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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6시간전

폭풍성장 전용 추가사업의 명(明)과 암(暗) (1)

[폭풍성장의 중심].


대략 2013~2016년 간 헬로비전 기업사업팀에 붙여져 있던 현수막에 저 일곱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폭풍성장의 중심'이라고 (진지하게 궁서체는 아니고) 대략 힘 있는 흘림체로 현수막을 걸어 놨었습니다.


그레이트 다간도 아니고 그레이트 마징가도 아니고 그레이트 CJ가 폭풍우를 불러와 헬로비전 내부에서 질풍의 토네이도로 사람들을 빙빙 돌리면서 회전의 스핀으로 영혼의 스피릿을 안드로메다 저편까지 날려버리고 있을 때. 헬로비전은 '폭풍성장'을 하겠다고 온갖 분야에서 매출을 끌어올렸습니다. 기업사업팀은 기꺼이 그 폭풍의 중심에 서겠다고 자청했었죠.


뭐, 기업사업팀만 폭풍성장에 가담(!)한 건 아닙니다. 당시 나름 신사업이었던 '알뜰폰'과 '티빙(Tving)'도 매출에 기여하겠다고 나대나대 나댔고, 시청률 0.5% 미만의 잡사업(...)이었던 지역채널 제작 사업부도 나름 매출 키운다고 나댔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군소 유선방송사업자를 M&A로 인수하는 작업도 계속 진행되었구요.


즉, 헬로비전의 폭풍성장 계획은 크게 다음 5가지 항목으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1) 군소 유선방송사업자 M&A

(2) 되는 대로 막 다 팔아먹겠다는 기업사업

(3) 알뜰폰 사업

(4) 티빙(Tving)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 공급시장 개척

(5) 지역채널을 활용한 성장전략. 커뮤니티사업



이 중 (1) 군소 유선방송 M&A는 약 1년 반 동안 5개의 SO를 인수하는 것으로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법무실무자인 제가 2년 조기진급의 열매를 받아먹었습니다. 어익후 개꿀.


뭐, 신규로 인수한 SO가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최초로 인수한 의정부나라방송을 제외하면 모두 '바닷가 지방'이었고, 기존 아날로그 방식이 주류라서 디지털 전환 투자비용이 많이 들었으며, 일부 SO는 자본잠식 상태로 0원 가입자와 허위가입자가 꽤 많은(...) 부실기업이었죠.


그렇긴 하지만, SO 인수 자체가 나쁜 전략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따로 정리할 텐데, 적어도 '홈쇼핑수수료'에 있어서만큼은 상당한 도움이 되어 줬습니다. 매출도 키우고 홈쇼핑수수료도 더 땡기고. 이 또한 개꿀.


문제는 위 (2)~(5) 쪽이었는데요. 여기서 상당히 많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 문제 중 몇몇은 민사상 손해배상을 넘어 형사처벌 건으로 개체진화(!)하기도 했었죠.


유선방송 M&A는 살펴봤으니 다른 4개에 대해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위에는 '기업사업'을 제일 먼저 썼는데, 아래 서술에서는 기업사업을 제일 뒤로 빼겠습니다. 이게 가장 임팩트가 컸으니까요.


역순으로 지역채널 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1. 지역채널 커뮤니티사업 : 매출 기여도는 극히 낮지만 나름 중요했었는데...


지역채널 사업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우선 유선방송사업의 구조를 가볍게 언급하겠습니다.


앞에 정리했던 것과 같이, 대한민국 유선방송사업은 `90년대 초반에 원양어선 선원이었던 분이 처음 도입한 뒤 조폭들 땅따먹기 식으로 전국에 확대되었습니다. 방통위가 나서서 76개 권역을 인정하는 것으로 땅따먹기가 제도화되었구요.


그리고, 유선방송사업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지역채널'이라는 게 의무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유선방송사업자의 채널 1~2개를 해당 권역의 지역방송에 배정하고 해당 권역의 소식을 알리는 데에 써라, 뭐 대략 그런 컨셉이었습니다.


뭐, 모든 정부 정책이 그러하듯 이 지역채널 제도의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하는 동시에 각 지역의 사정도 함께 살피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 나쁜 컨셉은 아니잖아요. 전 세계를 주름잡으며 한국이 텅텅 빌 때까지 해외로 진출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고향을 간직하고 있는 신토불이 한국인. 캬, 국뽕이 차오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은 시궁창. 지역채널 사업은 시궁창이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시청률이 꼬라박았어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전국을 76개 권역으로 나눴다면 서울은 거의 구 단위로 나눠졌을 것이고 지방에서는 시-군 단위를 묶었을 것인데, 그렇게 잘게 쪼개 놓은 권역에서 지역 콘텐츠가 뭐 얼마나 나오겠습니까. 대충 지역 특산물 소개하고 축제 소개하고 몇 시간 하면 땡일 텐데 하루종일 방송할 게 뭐 얼마나 있겠습니까.


