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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Sep 09. 2024

어린 시절 읽었던 정글북


1. 서론


전에 잠시 언급했었는데, 저는 얼추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초등학교 세대가 아니고 국민학교 세대죠;;


제가 어릴 때에는 컴퓨터를 가진 어린이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TV도 6시 넘어야 나왔죠. 국민학교 4학년 때까지 오전/오후 수업을 나눠서 해야 했고 5학년이 되어서야 도시락 싸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즉, 제가 어렸을 때에는 딱히 재밌게 놀 만 한 일이 없었습니다. 활동적인 어린이들은 그때도 잘 놀았겠지만 저처럼 몸꽝에 운동신경 제로인 어린이는 진짜 할 게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남자는 싸움을 잘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신념(!)으로 인해 태권도 7년 배우긴 했지만 결과는 대회 3번 참가해서 3전 3패 2KO패. 처참합니다... 그 시간에 컴퓨터학원 보내 줬으면 떠오르는 IT시대에 뭔가 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아무튼, 태권도 체육관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6시 전까지 딱히 할 게 없었습니다. 결국 책 읽어야 했죠.


그리고 그 시절에 저희 집에는 '금성출판사 소년소녀 세계문학 전집'이 있었습니다. 팬티고무줄을 팔아서라도 애들 교육비 마련해야 한다던 시절, 나름 최신 고오급 문학전집이 뙇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금성출판사 세계문학은 중간중간 나오는 삽화가 엄청 화려했는데요. 풀 컬러 삽화에 그림이 진짜 리얼(Real) 그 잡채였습니다. 백두산 대왕호랑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위대한 왕'에서는 거의 실제 호랑이 사진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 때 읽었던 소설이 나름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저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소설 쓰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이 어린 시절에 봤던 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네요.


서론이 길어지고 있는데, 슬슬 본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금성출판사 리뉴얼 버전 정글북'과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찾아보게 된 '원본 정글북'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정글북의 내용은 다 아실 테니 아주 짧게 요약하겠습니다. 인간어린이 모글리가 늑대 손에 키워졌고 곰과 흑표범을 스승으로 섬기며 이것저것 배웠는데 나중에 절름발이 호랑이를 죽이고 정글의 왕이 되었지만 청년이 되면서 인간 세상으로 간다는 내용입니다. 요약 끄~~읕.)



2. 본론


(1) 원본 정글북과 금성출판사 버전 정글북의 차이


정글 북(Jungle Book)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영국인 '레이어드 키플링'의 작품입니다. 인종차별 의식이 꽤 확고한 사람이라 요즘 시대에는 노벨문학상을 타기 어려웠겠지만 뭐 예전에 상 탄 걸 다시 빼앗을 이유는 없겠죠. 일단 노벨문학상 작가 반열에 오르긴 했습니다.


키플링이 쓴 정글북은 원래 '단편 모음집'이었다고 합니다. 주인공 모글리가 나오는 단편이 많긴 하지만 그 이야기는 중간중간 띄엄띄엄 나오는 단편이고, 모글리 이야기만 따로 모아 놓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45살 넘어서였습니다. 저희 집 애들 보라고 세계문학전집을 샀는데 거기에 나오는 정글북은 키플링 원본에 충실하게 띄엄띄엄 써 놨더군요. 그제서야 인터넷 찾아보고 원본이 단편 모음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반면, 제가 어린 시절에 본 금성출판사 버전 정글북은 훌륭한 장편이었습니다. 키플링 원본을 참고하여 사실상 새롭게 재창조한 수준이었습니다.


금성출판사 버전에서 어느 정도의 '재창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45살 이후에 본 키플링 단편 모음집도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니라 청소년용으로 요약한 버전이라서, 키플링이 직접 영어로 쓴 원문에서 뭘 빼고 더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가장 좋은 건 키플링의 영어 원문을 보면서 비교하는 것이겠지만... 인터넷에 19금 웹소설 쓰는 하꼬작가에게 그 정도까지 기대하시는 분은 안 계실 겁니다. 그냥 요약본 기준으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충 요약하면

- 비단뱀 '카아'의 크기

- 흑표범 '바기라'의 과거

- 원숭이들과의 대격전 : 100대1의 전투

- 후반부 하이에나와의 혈투

정도겠네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2) 비단뱀 '카아'의 크기 : 20m 넘느냐 / 3미터 급이냐


"난 이 숲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코끼리 하티가 아장아장 걸을 때 내가 기어간 자국은 이미 나무등걸보다 더 굵었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 왔고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이 작고 털 없는 원숭이만큼은 나를 두렵게 하는구나."


정확하진 않지만 금성출판사 버전 정글북에서 비단뱀 '카아'가 하는 대사입니다. 몇십 년 전에 이미 나무둥치보다 더 굵었고, 파충류는 한평생 성장이 멈추지 않으니 얘기하는 시점 기준으로는 훨씬 더 커졌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죠.


