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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五脫者) : 폴리 아 되

by 테서스

1. 서론


이전 글에서 몇 번 썼듯이, 저는 법학 전공자입니다. 학점이 학사경고 수준이고 1학년 1학기를 제외하면 수업에 들어간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긴 합니다만 어찌어찌 졸업장을 받긴 했습니다. 요즘에는 불가능한 얘기지만 `90년대에는 가능하더군요.


또한, 저는 (이제는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된) '고시생'이었습니다. 실제 고시공부를 한 기간은 다 합쳐도 2년이 안 되는 것 같고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방에서 보냈으며 독서실에 몇 달 연속으로 나가지 않은 적이 상당히 많았지만 아무튼 고시생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법학 지식으로 돈을 벌고 있긴 하죠. 회사 법무담당입니다. 얼추 총 경력 17년이고 나름 연봉도 괜찮은 편입니다. 와이프 만난 이후로 정신차리고 열심히 살았던 게 다행스럽긴 하네요.



이런 인생을 살다 보니... 법조계 동향 같은 것에 쪼큼 신경쓰긴 합니다. 많이는 아니고 쪼큼. 그저 회사생활에 관련될 정도로만 쪼큼.


지난 15년 간 법조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로스쿨(Lawschool)입니다. 사법시험과 병행했던 기간도 있고 사시 출신과 합쳐서 한 해에 2500명씩 변호사를 쏟아내기도 했으며 숱한 부작용을 유발하면서 성과는 딱히 없는 것 같은 변화였죠.


천만다행으로 저는 로스쿨에 발을 담그진 않았습니다. 제 대학 친구들 중에는 로스쿨 초기(1기~4기 정도)에 지원해서 변호사가 된 친구도 꽤 있습니다만 저는 로스쿨 쪽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나마 1년10개월 가량 회사를 다녔던 경력이 있어서 재취업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으니 그냥 취직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었죠.


그런데, 제 주위에는 로스쿨-변호사 테크에 저보다 더 크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들이 그러하셨죠. 잔뜩 부풀려진 기대감에 거짓말까지 더해졌으니 그랬었던 것 같습니다만 뭐 다 지나간 얘깁니다.


(자세한 얘기는 '소시오패스가 아버지를 기억하다'에서 언급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0a2c72370ba24fa/77


저는 로스쿨을 가지 않았고 그 내부의 사정도 잘 모릅니다만, 어쨌든 회사에서 하는 일이 법무업무다 보니 이것저것 알아보게 되더군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로펌에 적응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보게 되었고, 로스쿨 이후 변호사시험의 압박감 같은 것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탈자(五脫者).


사실 저는 한 4년 전까지만 해도 오탈자 제도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당시에 '백수혁명'이라는 소설을 쓰면서 '국내 대학 최고학부를 나왔고 사법시험 1차에도 여러 번 합격했지만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최종 탈락한 캐릭터'를 등장시켰었는데, 이 캐릭터는 오탈(五脫)이 아니라 4탈(四脫), 즉 4번 떨어져서 더 이상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법무담당자임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거죠.


(뭐, 저 소설 설정을 고칠 생각은 없습니다. 이미 심해작으로 가라앉아서 고칠 이유도 없네요;;)


지금도 오탈자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은 없습니다. 제가 신경쓸 일은 아니거든요. 솔까 로스쿨 오탈자 말고도 이 사회에 망가지고 실패하고 짓눌린 인생이 최소 천만 단위가 넘을 텐데 로스쿨 오탈자들만 따로 걱정하는 건 오버죠. 소시오패스인 제 성격상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배려할 일도 없구요.


그렇긴 한데...


소설 소재로는 좋습니다. '나름 배울 대로 배운 지식인이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방황하는 스토리' 잖아요. 중고딩 때 이상의 '날개'를 교과서에서 (강제로) 배워야 했던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어울리는 소재이긴 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본론 넘어가겠습니다.



2. 본론


(1) 로스쿨 오탈자 제도 : 병림픽 그 잡채


그냥 대놓고 비속어 쓰겠습니다. 로스쿨 오탈자 제도를 만든 새끼는 천하에 둘도 없는 10새끼 쓰레깁니다. 병신이 어디 뱃지 하나 달았답시고 완장질 하는 전형적인 표본, 진정한 병림픽 시전자입니다.


