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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Aug 26. 2024

발기왕자의 특기는 발기입니다 (이름 드립)

1. 서론 : 이름만으로 19금이 되는 역사적 인물들


전에 몇 번 말씀드렸듯이 저는 'SF장르로 시작했다가 조회수를 조금이라도 늘려 보려고 19금 장르로 넘어간 하꼬작가'입니다. 그러면서 가끔 역사물 쪽도 기웃거리곤 하죠.


이렇게 역사물 소재를 찾아서 삼국지 및 한국 역사를 살피다 보면... (19금 장르 작가의 시각으로 볼 때) '이름만으로 19금 장르가 되어 버리는 인물들'이 몇 명 보입니다. 가볍게 몇 명 살펴보죠.


(1) 크면 클수록 좋은 거거익선(巨巨益先)의 남자. 천하를 뒤덮을 만큼 크고 풍요로운(!) 남자. 그 이름만으로도 풍요로운 남자. 한 고조 '유방'


(2)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 누구도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남자. 삼국지 최고의 네임드 '조루'


(3) 조루와 쌍벽을 이루며 삼국지 게임 일기토의 서막을 장식하는 남자. 인정사정 봐 주지 않고 시원하게 쏴 주는 남자 '사정' (조루와 사정의 대결은 그 이름만으로도 웅장해집니다;;)


(4) 한때 조루-사정과 함께 삼국지 섹드립 3대 네임드였으나 오타가 수정되면서 평범해진 남자 '보즐' (오타 수정 전에는 '보질'이었음...)


(5) 한반도 맞짱의 전설이자 고려 최강 소드마스터였던 '척준경'의 친구였으며, 이 사람 때문에 척준경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전설의 킹왕짱 네임드 '왕자지'

(* 왕자지 장군이 드라마에 출연한다면... "자지 자네 왜 이렇게 고개를 떨구나? 아직 죽지 말게! 빳빳하게 고개 쳐들고 일어서! 벌떡벌떡 일어서라고! 왕자지 당장 일어서!" 정도 드립이 나올 수 있고 이러면 방송심의에서 탈락할 겁니다...)


등이 있습니다.



뭐 다들 훌륭하신(?) 분들이고 적당히 12~15세 대상 소설에서도 가벼운 섹드립으로 등장시킬 수 있는 분들인데, 이 분들과 맞먹으면서 역사적으로도 매우 좋은 시기에 태어나신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발기 왕자]입니다.


발기 왕자의 생애에 대해서는 항을 바꾸어 간략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다음 소설 설정 풀어 보죠.



2. 고구려 왕자인 동시에 왕위 계승 0순위였던 남자 '발기'


고구려 왕족은 창업자 고주몽의 성(姓)을 물려받아 모두 '고'씨입니다. 발기왕자도 마찬가지였겠죠.


고발기 왕자는 '둘째왕자'였습니다. 총 4명의 왕자 중 둘째였고, 첫째왕자인 '고남무'가 왕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고국천왕으로 불리웠다고 하네요.


발기왕자는 둘째 왕자였는데, 왕위 계승 순위로는 0순위였습니다. 형 고국천왕(고남무)에게 자식이 없었거든요.


형이 아들을 낳았으면 왕위계승 순위에서 밀려났을 것이고 딸을 낳았어도 자칫 차세대 여왕에게 밀려났겠지만, 형 고국천왕이 후계자를 낳지 못했으니 고발기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었습니다. 형제세습이 많았던 고대국가에서는 고발기 왕자가 차기 왕으로 확정된 셈이었죠.


그리고, 실제로 고국천왕이 일찍 죽습니다. 서기 197년에 죽었다고 하는데, 고국천왕의 나이는 모르겠지만 대충 40대 한창 나이에 죽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발기왕자는 형 고국천왕보다 어렸을 테니, 아마 30대 중후반 무렵에 왕위에 오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여인이 개입합니다. 고국천왕의 아내이자 발기왕자의 형수였던 [왕후 우씨]가 등장하죠.