금성출판사 버전에서 카아는 정글 최강입니다. 코끼리 하티를 애송이 취급하고 여차하면 죽여 버릴 수도 있는 힘을 가졌으며 절름발이 호랑이 시아 카안 (쉬어 칸) 정도는 신경도 안 씁니다. 정글의 모든 동물이 카아를 두려워합니다.


이후 얘기할 원숭이 대격전에서 카아는 '끝판왕 포스'를 제대로 보여 줍니다. 10살 전후의 모글리를 둘이서 팔짱 끼고 나무를 탈 만큼 덩치 큰 원숭이들이 몇백마리 모여 있는데, 카아가 '몸 들어올렸다가 그대로 내려치기' 기술을 시전하니까 원숭이 몇십마리가 깔려 죽고 다른 원숭이들은 겁에 질려 도망갑니다. 원숭이의 이빨과 손톱 정도로는 카아의 비늘에 흠집도 내지 못하죠.


이 끝판왕 포스에서 연상되는 카아의 크기는 최소 10m ~ 최대 20m 사이입니다. 금성출판사 버전을 읽던 때의 저는 20m로 상상했었죠.


그런데 크고 나서 다시 돌이켜보니...


20m 길이의 뱀은 현실 지구에 없습니다. 지금은 멸종된 지상 최대 크기의 뱀 '티타노보아'가 약 14~15m 길이였다고 하네요. 현존 최강인 아나콘다는 6~7m 크기가 한계(?)라고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금성출판사 버전 정글북의 20m 짜리 비단구렁이 카아. 이건 제 기억의 오류일까요?



40대 중반에 요약본으로 읽은 정글북에서 카아의 크기는 매우 현실적으로 조정됩니다. 전체 길이 3m 정도로, 아나콘다보다 훨씬 작고 인도의 정글에서 짱 먹을 만한 아담한(!) 사이즈로 나옵니다.


물론 3m짜리 비단구렁이도 엄청 강합니다. 인간 정도는 질식사시킬 수 있고 원숭이도 잘 잡아먹을 거예요. 몸을 꼿꼿이 세웠다가 후려치면 그 타격만으로도 인간이나 원숭이를 쓰러뜨릴 수 있을 만 합니다.


그러나, 위에 말한 대로 '내려치기 한 방에 키 1m 전후의 원숭이 수십 마리를 으깨 버리는 포스'를 보여 주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코끼리 하티를 깔보고 여차하면 휘감아 죽일 수 있는 티타노보아 급 포스를 상상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을 고려하면 3m 크기가 맞겠지만... 어릴 때 추억보정을 더해서 '20m 크기에 티타노보아도 압살해 버리는 킹왕짱 대왕구렁이 카아'가 더 멋있게 느껴지네요.

(14.6m짜리 티타노보아 모형이라고 합니다;;)


(3) 흑표범 바기라의 과거


어린 모글리를 키운 두 스승이 '큰 곰 바루'와 '흑표범 바기라'입니다. 이 중 바기라는 모글리의 목숨값 대신 큰 황소 한 마리를 늑대 무리에게 선물로 주고 갓난아기였던 모글리를 살려내기도 했었죠.


(흑표범이 황소를 죽일 정도면... 거의 호랑이 급으로 덩치가 컸을 겁니다.)


바기라는 표범 치고는 매우 큰 편이고 표범 고유의 민첩성도 뛰어납니다. 그렇지만 절름발이 호랑이 시아 카안(쉬어 칸)과 맞짱떠서 이길 정도는 안 됩니다. 일단 표범-호랑이 간 체급 차이가 넘사벽이니 정면대결로는 이길 수가 없죠.


그러나 시아 카안은 바기라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바기라가 갓난아기 모글리를 살려내면서 대놓고 시아 카안을 엿먹였는데도, 시아 카안은 계속 모글리를 노릴 뿐 바기라와 싸우려는 생각은 안 합니다.


모글리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바기라가 그 이유를 말해 줍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제자 모글리에게 털어놓죠.



"모글리. 내 목 아래를 만져봐라."


(바기라의 목을 만진 후) "털이 없는 부위가 있어. 목 주위로 빙 둘러서 털이 없는데."


(모글리의 말에 바기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목줄 자국이야."


"뭐? 목줄? 그럼..."


"맞아. 난 인간에게 사육되었었다. 어린 시절 목줄을 멘 채 인간의 손에 길러졌지.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고 인간이 시키는 대로 살았다. 낮에는 사람을 따라다니다가 밤에는 철창으로 된 우리 안에서 잠들었었지.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어. 갑자기 내 몸에 끓어오르는 피를 느꼈어! 내 온 몸의 근육이 야성의 힘을 품고 있는 걸 느꼈지!


