9자주포 670문, FA-50 전투기 48대.
한국 방산이 내수용 소량 생산에서 대규모 수출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뀐 순간이었다.
구조가 바뀌면 주가가 따라온다.
원전 — 2022년, 유럽의 탈원전 실패 공개 선언
EU 집행위원장이 "원전 비중을 줄인 것이 전략적 실수였다"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정치인이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한다는 건 정책이 바뀐다는 뜻이다.
탈원전에서 원전 확대로 방향이 선언된 순간이었다.
전력인프라 — 2023년, 빅테크의 공식 고백
챗GPT가 나온 지 1년이 지난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 시작했다.
AI의 병목이 반도체가 아니라 전력이라는 게 가시화된 순간이었다.
세계 최대 기업들이 어렵다고 말할 때 그 뒤에는 공급망이 움직인다.
전선·변압기·전력기기 회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게 바로 이 시점이다.
세 가지 신호의 공통점이 있다. 거창한 예측이 아니었다.
뉴스에 나온 구체적인 사건들이었다.
신호는 크게 두 종류였다.
국가나 정치인의 공개 선언, 그리고 거대 기업들의 공식 고백.
나토 국방비 증액 선언, 유럽 집행위원장의 탈원전 실수 인정은 전자다.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방향을 바꾼다고 말할 때는 실제로 정책이 따라온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데이터센터 전력이 부족하다고 밝힌 것은 후자다.
세계 최대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어렵다고 할 때는 그 뒤에 공급망이 움직인다.
단순 계약 체결 뉴스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뉴스에 팔아라는 말이 있듯 일회성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선언하고 거대 기업이 공식화할 때는 다르다.
최근 트럼프가 언급한 MP머테리얼과 인텔이 언급 직후 폭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호는 항상 뉴스 안에 있었다.
오늘도 앞으로도 신문을 읽을 이유가 더욱 확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