김부식이 썼다는 삼국사기에 의하면,


1) 고국천왕의 아내 왕후 우씨는 남편 고국천왕이 죽은 바로 그 날 밤 발기왕자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발기에게 '왕이 되시면 나를 아내로 맞아들이겠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즉, 고국천왕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냥 '왕 되면 나랑 결혼할래?'라고 얘기했다는 거죠.


발기는 당연히 거절합니다. 왕이 죽었다면 (당시 형사취수 관습에 따라) 형수 우씨와 결혼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왕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데 형수가 저런 제안을 한다면 거절하는 게 기본이겠죠.


2) 왕후 우씨는 발기왕자에게 거부당한 후 곧바로 셋째왕자 '고연우'에게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고국천왕께서 승하하셨는데 나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왕이 되시겠소?"라고 제안했다고 하네요;;


고연우는 이 떡밥을 덥썩 뭅니다. 아주 그냥 바늘을 삼켜 버릴 기세로 덥썩 물죠. 우씨에게 고기를 대접하려고 고연우가 직접 고기를 썰다가 손을 다쳤는데, 왕후 우씨는 연우의 상처를 다정하게 보듬어 줬다고 합니다. (이하 자세한 묘사는 생략)



결국 왕후 우씨는 왕위계승 0순위였던 발기왕자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았고, 그 다음 순위였던 연우왕자와 정을 쌓은 뒤 연우왕자를 차기 왕으로 선언해 버렸습니다. 연우왕자는 '산상왕'으로 등극했고 발기왕자는 제대로 엿먹었죠.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발기왕자가 미칠 듯이 분노하여 날뛰었으나... 왕후 우씨는 '고국천왕이 차기 왕으로 연우왕자를 지목했다. 발기 따위 발기탱천하든 말든 아몰랑. 끄지셈!'을 시전합니다. 그리고 왕후 우씨가 있던 우씨집안은 고구려 내부에서 손꼽히는 호족(族)으로 그 세력이 어마무시했다고 하네요.


발기왕자는 동생 연우왕자의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죽여버리는 초강수를 두지만, 그건 오히려 발기왕자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길이었습니다. 여론이 급격하게 연우왕자(산상왕) 쪽으로 기울었고 우씨집안이 동원한 사병들까지 몰려와 결국 발기왕자는 국내성(당시 고구려의 수도)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왕위계승 순위 0순위였는데 형수(였다가 제수씨로 바뀐) 우씨부인의 협잡질에 놀아나 쫓겨나게 된 발기왕자. 뭐, 쉽게 포기할 수는 없겠죠. 발기왕자는 옆 요동 땅으로 건너가 '공손도'에게 군대 3만 명을 빌립니다. 고구려 인접 국가의 군대를 빌려 고구려를 침공한 거죠.


산상왕이 된 연우왕자는 동생 '고계수'에게 군대를 줘서 발기왕자와 요동 군대를 막게 합니다. 고계수는 발기왕자를 보고서 '아니 C발 아무리 그래도 적국의 군대로 자기 나라를 칠 수가 있나? 그럼 진짜 역적 아니오?' 라는 팩트폭격을 날렸고, 팩트폭격에 당한 발기왕자가 어버버대는 사이 요동 군대가 개발살 나게 됩니다. 발기왕자는 도망치다가 결국 굴욕감에 못 이겨 자살해 버리죠.



일단 이게 역사적 사실입니다. 발기왕자의 이름이 특이하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이름과 무관하게 평범한(?) 왕실 막장극입니다. 어느 나라에나 있을법한 얘기죠.


다만, 여기서 '왕후 우씨'를 주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 드라마도 제작된다고 하죠.



