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출신 엄마의 매일 경제 읽기 — 20
며칠 전 브런치에 글을 썼다.
국가 단위의 정책 선언,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공식 "부족한 상태" 선언.
이 두 가지 신호가 나올 때가 리스크가 낮고 방향이 확실한 투자 기회라고.
그 신호가 또 나왔다.
어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미국 빅테크 4곳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전년 대비 17%, 구글은 22%, 마이크로소프트는 18%, 메타는 33% 매출이 늘었다.
시장 예상치를 전부 웃돌았다.
그런데 이 실적 발표에서 더 중요한 말이 나왔다.
구글 CEO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면 클라우드 매출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FO는 고객 수요가 가용 컴퓨팅 용량을 초과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 기업들이 공식 실적 발표 자리에서 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구글 클라우드의 수주 잔액은 석 달 만에 2400억달러에서 4600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들은 AI인프라에 돈을 더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알파벳은 올해 설비 투자를 최대 1900억달러로 늘렸다.
메타는 최대 145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년 대비 61% 늘어난 1900억달러를 쓴다.
4개 회사 합산 최대 7200억달러.
한화로 약 1000조원이다.
이 돈이 어디로 가겠는지가 중요 포인트다.
AI 인프라에 더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더 짓는다는 게 아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반도체.
AI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수 부품으로 들어간다.
이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미국 기업은 아무래도 엔비디아일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의 절대 다수가 엔비디아 제품이다.
HBM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7%, 600%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서버 기판.
기판은 반도체 칩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회로판이다.
GPU가 아무리 많아도 이 기판이 없으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수 없다.
국민연금이 최근 조용히 움직였다.
삼성전기·LG이노텍의 지분을 늘리고 코리아써키트·해성디에스·두산테스나 등
기판 관련 기업을 신규 취득했다.
완성품 반도체를 넘어 기판 밸류체인 전체로 투자를 확대한 셈이다.
한꺼번에 반도체 소부장 기업 12곳을 사들였다.
국민연금이 12개 종목을 한꺼번에 담았다는 건 단순한 투자가 아니다.
이 분야의 구조적 성장을 확인했다는 신호다.
참고로 기판 분야에서는 한국·일본이 기술력에서 미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이 많다.
셋째, 전력.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16.6% 급증했는데 세계 발전량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예정된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40%가 전력 부족으로 지연될 전망이다.
전력망·변압기·냉각 기술을 가진 회사들도 수혜 계층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내가 쓴 글 중 "사양산업 꺼진 불도 다시 보자"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2023년에 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데이터센터 전력이 부족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을 때가 신호였다고.
그 신호가 이번에는 더 큰 규모로 반복됐다.
세계 최대 기업 4곳이 실적 발표 자리에서 동시에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1000조원을 더 쓰겠다고 선언했다.
신호는 항상 뉴스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