나는 이 앞발로 철창의 자물쇠를 내려쳤다. 자물쇠는 한 방에 부서지더군.


그리고 나서 그대로 도망쳐 정글로 들어왔어. 그 후로 두 번 다시 인간의 영역으로 가지 않았다.


시아 카안이 날 두려워하는 건 내 사냥 실력 같은 게 아니야. 내가 인간을 잘 알기 때문이지."



목줄을 찬 채 인간에게 사육되었으나 탈출한 후에는 혼자서 황소를 죽일 만큼 강한 포식자가 된 흑표범 바기라. 포스 쩝니다. 멋지죠.


이 멋진 흑표범은 금성출판사 버전 정글북에만 나옵니다. 40대 중반에 본 원본 중심 요약본에는 안 나오더군요.



(4) 원숭이들과의 대격전 : 100대1의 전투


어릴 때 금성출판사 버전 정글북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인데요. 원숭이들에게 납치된 모글리를 구하기 위해 그 스승인 바루와 바기라가 원숭이 소굴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씬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원숭이들 중 덩치 큰 개체는 둘이서 10살 남짓한 어린아이의 팔을 붙잡은 채 나무 사이를 건너뜁니다. 이게 되려면 대략 한 마리 당 1미터는 넘을 것이고, 나무를 타는 영장류답게 팔힘도 엄청 좋아야 할 겁니다.


게다가 원숭이들은 숫자도 엄청 많습니다. 몇백마리 수준은 가뿐히 넘고 어쩌면 천 마리 넘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팔힘 좋고 숫자도 많은 데다, 결정적으로 원숭이들은 '다구리'를 시전합니다. 1대1로 승부하는 일 따윈 절대 없고 다구리 공격도 자기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때만 하죠.


그래서 나오는 게 '100대1'입니다. 원숭이 측이 자기들이 100마리일 때 비로소 1마리의 강자를 상대로 공격을 시작한다고 하고, 100대1의 싸움을 각오하는 정글의 야수는 아마 단 한 마리도 없을 거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런데 바루와 바기라는 이 어려운 싸움을 시작하죠. 그것도 원숭이 소굴 한가운데에서.



원숭이들의 소굴은 '부서진 왕궁'입니다. 몇백년 전에는 보물이 넘쳐나던 왕국의 수도(首都)였으나 인간들이 버린 후에는 정글의 힘에 잡아먹히고 만 왕궁. 그 곳에서 원숭이들은 인간 흉내를 내며 살고 있고, 그들에게 불 사용법을 가르쳐 줄 모글리를 잡아 왔습니다.


그렇게 몇백마리의 원숭이가 모여 시끄럽게 비명을 지르던 중... 한 원숭이가 진짜 비명을 지릅니다. 목줄기를 물어뜯긴 원숭이가 단말마의 고통으로 울부짖자 다른 원숭이들이 상황을 알아차립니다.


"바기라! 건방진 놈!"


선빵을 날린 건 흑표범 바기라. 혼자서 황소를 물어 죽일 수 있는 강력한 흑표범은 그 탁월한 민첩성을 이용하여 원숭이 여러 마리를 찢어발깁니다.


그러나 바기라 혼자서는 어림도 없죠. 100대1의 싸움을 기본으로 하는 원숭이들이 순식간에 바기라를 에워쌉니다. 원숭이들의 손톱과 이빨이 바기라의 매끈한 털가죽을 잡아찢고 할퀴어 피로 물들입니다.


"쿠어어억!"


성실하게 달려온 큰 곰 바루가 전투에 참여합니다. 바기라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힘은 몇 배 좋은 바루가 원숭이들의 골통을 으깨 버립니다.


"캐애애액!"


원숭이들이 바루에게 덤벼들기 시작하자 바루는 앞발로 자기 몸을 팡팡 치면서 데굴데굴 굴러다닙니다. 곰 특유의 맷집 덕분에 잘 버티긴 하지만 바루의 털가죽도 금새 피로 물듭니다. 이대로면 바루와 바기라 모두 원숭이 떼에 둘러싸여 무너지게 될 것 같습니다.


바로 그 때. '최종병기 끝판왕'이 등장합니다.


쉬이익! 터더덩!


20짜리 초 거대 비단뱀 '카아'가 상체를 꼿꼿이 들었다가 그대로 내려찍어 버리고... 원숭이들 여러 마리가 카아의 몸통에 깔려 찌그러집니다. 원숭이의 이빨과 발톱 따위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뱀의 비늘이 무너진 왕궁의 벽돌 위를 긁어 음산한 소리를 냅니다.


"카아! 카아!"


100대1의 싸움을 즐기는 원숭이들도 카아 앞에서는 감히 맞설 엄두를 못 냅니다. 코끼리 하티도 애송이 취급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파충류 앞에서 원숭이들은 한낱 개미떼처럼 흩어집니다.