게다가, 대략 광역시 단위로 주요 지상파 지역방송국이 있습니다. 이들 지역방송국도 뉴스 시간에 해당 지역 코너를 10분 가량 운영하고 가아끔 지역 자체방송을 할 뿐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지역채널 같은 건 하지 않아요. 지상파도 안 하는 지역채널을 군소 유선방송사업자가 운영하면 잘 될 리가 없죠.


지역채널은 재탕 삼탕 사탕 아주그냥 뼈녹아사골탕 수준으로 무한반복 우려먹기를 하는 채널이 되었습니다. 적당히 지역 상가 등이 싼 가격에 광고를 내긴 했지만 이 지역광고로는 수익을 메꿀 수가 없었고, 유선방송사업자들은 그저 방송법 상의 의무 때문에 간신히 운영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어어, 그런데...


이 지역채널이 의외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있는듯없는듯 듣보르자브 취급하는 채널이지만 잠시 반짝 주목받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선거]입니다.



선거 때에는 지역채널이 꽤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뭐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때에는 별 의미 없지만, 적어도 지자체선거에서는 은근 중요합니다. 해당 권역과 겹치는 선거구역에서 구의원/시의원 등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선거 때의 반짝 영향력' 때문에 유선방송 지역채널이 의외로 좋은 대우를 받습니다. 비록 시청률은 꼬라박았고 광고수익은 턱없이 부족하며 해당 지역 소식은 수십번씩 우려먹어서 사골이 바스러질 정도 수준이지만 그에 비해 영향력은 은근히 좋은 편입니다.


유선방송사들도 이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지역채널을 적절히 운영하긴 했습니다. 해당 지역의 공무원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어떤 사업에서든 나쁘지 않은 일이니 지역채널을 통해 지자체 선출직들과 적절히 끈을 이어 보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또한, 지자체 선출직들도 지역채널을 적절히 대우해 줬습니다. 선거 때만 잘 해주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지역채널 소속 PD나 기자들을 우대했고, 가끔 이들을 통해 정책홍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콘텐츠 관련 예산을 편성해서 지역프로그램에 (소액이지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구요.



헬로비전도 '커뮤니티사업본부'라는 조직을 두고 지역채널을 관리했었습니다. 원래는 커뮤니티사업팀이었는데 이걸 임원보직 본부장을 두는 조직으로 격상시켰고, 해당 방송권역과 겹치는 지자체 측과 적절히 연줄을 유지하기도 했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그런데...


계속 강조했었죠. [폭.풍.성.장.]


커뮤니티사업본부가 운영하는 지역콘텐츠 사업에도 폭풍성장의 다크포스가 몰려들었습니다. 당시에 반짝 유행중이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여 웅앵웅'과 맞물려 글로컬라이제이션을 강조했고, 지역채널과 지역콘텐츠 사업으로 매출을 키워 보자는 야심찬(!) 계획이 실행되기도 했습니다.



지역콘텐츠 사업으로 매출을 키운다? 이게 가능할까요?


의외로 일부 가능하긴 했습니다. 각 지역 별로 '축제'가 있거든요. 꼭 ㅇㅇ축제 이름 붙인 거 말고도 각종 행사가 은근히 많거든요.


커뮤니티사업 쪽은 이 지역축제-행사에 눈독을 들였습니다. 대충 지역 이벤트 업체가 대행하던 사업에 'CJ헬로비전 커뮤니티사업본부'의 이름을 걸고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물론 낙찰되면 해당 대행업체에 재하도급을 주긴 했습니다만 일단은 축제-행사 쪽 일을 따내기 시작했습니다.


뭐 여기까지만 했으면 괜찮았을 겁니다. 행사용역 관점에서는 '일괄(재)하도급'이긴 하지만 이게 뭐 건설업도 아니고 일괄하도급 주는 것만으로는 처벌되지 않거든요. 어차피 행사 준비하고 진행하는 건데 하도급 재하도급 재재하도급 9중하도급 한다고 한들 다 거기서 거기죠.


축제-행사 대행 쪽은 그나마 나았습니다. 매출 뻥튀기 해 봐야 몇십억 수준이긴 하지만 아무튼 하긴 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지역콘텐츠' 쪽에서 터졌습니다.



