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설 시나리오) 부띠끄 올케어(All-Care)

by 테서스

1. 서론


전에 영화 파이란(소설제목 러브레터) 관련 글을 쓸 때 잠시 언급했었는데, 아사다 지로 단편소설집을 읽고 있습니다. 이 글을 올릴 때쯤에는 다 읽었겠네요.


아사다 지로 소설에는 '현실에 없는 존재'가 자주 등장합니다. 문학적 분류는 잘 모르겠지만 가브리엘 마르케스 류의 '마술적 리얼리즘'과 연결되는 거 아닐까 싶어요.


(* 저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좀 웃기다고 느꼈습니다.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하든지 / magical realism 이라고 하든지 둘 중 하나로 통일하면 되는데, 굳이 마술 부분은 한국말(로 가장한 한자어)로 옮기고 리얼리즘은 또 영어 표현을 그대로 썼잖아요. 어둠의 다크가 회오리의 토네이도처럼 영혼의 소울을 휘감는 느낌의 필링이랄까, 뭐 그런 치킨스킨의 닭살이 돋는 것 같아요;;


** 또 하나 참고로,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주자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그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에서는 9살 여자아이가 쌍둥이를 임신하는 게 나옵니다. 당연히 여자아이 혼자 임신한 건 아닐 테고 '남편'이 있죠. 남편이랑 밤에 둘이서 손만 잡고 쎄쎄쎄 하진 않았을 거구요.

헬조선 아청법 2조 5호에 따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미성년자에 대해서도 명백하게 미성년임을 알 수 있도록 영상. 그림 등으로 표현'하면 형사처벌되는데요. 즉, 헬조선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작품을 원작 그대로 만화/애니메이션/영화 등으로 제작할 경우 쇠고랑 차야 합니다. 법적으로는 그래요.

게다가, 미친 마귀할멈 윤미향을 비롯한 국개 몇 마리가 이 조항을 '출판물'까지 확대하려고 했죠. 이대로 됐으면 이미 `80년대에 국내에 널리 출판되었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글자로도 볼 수 없는 개쓰레기 멍청이 국가가 될 뻔 했습니다.

이게 나라냐! 나라냐고!)


아무튼, 아사다 지로의 소설에서는


- 설녀

- 오래 전 죽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 인간/쥐 등 포유류의 한계를 넘은 초월적 존재(혹은 그런 착각)

- 인간의 생명을 쥐락펴락 할 정도의 저주와 원한


등이 주요 테마로 등장할 때가 많습니다. 아사다 지로가 20년쯤 늦게 태어났다면 판타지 웹소설 작가로 대성공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이 중 "캬라"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일본어로 '침향'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의 주된 배경이 [부띠끄 양품점]입니다.


캬라를 보다 보니 예전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부띠끄 양품점 생각이 나더군요. 그리고 거기에 더해... 2020년 즈음에 법조계 일부에서 들려 오는 [부띠끄 로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배경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본론 넘어가야겠네요. 대략 순서는


(1) 부띠끄 양품점의 기억

(2) 부띠끄 로펌 : 부자 개인들을 위한 맞춤형 법률서비스

(3) 부띠끄 서비스가 더 확대된다면?

(4) 소설 시나리오 : 부띠끄 올케어(All-Care)


순으로 썰 풀어 보겠습니다.



2. 본론


(1) 부띠끄 양품점의 기억


부띠끄 혹은 부티크 (Boutique) 라는 말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매우 고급스러운 물건을 파는 가게"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라고 합니다. 영어식으로 읽으면 '부티크'가 될 것이고 대략 우리나라에서는 영어식 발음이 더 보편적이긴 합니다만, 저 개인적으로 고딩 때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 배웠다는 티를 내고 싶으니 본 글에서는 '부띠끄'로 쓰겠습니다. 부끄부끄^^.


아사다 지로의 소설 '캬라'에 나오는 것처럼, 일본에 도입된 부띠끄 양품점은 "매우 고급스럽고 세련된 스타일의 옷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80년대에 세계2위의 경제강국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고, 부띠끄 양품점에 전문적으로 고급 양장을 공급하는 의류회사들도 많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러한 부띠끄 양품점은 한국에도 꽤 많이 / 널리 도입되었었습니다. 물론 그 모든 양품점이 최고 수준의 양장복을 다루진 않았을 것이고 적절히 중저가 브랜드로 서민~중산층 옷을 파는 가게도 있긴 했었지만, 초기 컨셉은 분명 '고급스럽고 세련된 최첨단 빠숑(패션)'이었겠죠.