오탈자 제도는 "매년 로스쿨 졸업자 중 70~90%만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키고 나머지는 다 탈락시키겠어욧! 5번 탈락하면 영원히 변호사시험 못 본다구욧 빼애애액!" 입니다. 매년 졸업자의 평균 수준이 엇비슷하다는 가정 하에 상대평가를 도입한 거죠.


뭐, 대한민국에서 시행되는 대다수의 자격시험/선발시험에서는 상대평가가 일반적이긴 합니다. 의사-약사 시험은 절대평가인 것 같지만 최종 선발-배출인원이 정해져 있는 선발시험(공무원 등)이나 매년 자격증 취득 인원 수를 조절해야 하는 영역(회계사, 노무사, 법무사 등등)에서는 상대평가로 배출 인원을 조절하는 게 합리적이긴 하죠.


그런데...


로스쿨은 처음 입학 때 이미 선발인원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의사 쪽에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인원으로 선발인원을 조절하는 것처럼, 로스쿨 쪽에도 각 법전원 설치 대학의 선발인원을 조절해서 뽑을 수 있습니다. 배출인원을 줄여야 한다면 처음부터 입학인원을 적게 해서 조절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즉, 로스쿨은 의대+의전원처럼 선발인원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시작했는데 / 최종 배출인원을 상대평가로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또 추가했습니다. 의사와 유사하게 절대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고 최종 배출 단계에서 상대평가를 하게 설계한 셈이죠.


이건 당연히 [탈락자 누적 현상]을 유발합니다. 매년 80%만 선발하고 20%를 탈락시키면 이 탈락된 20%가 누적되어서 계속 경쟁률이 올라가고, 이 시스템을 5년만 유지하면 경쟁률이 2:1이 됩니다. 처음에는 합격률 80%였지만 5년 후에는 합격률이 50%로 떨어지는 거죠.


상대평가를 비판할 때 자주 나오는 얘긴데, 전국의 고등학생이 하루에 3시간 자고 21시간 공부해 봐야 서울대 합격 인원은 3천명 선으로 고정되고 나머지는 다 서울대 못 갑니다. 결국 전국적으로 단순암기 지식 수준은 올라가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과열경쟁으로 사회적인 낭비만 발생할 뿐입니다.


이건 초딩도 알아요. 초딩 중에 좀 똑똑하고 산수(수학이 아니라 산수)를 잘 하는 초딩한테 '매년 20%를 탈락시키는 시험이 있다면 5년 뒤에 어떻게 될지 계산해 봐.'라고 시키면 바로 답을 낼 겁니다. 솔직히 초등학교 안 다녀도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했다면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그런데 이걸 떡하니 실행했습니다. 변호사시험 탈락하는 잡것(!)들은 아몰랑. 니들이 무능해서 2:1 경쟁도 통과 못하는 거니 알아서 하슈. 법전원 나왔으니 석사 자격 던져줄게. 이거나 먹고 떨어져.



법학석사 자격. 이걸로 먹고 떨어질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제도 실행자가 현실을 모르다 못해 아예 초글링 수준도 안 될 만큼 멍청하다고 셀프인증할 뿐입니다.


로스쿨이 없던 시절에도 법학대학원 나와서 석박사 자격증 따는 건 병림픽 취급받았어요. 물론 정상적으로 사회 진출해서 직업을 갖고 있는 상태로 대학원을 다니고 법학석사~박사를 따면 조금 더 가점을 받긴 했지만, 그런 거 없이 법학대학원에만 몰빵했다가 뒤늦게 사회 진출하려고 하면 제대로 엿먹었습니다. SKY 출신이라면 그냥 학부 이름으로 취직 가능했겠지만 법학대학원 이름으로 취직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어요.


이런 현실에서. 변호사시험 오탈자들에게 법학석사 하나 던져주고 알아서 살아라? 느그집 애새끼한테 그렇게 하세요.



로스쿨 설립 당시 논의를 살펴봐도 '오탈자 상대평가'를 누가/언제/어떻게 적극적으로 제안했는지는 안 나옵니다. 대충 집단지성이랍시고 아무말 대잔치 하다가 '어차피 탈락하는 잡것들은 알빠노. 우리는 고귀한 법조엘리트니까 잡것들의 무지랭이 인생까지 챙겨 줄 이유는 없으셈.' 이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툭 던졌겠죠. 그게 헬조선 스타일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와서 [내가 오탈자 상대평가 주도했소!] 라고 자백하는 인간은 절대 안 나올 겁니다. 대충 만든 제도로 부작용이 밀려올 때 다들 아몰랑 모르쇠 모드로 돌변하는 것 또한 헬조선 스타일이죠.