지역콘텐츠. 뭐 잘 만들려고 하면 끝이 없겠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만들려면 다큐멘터리(Documentary)가 가장 만만합니다. 대충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뭘 해야 하느냐 정도로 나레이션 깔고 지역 경제전문가라는 사람 몇 명 인터뷰 따고 공장 몇 개 동영상 깔고 묵직한 브금 깔면 다큐멘터리 한 편 완성. 참 쉽죠?


참 쉽게 만들 수 있긴 한데... 그게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단점도 있죠.


지역콘텐츠 다큐멘터리의 장점이자 단점. [돌려막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대충 예를 들어 보면 '마창진(마산-창원-진해) 경제살리기' 정도가 있겠네요.


마창진은 하나의 경제구역으로 연결됩니다. 지리적으로도 서로 가깝고 한때 통합광역시를 만들자는 논의도 있었어요. 수도권으로 치면 판교-광교-동탄 정도로 이어지는 광역생활권입니다.


즉, '마산의 경제살리기=창원의 경제살리기=진해의 경제살리기'가 가능합니다. 적절히 다큐멘터리 순서를 바꾸고 편집하면 1개의 다큐멘터리를 마산/창원/진해에 다 돌려막을 수 있어요. 1개로 3개를 커버하는 분신마법.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데사이 구다사이.


유선방송은 전국에 76개 권역이 있고, 얼추 마산/창원은 다른 권역입니다. 진해는 잘 모르겠지만 대략 근처의 군 행정단위와 묶여서 별도의 권역이었을 거예요. 이 3개 권역을 모두 소유한 MSO가 있다면 다큐멘터리 1개로 3개 권역을 모두 커버할 수 있고, 재방송 재재방송 삼탕 사탕 우려먹으면 주구장창 사골 끓일 수 있습니다.


뭐 여기까지만 하면 괜찮아요. 시청률 거의 안 나오는 지역채널에서 옆동네 다큐멘터리 약간 편집해서 틀어 줘도 신경쓰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은 채워야 해서 옆동네 다큐멘터리 갖고 왔지만 결국 이 지역 상황과 일맥상통한다는데 어쩔티비.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에 '보조금'이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지죠. 많이 달라집니다. 여기서부터는 '형사처벌'이라는 어른의 사정이 개입하거든요.



지역채널은 평소에 시청률이 바닥을 기어다니지만 선거 때에는 나름 지자체 선출공무원들에게 꽤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채널의 프로그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선발기준이 뭔지는 모르겠고 선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겠으며 선발 과정에서 과연 해당 콘텐츠를 보기나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몰랑 보조금지급. 어익후 개꿀.


이 보조금... 받아먹을 때는 좋지만 그 다음이 쉽지 않습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이 뙇! 위반하면 형사처벌 똬돻!


헬로비전은 다큐멘터리 돌려막기를 시전하면서 그 돌려막은 다큐멘터리로 보조금을 받아먹었습니다. 심지어 다큐멘터리 제작 전체를 외주 줘서 헬로비전 내부 PD들이 다큐멘터리 본 적도 없는 상황인데(...) 그걸로 보조금을 받았어요. 어이없죠.


이 외주업무를 수행한 하청업체 PD분이 참 대단한 능력자인 게, 3~4개 정도의 기본 포맷을 잘 짜맞춰서 10개 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제작 분량으로 따지면 나영석 김태호 PD는 사뿐히 즈려밟을 정도예요. 엄지척!



보조금 수령과 집행 과정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헬로비전의 지역채널 관련 직원 몇 분은 참고인조사를 받기도 했었죠. 대략 '아몰랑' 분위기로 넘어가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잠시 위태로웠습니다.


다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제목에 쓴 대로 [폭풍성장용 추가사업]이 무려 4개나 진행되고 있었고, 커뮤니티사업본부의 지역채널 콘텐츠 사업은 정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었습니다. 매출 1조 넘는 회사에 6~7억원대 사업이면 새발의 피 그 잡채죠. 대충 몇 발자국 가다가 벽에 스윽 문지르면 티도 안 날 정도였어요.



앞 총론 부분에서 기업사업-알뜰폰-티빙-지역채널 순서로 언급했다가 지금은 지역채널-티빙-알뜰폰-기업사업으로 순서를 바꿔 서술 중입니다. 뒤로 갈수록 더 큰 게 나오겠죠?


생각보다 길어지긴 하네요. 티빙-알뜰폰은 챕터를 나누어 새로 서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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