여기에 하나 더. 이런 부띠끄 양품점(고오급 옷가게)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소설 '캬라'에서는 부자 남편과 결혼했다가 그 남편이 죽고 (마술적 리얼리즘에 따라 여자의 원한과 저주로 죽인 것 같은 묘사가 나옵니다만 이건 형사처벌을 못 하겠죠) 꽤 많은 돈을 갖게 된 미녀가 부띠끄 양품점을 운영한다는 설정입니다. 주인 자체가 훌륭한 옷 모델이니 초반에는 옷을 꽤 잘 팔고 단골도 많이 확보하는 걸로 나오죠. 소설 후반부까지 언급하면 스포일러니까 생략하겠습니다.


뭐, 현실에서는 '미모의 과부댁' 말고도 다양한 사람들이 부띠끄 양품점을 소유하고 운영했을 겁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여자였을 것이고, 또 주인 스스로 옷 모델 역할을 겸해야 하니 일정 수준의 미모를 갖추는 게 더 유리했겠죠.


이렇게 '미모 출중한 모델 급 미녀 주인'은...


1) 화류계 출신. 나쁘게 말하면 창녀

2) 돈 많은 부자의 숨겨진 애인 / 혹은 애인 하다가 그만두고 퇴직(?)한 여인

3) 소설 캬라의 여주인공 같은 미모의 과부댁


이 많았을 겁니다. 무슨 성역할 고정 같은 거라고 까댄다면 할 말 없지만 대략 80~90년대 분위기를 고려하면 상당수 부띠끄 양품점 여주인들이 이러했을 것 같아요.



뭐,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이런 부띠끄 양품점들은 급속도로 소멸하게 됩니다. 몇몇 골목에는 양품점이 남아 있었지만 거기서 옷 사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어요. 그냥 대형매장 가서 사면 그만이고 고급 옷+가방 등을 사려면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가면 되는데 뭐하러 골목상권 코딱지만한 가게로 가겠습니까. 시대가 변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성역할 고정관념 적용될 것 같은 모델 급 미녀'들은 이제 부띠끄 양품점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할 겁니다. 아사다 지로가 단편소설을 쓸 때만 해도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던 성역할 고정관념은 2020년대에 통하지 않아요.


대신 다른 부띠끄 개념이 생겼습니다. 아래에서 언급할 '부띠끄 로펌'입니다.



(2) 부띠끄 로펌 : 부자 개인들을 위한 맞춤형 법률서비스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저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변호사 자격은 없습니다. 대충 회사에서 얕은 법률지식을 팔아서 먹고사는 회사원이죠.


즉, 제가 아는 법률지식과 법조계 동향은 주로 '회사 법무업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회사 사건 말고 개인들 사이의 법적 분쟁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이혼, 상속, 개인세금 등은 경험이 없죠.


그렇긴 한데... 나름 법조 변두리에서 20년 넘게 지내다 보니, 이런저런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부띠끄 로펌'이네요.


부띠끄 로펌. 이건 뭐 하는 걸까요?


(당연히 저도 거래해 본 적은 없지만) 개념상 부띠끄 로펌은 '돈 많은 개인들을 위한 맞춤형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상속, 개인세금 등 회사업무와 다르지만 돈 많은 개인 자연인들에게는 필수적인 영역에 특화된 로펌/법률사무소 들이겠죠.


대형로펌에서 회사 일을 주로 하는 변호사들은 이런 개인 사건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물론 법조문과 판례는 어느 영역에나 다 통하니 상속법 공부하고 개인세금 관련 세법 찾아보면 금방 적응하겠지만, 회사 쪽 일에 특화된 변호사들을 개인고객 업무로 돌리는 건 로펌이나 고객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변호사는 [시간=돈]인 사람들인데 굳이 새로운 영역에서 추가 시간을 들일 이유가 없고, 고객 측도 변호사가 뭔가를 새로 찾아보며 일하기보다는 충분한 경험으로 곧장 자기 일을 해결해 주길 바랄 테니까요.


즉, 돈 많은 고객들(아마 대부분 몇백억원 이상 가진 자산가들이겠죠)은 '자신들만의 개인 자산관리에 특화된 변호사'를 원합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라오는 법. 부띠끄 로펌은 이런 개인고객들의 법률수요에 맞춰 경험을 쌓은 변호사들일 겁니다.



부띠끄 로펌 변호사들은 위 (1)에서 말한 '부띠끄 양품점을 운영하는 미모의 여주인 컨셉'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변호사는 세금 잘 깎고 / 상속 문제 잘 해결하고 / 가끔 이혼사건 터졌을 때 재산분할에서 더 유리한 결론 이끌어 내면 그만입니다. 미모 따윈 아무 필요없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험악한 외모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긴 한데...