뭐, 일단 로스쿨 오탈자 제도는 시행되었고 올해로 벌써 17년째라고 합니다. 매년 200명~400명 정도 탈락시켰으니 최종 5탈 확정된 사람도 2천명을 넘었을 것 같네요. 나름 군단(Legion)이라 부를 만 한 숫자가 축적되었습니다.


이 정도로 부작용이 쌓이면 로스쿨 입학인원을 줄여서 부작용을 최소화해 줘야 하는데 그런 논의는 아몰랑. 로스쿨 입학인원이 유지되어야 등록금 빨아먹고 교육지원금 빨아먹고 대학법인 유지할 수 있으니 입학인원은 계속 유지해. 오탈자 쌓이는 건 니들끼리 알아서 하셈.


이 또한 헬조선 스타일입니다.



대학 4년 + 법전원 3년 + 오탈자 될 때까지 변호사시험 준비하는 기간 5년. 거기에 군대 갔다오는 기간 2년.


로스쿨 오탈자는 오탈 확정되는 순간 이미 한국 나이로 35살이 됩니다. 여기에 재수, 삼수, 중간중간 공백 더하면 얼추 40살 인근이에요. 회사에 취직한 동기들이 과장~차장이 될 나이에 로스쿨 오탈자는 '법학지식만 잔뜩 쌓은 백수'가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전체 인구의 4% 정도는 소시오패스라고 합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인데, 로스쿨 오탈자 중에도 소시오패스가 있을 거예요. 확률상 100명 정도는 되겠네요.


제가 로스쿨 오탈자고 소시오패스라 가정한다면...


'대응논리'를 만들겠습니다. 저를 백수로 만든 세상에 분노하고 그 분노를 정당화할 만한 헌법적 법리를 찾아내 무장하겠습니다.


그런 뒤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소설 시나리오 넘어가 보죠.



(2) 오탈자 : 폴리 아 되 (소설 시나리오)


A는 오탈자.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변호사가 아니고, 변호사시험 5번 탈락한 후 영원히 변호사가 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A는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장님'이라 불리고 있다.


당연히 대기업 실장님과 다르다.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2세 실장님은 미래전략실 실장님이고 최소 부사장 급이지만 변호사 사무실 실장님은 사무장보다 낮은 급이다. 회사로 치면 대리~과장 급 정도?


A의 연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물론 이건 주40시간 기준으로 산정된 것인데, 그가 감당해야 하는 업무량이 '반드시 야근을 해야 겨우 처리 가능'할 정도이므로 야근시간까지 고려하면 A의 연봉은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


변호사 밑에서 일하는데 이게 가능하냐고? 변호사가 근로기준법을 어길 수 있냐고?


헬조선에서는 가능하다. 특히, 예전에 사법시험을 통과했고 '검사'로서 목에 힘 뽷 주고 다니던 변호사 밑에서 일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다. 그러니까 헬조선이지.


그렇다고 A가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 편의점 알바 자리도 40살 넘은 남자에게는 쉽게 얻기 어려운 일자리다. 택배 일을 하기에는 체력이 너무 딸리고.


A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변호사 사무실에 다니고 있다. 검사 끗발이 다 떨어져서 수입이 줄어든 변호사는 하루종일 짜증만 내고 있고, 경력이 쌓인 사무장들은 다 이직해 버렸다. 남은 것은 A와 여비서 뿐.


변호사 여비서. 이 여인이 내세울 거라고는 하나뿐이다. [예뻐].


검사 출신의 중년 변호사가 비서를 뽑을 때 미모 기준으로 선발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변호사 비서는 고객이 상담 왔을 때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이고, 당연히(!) 미모에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일에 불만 가지면 안 된다. 불만 있으면 니가 회사 차리던가.


비서는 A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최저임금도 못 받는 40대 남자는 헬조선에서 '밑바닥'이니까.


A는 변호사와 비서 양 쪽에서 모욕당하면서도 묵묵히 일을 한다. 그것 말고는 아는 게 없으니까.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정말로 '변호사 사무실 실장님'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기회는 도둑처럼 찾아온다. 본인이 원하든 / 원하지 않았든 간에.



A는 고객 일로 외근을 나갔다가 밤 늦게 사무실로 복귀한다. 미모의 여비서를 채용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그 여비서와 함께 뭘 하고 있을지 생각 못한 채 털레털레 걸어서 사무실에 들어간다.


"어마맛! 갑자기 왜 들어왔어요!"