그러나 그 원숭이들은 멀리 가지 못합니다. 카아가 '뱀의 춤'을 시작했거든요.


"허물을 벗었더니 배가 고프군. 오늘 배불리 먹고 몇 달 쉬어야겠다."


어둑어둑하던 하늘이 어느새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 가고, 부서진 왕궁에 땅거미가 깔립니다. 거대한 비단뱀은 땅 위에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내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포유류 이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거대 파충류의 춤. 원숭이들은 뭔가에 홀린 듯 그 춤에 빠져듭니다. 그들이 조금씩 조금씩 카아 주위로 모여듭니다.


카아의 춤에 말려든 건 원숭이만이 아닙니다. 지혜로운 곰 바루, 가장 영악한 흑표범 바기라조차도 카아의 춤에 홀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때 바루와 바기라의 어깨에 인간 어린이의 고사리 손이 올라옵니다.


"아 피곤해. 이제 집에 가자."


카아의 뱀 춤에 홀리지 않은 것은 인간 어린이 모글리 뿐. 모글리 덕분에 바루와 바기라는 최면에서 벗어났고, 두려움에 떨며 원숭이 소굴을 떠납니다.


바루가 한숨을 내쉬며 말합니다.


"모글리 너 진짜 아무 생각이 없구나. 후우, 그래도 니가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카아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을 거야."


바기라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습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카아의 도움을 받았지만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아. 후우, 다시 생각해도 섬찟하다."


모글리는 카아의 뱀 춤을 비웃습니다.


"저 뚱뚱하고 커다란 녀석이 자기 혼자 꿈틀거리는 게 뭔 대수라고. 저 녀석, 벽을 넘어오다가 벽이 무너져서 벽돌에 깔렸어. 푸훗, 멍청하긴."



이 대단한 격투 씬이 금성출판사 버전 정글북에만 있는지 / 원본 정글북에도 있는지는 모릅니다. 요약본에는 없더군요.



(5) 하이에나와의 혈투


모글리가 더 많이 자라고 인간 마을에 갔다가 (중간에 '소 다구리'로 절름발이 호랑이 시아 카안을 죽이고) 다시 쫓겨나 다시 정글로 돌아왔을 때. 남쪽에서 무서운 놈들이 올라옵니다. 금성출판사 버전에서는 하이에나 / 원본에서는 승냥이 무리들이 늑대 일족의 영역을 침범하며 북상합니다.


(일단 금성출판사 버전대로 '하이에나'라고 하겠습니다.)


모글리를 키워 준 늑대 일족은 이 하이에나들을 박살내 버립니다. 물론 모글리의 활약으로 대규모 말벌 공격을 펼친 후 싸운 것이긴 하지만, 늑대 1마리가 하이에나 3마리를 물어 죽일 정도입니다.


으음, 그런데... 현실하고는 좀 다르죠?


현실의 하이에나는 어지간한 늑대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합니다. 하이에나 3마리가 모이면 암사자도 제압해 버리죠. 하이에나 무리는 사자 무리와 거의 맞먹을 만큼 강력한 조직이 됩니다.


금성출판사 버전으로 리뉴얼 할 때 굳이 '하이에나'라고 표시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당시에는 모글리 일족 늑대들을 '이리'로 표시했고 진짜 승냥이였던 타바키를 '늑대'로 표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다 보니 남쪽에서 올라오는 승냥이는 대충 하이에나로 바꿨던 거 아닐까 짐작할 뿐입니다.


아무튼 모글리가 소속된 늑대 일족은 늑대 1마리가 하이에나 3마리를 물리칠 정도로 강합니다. 이 정도면 늑대가 암사자 급이라는 얘긴데, 그럼 처음부터 절름발이 호랑이 시아 카안(쉬어 칸)을 다구리쳐서 죽여 버렸으면 정글 전체가 평화롭지 않았을까... 라는 밸런스 붕괴 결론이 되긴 하죠.


현실과 연결해서 보면 밸런스 붕괴지만 뭐 어떻습니까. 멋있으면 그만입니다.



(6) 맺음말


거의 번안(飜案) 수준이었던 것 같은 금성출판사 버전 정글북. 그렇지만 멋있었습니다. 번역하시는 분이 적절한 상상력과 탁월한 필력으로 원작의 단편 이야기들을 잘 연결했고, 중간중간에 소설적 과장으로 박진감을 높였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저도 고전명작들을 리뉴얼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들을 제 나름의 시각으로 재분석하고 현대 상황에 맞게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넘치니까요. 시간이 부족하고 인기가 없을 뿐, 아이디어는 남아돕니다.


글 쓸 시간이 더 늘어나면 좋을 텐데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글쓰기가 싫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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