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출신 엄마의 매일 경제 읽기 — 18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지난해 16.6% 급증했다.
하지만 세계 전력 발전량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숫자의 간극이 말해주는 사실은
한마디로 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예정된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약 40%가 전력 부족으로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된다.
철강사들이 쇳물 대신 데이터센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놀고 있는 공장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한다.
동국제강은 인천 제철소 유휴 부지를, 현대제철은 폐쇄한 철근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선사들이 선박에 쓰이는 엔진을 데이터센터 발전기로 전환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미국 데이터센터에 6천억 원 규모 선박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아예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유식 데이터센터'라는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전력을 만들 수 있는 땅이 있거나, 엔진 기술이 있다면 누구든 이 전쟁터에 뛰어들고 있다.
공급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곡괭이 찬양론자인 나는 또 생각이 이어진다.
AI의 곡괭이는 전력과 반도체다.
전력을 만드는 것 자체는 여러 분야에서 가능하다.
원전, 풍력, 태양광, 선박 엔진, 철강 공장 부지도 모두 전력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력을 만들어내는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많아지면
그 플레이어들의 곡괭이는 무엇이 될까?
공급자가 누구든지 간에, 결국 아래의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1. 전력망. 만들어진 전력을 데이터센터까지 효율적으로 배달하는 기술.
2. 스마트그리드. 흩어져 있는 여러 전력원을 연결하고 지능적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전력의 교통관제소). 전력원이 다양해질수록 이 기술은 더욱 필요해진다.
3. 냉각. 데이터센터가 내뿜는 열을 처리하는 기술.
이 분야들은 전력을 누가 만드느냐와 무관하게 반드시 필요하다.
진입장벽도 높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골드러시에서 금을 캐는 사람이 아니라 곡괭이를 판 사람이 돈을 벌었다.
AI 전력 시대에도 같은 논리가 반복된다.
사실 이미 관련 주가들이 많이 올라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차이는 이렇다.
전력을 만드는 공급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지만,
그 전력을 연결하고 관리하고 식히는 곡괭이 기술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는 것.
우리가 봐야 할 곳은 '누가 전기를 만드는가'를 넘어서
'누가 그 전기를 흐르게 하고 멈추지 않게 만드는가'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