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범한 엄마 May 09. 2022

이 위기에 쉬어갈까?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유치원을 마치고 온 언어치료실. 원장 선생님이 어렵게 말을 꺼내신다.

 내 아이의 선생님이 곧 퇴사 예정이셔서 스케쥴을 옮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언뜻 봐도 꽉꽉 차 있는 다른 선생님 스케쥴 빈칸에 내 아이 이름이 흐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른 치료와 겹치는 날이다.


 원장님은 이것 저것 사정을 말씀하시며 양해를 구해본다. 나도 안타까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게 몇 번째 였더라. 곰곰히 생각해봐도 명확하지 않다. 많이 바뀌었으니까. 쫓겨나는 문제가 해결되니 다른 문제들이 생각보다 자주 생긴다.


 아이들에게, 특히 새로운 환경을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우리 아이는 라포 형성을 위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긴장 속에서 수업을 받다보면 치료 효과는 당연히 떨어진다. 긴장 반응은 정신, 신체 모두를  두려움 속에 가둬버린다. 두렵다는건 부정적인 감정이다.

물론, 새로운 만남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원하지 않는다. 새 선생님을 만난지 한 달도 안 됐으니까.


 한참 생각하다 원장님께 말씀드렸다.


 "쉬어갈게요."


 선생님 오시기 전까지 그래, 날도 좋고 햇살도 좋은데, 네가 좋아하는 자전거타고 산책 다니자.

여름 햇살과 늦봄 바람이 널 간지르며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손 내밀고 있다 생각하자.


위기지만, 위기니까, 쉬어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잇값 하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