"야 이 색꺄 당장 나가!"


어익후 못 볼 꼴을 봤네. (대충 19금 상황 묘사는 넘어갑니다) 사무실에서 이러시면 안되시지 말입니다.


"엄훠 엄훠 실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응큼해요!"


"이 병X 삐리리야! 너 지금 성희롱 하는 거야! 당장 감옥 보내 버리겠어!"


변호사와 여비서가 난리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대충 봐도 A가 실수한 건 없고 사무실에서 19금 상황 연출하고 있었던 년놈들이 잘못인데 이걸 왜 A한테 뒤집어 씌우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들이 좀 침착하게 어른답게 대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A에게 극한의 모욕을 주고 쌍욕을 퍼부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그걸로 충분해.


서겅!


변호사의 목줄기에 칼날이 스치고 지나간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A가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잭나이프가 검사 출신 변호사의 목줄기를 그어 버렸다.


"이건 정당방위입니다. 변호사님 잘 아시죠? 10XX야."


변호사는 넝마조각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어차피 살인 저지르면 그 다음부터는 똑같아. 살인죄에 강간죄 추가된다고 해도 무기징역이면 다 끝나. 강간살인까지 가도 별 상관 없고."


다음 목표는 여비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행히(?) 강간살인까지 가진 않았다. 살려는 드릴게.


어어, 그런데... 이 여비서가 예사롭지 않다. 살려는 드렸는데 의외의 제안을 한다.


"저 변호사 XX. 최근에 이혼했어요. 사업자등록이랑 계좌번호, 공인인증서는 여기 컴퓨터에 다 저장되어 있고."


"응?"


"변호사 일 계속할 수 있어. 실장님이 변호사인 척 하면 되잖아. 어차피 재판도 서면만 내고 끝이더만. 출석 필요할 때는 '복대리'인가 뭔가 해서 다른 변호사 출석시키면 되고."



이 여비서 겉보기와는 다르다. 할리퀸 급 미친년이다.


살인자가 할리퀸을 만났다. 그럼 시작해야지. 광란의 듀얼 댄스, 폴리 아 되(Folie a deux)를.


변호사가 될 수 없는 남자의 변호사 생활이 시작된다. 변론방식은... 판사를 죽이는 것.


이게 잘못됐다고? 누구야. 누가 그런 개소리를 내었는가.


주권(主權)이란 본질적으로 폭력에서 시작된다. 제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폭력이 권력의 본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한 국가 내에서 최고 최대의 권력인 주권은 경찰과 군대로 상징되는 폭력의 핵심이다.


그리고 시에예스의 추상적인 국민(Nation)주권 말고 루소 방식의 인민(Peuple)주권론을 따른다면, 주권은 각 인민이 그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순간 인민 개인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 즉, 국가에 맡겨 놓은 주권을 되찾아 직접 행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실체도 없는 총체적 국민 따위 개소리는 넣어둬 넣어둬. 개별 국민은 피플(People)로서 실존하며 그 실존적 존재의 의지적 합의가 곧 주권이다. 의지적 합의가 없다면 국가권력은 흩어져야 하는 것이다.


오탈자들은 인민(쀠쁠. Peuple)의 자격으로 주권위임계약을 해지한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주권을 되찾아 직접 행사한다. 직접 경찰이 되고 군대가 되어 폭력으로 되갚아 준다.


국민주권이 확립된 현대국가에서 그런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니 모가지에 칼 꽂히면 그 다음에 인민주권 주장이 맞는지 틀렸는지 생각해 봐. 목이 뽑혀서 생각 자체를 못 할 상황이면 그건 아몰랑. 목 없는 상태에서 총체적 국민 어쩌고 C부려 보시던가.


그리고, 안 되면 무기징역 살면 그만이다. 어차피 한 명 죽였으면 그 다음부터는 똑같다.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 천 명을 죽이면 혁명가. 그런 게 세상살이 아니었나.


시작해 보자. 죽여 보자. 판사를 죽이는 변론방식으로 승리해 보자.


계속 간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 - 오탈자 제도를 만들어 낸 원흉 - 을 죽일 때까지. 이미 죽어버렸으면 그 손자손녀들을 다 썰어 버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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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으로는 잘 안 팔릴 것 같은 시나리오네요. 잠재적 독자층이 워낙 얇은데다 그 독자층 대부분은 웹소설을 안 읽으시는 분들이시니...


뭐 그래도 언젠가는 쓸 겁니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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