3. 왕후 우씨 : 악녀인가, 진취적인 여성인가


왕의 아내였으나 왕이 죽은 그 날 밤에 왕의 동생 두 명을 번갈아 찾아가고 그 중에 더 어린 동생(셋째 연우왕자) 쪽과 정을 쌓은 뒤 나이 많은 동생(둘째 발기왕자)을 내쫓고 결국 죽여버린 여인. 왕후 우씨의 화려한(!) 전적입니다. 솔직히 좋은 소리 듣긴 어렵겠죠;;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은 유학자입니다. 조선시대 유교탈레반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단 유교 사상을 가진 이상, 왕후 우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았을 겁니다. 남성우월 가부장제 사고방식도 강했을 테니 '남편 갈아치우는 여자'를 좋게 볼 수 없었겠죠.


뭐, 세상은 변하는 것이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도 바뀝니다. 서주대학살 + 유부녀NTR중독 + 황실모독 3단콤보를 크리티컬하게 터뜨렸으며 중국 4대 역적 망탁조의(왕망, 동탁, 조조, 사마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던 '조조'가 현대에 와서는 아주 그냥 최고의 영웅으로 평가받게 되었죠. 코X이 게임에서 조조의 총합 능력치가 1위인 시리즈가 꽤 많습니다.


왕후 우씨에 대해서도 평가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일단 '능력자'였던 건 사실이고, 정치적 역량도 대단했죠. 왕자 2명을 남편으로 맞이할 정도면 미모도 탁월했을 거구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예쁘면 다 용서됩니다;;)


왕후 우씨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도 나왔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나왔었고, 이제 곧 개봉한다고 하네요. 걸크러쉬 스타일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우씨 쪽에 더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우씨부인보다는 '발기왕자' 쪽이 더 좋을 것 같네요. 일단 이름이 좋잖아요. 이름만으로 19금이고 특수능력도 뽷 정해지는데 이 좋은 소재를 놓칠 수 없겠죠?


역사적 사실을 살짝 비틀어 봅시다. 우선, 저 위에 정리한 역사적 사실 중 하나에 주목해 보죠.



4. 고국천왕이 진짜로 셋째 연우왕자를 후계자로 지목한 거라면?


위 역사적 사실 중에 [왕후 우씨는 연우왕자와 정을 통한 후 그를 왕궁으로 데리고 들어와 '고국천왕께서 연우왕자를 다음 왕으로 지목하셨으니 그 유언대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는 취지의 대목이 있습니다. 실제로 고국천왕이 이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정황상 왕후 우씨가 거짓말한 것 같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정황상 거짓말'이 거짓이 아니고 진실이라면? 왕위계승 0순위였던 둘째 발기왕자를 제끼고 셋째 연우왕자를 왕으로 세우라는 게 진짜 고국천왕의 유언이었다면?


그리고, 그 유언에도 불구하고 왕후 우씨는 일단 발기왕자를 먼저 만났던 거라면? 발기왕자가 (발기능력을 제대로 발휘해) 우씨부인과 정을 통하길 (은근슬쩍 스리슬쩍) 바라면서 발기왕자부터 만났는데 영 껄쩍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연우왕자 쪽으로 돌아선 거라면?


이런 가정 하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봅시다.



<역사적 가정>


발기왕자는 이름 자체로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름값 한다'는 말 그대로 발기능력이 어마무시하다. 다른 형제들(첫째 고남무, 셋째 고연우, 넷째 고계수)보다 훨씬 더 탁월하고 강려크하며 지속시간도 길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발기왕자의 능력은 국내성 내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리고... 다른 소문도 돌았다.


[Hoxy... 발기왕자와 다른 왕자들은 씨가 다른 것 아닐까?] 라는 소문. 그런 소문이 알게모르게 퍼져 나갔다.


인간 유전자 구조가 밝혀지고 DNA 검사가 보편화된 21세기에는 이 소문이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남자는 XY 염색체를 갖고 있고, 이 Y염색체는 부계(父系)로만 유전되니까. 그리고 Y염색체가 남자의 생식능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니까.


