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출신 엄마의 매일 경제 읽기 — 19
퇴직연금 500조 원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그 500조 원의 71%가 방치되어 있다.
은행 예금과 다를 바 없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그냥 쌓여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직전 1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2.87%.
물가상승률이 2%대 초반이니 실질 수익률은 1%도 안 된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을 ETF로 굴린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22.79%였다.
이걸 더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있다.
상위 5% 계좌의 40대 평균 수익률은 64.3%였다.
같은 연령대 전체 평균 6%의 열 배를 웃돈다.
이들이 뭔가 특별한 종목을 찾아낸 게 아니다.
투자 상위권 계좌에서 가장 많이 담은 건 TIGER 반도체 TOP10, TIGER 200, KODEX 200이었다.
국내 반도체 ETF와 코스피 대표지수 중심이었다.
국내 반도체, 전력인프라, 조선, 원전.
이 방향에 올라탄 사람과 예금에 방치해 둔 사람 사이에 노후 자산의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해외 퇴직연금은 어떻게 다를까?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 제도인 401k의 5년(2019~2023년) 평균 수익률은 연 10.12%다.
같은 기간 한국 전체 퇴직연금 5년 평균은 2.35%로 네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미국은 퇴직연금 자금의 70% 이상을 주식으로 굴린다.
방치하면 자동으로 주식형 포트폴리오로 운용되는 디폴트옵션 제도 덕분이다.
호주는 더 강력하다.
수익률이 낮은 퇴직연금 사업자를 매년 퇴출한다. 살아남으려면 잘 굴려야 한다.
한국은 방치하면 예금으로 간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 수익률 여덟 배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나 또한 작년에 퇴직연금을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해 직접 굴리기 시작했다.
70% 비율은 해외 전력인프라 ETF와 AI·반도체 ETF 중심으로 담았다.
나머지 안전자산에 투자해야만 하는 30%는 디폴트옵션 적극투자형을 선택했다.
최근 1년 전체 수익률이 50%를 넘었다.
다만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다.
국내 주식을 더 적극적으로 담지 못했다.
10년 전부터 국장에서 많이 데었던 경험이 발목을 잡았다.
조선·원전으로 이익을 보긴 했지만 더 과감하게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를 더 확인했다.
코스피·코스닥에 투자를 장려하는 정부 단위의 적극적 지원 시그널.
이게 나왔을 때 올라타는 것은 리스크가 가장 낮은 선택 중 하나라는 것을.
이번에 또 한 번 확인하고 확신했다.
퇴직연금은 수십 년을 굴리는 돈이다.
지금 2%와 22%의 차이는 30년 뒤 자산의 규모 자체를 바꾼다.
복리는 시간이 쌓일수록 격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운다.
방치는 선택이 아니라 포기다. 수십 년을 굴리는 돈인데, 예금 이자로 끝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