부띠끄(Boutique)의 개념이 단순히 '고급스러운 옷+장신구 및 화장품'에서 벗어나 '개인의 각종 재산 문제를 해결해 주는 법률서비스'로 확대되었다면, 이 개념이 더 확대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소설적 상상력의 영역입니다.



(3) 부띠끄 서비스가 더 확대된다면?


[부띠끄 = 일반인들이 누릴 수 없는 부자들만의 고오급 물품과 서비스]로 정의한다면, 부띠끄의 개념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의료, 스포츠, 취미활동, 그리고 어쩌면... 연애 및 성적 욕망의 영역까지.


의료 부띠끄가 도입되려면 아마도 '의료보험 이원화'가 되어야겠죠. 뭐 저는 딱히 현재의 의료보험 제도에 반대하지 않습니다만, 소설 설정으로는 뭐든 다 도입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민주주의 지지한다고 해서 소설에 절대왕정 적용 못하는 거 아니잖아요. 초 고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오급 개인병원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스포츠 및 취미활동도 고오급 서비스로 출품될 수 있습니다. 골프가 대중화되었다면 '더 비싼 골프'를 도입하면 그만이고, 취미활동을 고급화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돈 많은 개인을 위한 맞춤형 취미활동은 여러 가지 형태로 상상해 볼 수 있죠.


결정적으로 '연애 및 성적 욕망 영역'에서의 부띠끄. 고객이 남자라면 부띠끄 임직원(주인 포함)이 예뻐야 할 것이고, 고객이 여자라면 임직원이 잘생겨야 할 겁니다. 그냥 평범한 연애가 아니라 고객의 은밀한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수준이 되어야겠죠.


이 단계까지 상상한다면... 우리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소환해야 합니다. 마술적 사실주의도 아니고 매지컬 리얼리즘도 아닌 한국적 콩글리쉬의 판타지적 현실세계를 설정해야겠죠.


이리하여 [부띠끄 올케어] 설정이 탄생했습니다.



(4) 소설 시나리오 : 부띠끄 올케어(All-Care)


부띠끄 올케어.


이 서비스가 언제 생겼는지는 모른다. 광고를 안 하니 일반인들이 알 수는 없다. 그저 알음알음으로 '상위 0.1%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초 고가 최고급 서비스'라는 것만 소문났을 뿐.


부띠끄 올케어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케어(관리)'해 준다. `80년대 부띠끄 양품점처럼 빠숑(패션) 관리는 기본이고, 2000년대 뷰티 부띠끄처럼 화장품과 피부관리는 셋트메뉴이며, 2010년대부터 유행했다는 부띠끄 로펌처럼 고객의 세금 문제와 자산관리도 척척 해낸다. 세금상담 진행하면서 '부띠끄 헬스케어'로 건강검진 병행하는 건 아주 자연스럽고, 여기에 '부띠끄 하비(Hobby)'까지 더해지면 저절로 엄지척!


이 올케어 서비스를 진행하는 임직원이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는지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의사, 변호사, 패션 디자이너, 피부관리사, 골프 트레이너, 경비행기 조종까지 척척 해내는 데다 [예뻐]. 이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뭐, 서비스를 이용하는 갑부고객 입장에서는 이들의 정체를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그저 이 탁월한 올케어 서비스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연애와 성적 판타지 충족'까지 풀 서비스로 즐기면 그만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이혼, 재혼, 축첩(1첩2조...) 등등. 평생 한 번 있을까말까 한 특별 이벤트(!)도 올케어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다. 올케어는 뭐든 다 해준다.



올케어 서비스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대충 몇 가지만 생각해 보면


- 올케어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게 된 1천억원대 졸부

- 아내와 이혼한 중년남

- 연애에 실패한 젊은 금수저

- 자식이 마약에 중독되어 버린 갑부

- 결정적으로... 정치인


등등. 옴니버스 내용을 추가하기에 따라서는 초 장편이 될 수도 있다.



부띠끄 올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직원들의 정체는 초반에 밝혀지지 않지만,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면 판타지 설정으로 가는 게 자연스럽다. 아니면 SF설정을 도입하여 복제강화인간으로 가도 되고.


어느 쪽이든, 부띠끄 올케어의 배후에는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거든. 좋은 서비스를 누렸으면 그만큼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지.



부띠끄 올케어 서비스. 당신도 받아보시겠습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한루프 보이저(Voya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