큰형 고남무는 덩치가 크고 엄청난 완력을 갖고 있지만 자식이 없다. 반면 둘째 발기왕자는 무예와 힘은 큰형보다 부족하지만 남자로서의 발기능력은 가히 고구려 최강이다. 똑같은 Y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 심하게 다르다.


서기 2세기 후반 고구려 시절에는 DNA 검사가 없었고 유전자 구조도 몰랐지만, '경험'이라는 건 무시 못한다.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둘째 발기왕자를 의심했고 '씨다른 형제'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결국 고국천왕은 중대한 결심을 한다. '씨다른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 줄 수 없으니 셋째 고연우에게 왕위를 넘겨 주겠다.'는 결심을.


발기왕자는 새됐다. 이대로면 죽는다. 억울하게 죽는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억울하게 죽긴 했다.)


그러나... 발기왕자의 운명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발기왕자에게 빙의한다면? 그 억울하게 죽는 운명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발기왕자가 이런 난감한 상황에 빠지는 게 서기 197년이다. 이 시기,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특히 21세기에 삼국지 관련 게임을 즐겨 하시는 분들에게는 더욱 더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서기 197년은 '삼국지의 시대'다. 옆 중국에서 강동 소패왕 손책이 미친듯이 세력을 확장하고 / 유부녀중독자 조조와 성 셋 가진 종놈 여포가 미친듯이 싸우며 / 천출 소생 원소가 북방맞짱맨 공손찬과 혈전을 벌이고 있고 / 귀 큰 놈 유비가 서주를 꿀꺽 집어삼키던 그런 시대다.


조금 시간을 앞당겨서 더 빨리 움직인다면, 아예 삼국지 초반 시대로 연결된다. 189~190년, 탁사마 동탁이 '낙양 퐈이야(Fire)!'를 시전하고 / 강동호랑이 손견이 옥새 줍줍했다가 바위에 깔려 회백질을 쏟아내며 / 소년장수 조운이 원소 휘하 상장 문추와 대등하게 맞짱뜨면서 귀 큰 놈 유비의 마음에 탕탕 후루후루 시전했는데 막상 임관할 때에는 공손찬 밑으로 가 버리는 시대로 갈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발기능력 출중한 발기왕자가 중국으로 넘어간다면? 그 탁월한 발기능력으로 중국을 쥐락펴락 한다면?


발기로 천하통일. 지금 떠나 봅시다.



5. 사실은 이미 썼습니다


'웹소설 소재 모음집'이라는 총괄제목 아래 소설 시나리오 중심으로 여러 글을 올리고 있는데... 사실 이 발기왕자를 주인공으로 한 가상소설은 이미 집필 완료해서 공표한 상태입니다.

제목을 밝히면 [성기가 발기되어 천하통일]이라는 작품이고, 21세기 고등학생 '강성기'가 고구려 왕자 '고발기'로 빙의하여 서기 189년 중국 삼국지 시대로 뛰어드는 내용입니다.

(제목 자체가 19금 섹드립인 건 다들 알아보시겠죠? 내용도 당연히 19금입니다.)


이미 쓴 작품을 뭐하러 여기 올렸느냐 하면... (당연히 홍보 목적이겠죠^^)


본문 중에 언급한 대로, 왕후 우씨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곧 개봉된다고 합니다. (이미 개봉한 것 같기도 하네요.) 이 드라마에 발기왕자도 나오겠죠. 주인공은 아니고 주인공 세력에게 쫓겨나 비참하게 죽는 역할이겠습니다만... 저는 좀 다르게 진행했습니다.


드라마 나오는 김에 살짝 묻어가는 의미에서 기존에 완결한 소설 내용을 요약하여 올립니다. 어쩌다 드라마 검색하시는 분들이 이 글 보시면 좋고, 완결한 소설까지 봐 주시면 더 좋겠죠;;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 쓰고 보니 살짝 민망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일단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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