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마음 놓고 다닐 병원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목이 부었는지 확인하려는 선생님의 배를 입을 꽉 다문채로 버둥거리며 발로 차버리는 녀석을 제대로 진료하시는 분을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만났다하더라도 너무 유명해서 진료 대기가 길다거나, 내가 이사를 가 버리거나 기타 등등의 사유로 아이에게 맞는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1년 전쯤 우연히 찾게 된 유치원 근처의 소아청소년과. 세련된 건물 내부와 달리 느긋하게 진료하시는 선생님이 그 곳에 계셨다. 아이를 찬찬히 살피시고 억지로 기계로 아이를 진찰하려고 하지도 않으신다. 엄마의 말을 귀기울여 들으시고, 도저히 협조하지 않는 나의 아이에게 화 한 번 내지 않으신다. 장애를 약물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 마음도 꿰뚫으셨는지 부탁드리지 않았는데도 약도 최소한으로 쓰시고, 복약으로 인한 문제는 없는지 직접 전화해서 살피셨다.
그리고 늘
엄마 맘을 살피신다.
동정이 아니다. 참견이 아니다. 살피는 맘이다.
어제 아이 진료를 마치고 선생님이 큰 아이는 잠시 밖에서 대기하라고 얘기하신 후, 나와 나의 평범하지 않은 아이에게 말씀하셨다.
"엄마는 아플 자격이 없다."
"우리 아이를 위해 엄마가 90까지 건강히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좋아하는 거 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엄마가 화나면 그게 다 누구한테 가겠는가? 아이한테 간다. 그러니 엄마가 더 행복해야 한다."
"큰 아이도 동생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너무 착한 아이로 키우지 마라. 아이 속 병든다."
"일단 엄마 챙기고, 둘째 챙기고, 첫째도 꼭 챙겨라
."
화이팅을 외치며 진료실을 나왔다.
나는 의사선생님 말씀처럼 아프면 안 되고, 단명하면 안 되는, 우리 아이들의, 나의 가족의 영웅같은, 신 같은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마땅히 그 소명을 받아들인, 하루에도 수 없이 화이팅을 입으로 외치는, 그러면서도 남의 격려의 화이팅이 더 필요한, 그런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