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서 씁니다)
(3) 0번째 설정의 오류 : 현실인지 가상세계인지 알 수 없게 모호한 설정을 준 것이 오히려 역효과
앞서 말했듯이, 영화 '대홍수'는 현실과 분리된 무한반복 가상 시뮬레이션 세상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 그렇다고 현실과의 연결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습니다. 여주의 과거 기억, 우주선을 타고가다가 운석 파편에 맞아 우주선이 크게 훼손되고 옆구리에 큰 부상을 입어 곧 죽을 것 같은 모습, 영화 마지막에 지구를 둘러싼 5개의 거대 인공위성을 보여 주고 거기서 '이모션 엔진으로 감정을 학습한 복제인간들이 지구로 내려가는 모습'까지 연출했으니... 현실과 연결된 지점이 꽤 많다고 볼 수 있겠죠.
이렇게 현실과 연결된 상태에서 무한반복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리려면, 최소한 최초 시작 지점에서는 현실의 물리법칙과 상식을 아예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시작 이전 0회차부터 오류투성이 시뮬레이션이라면 제대로 된 감정을 학습한다는 전제 자체가 깨지겠죠. 게임으로 치면 '버그나깔았다' 수준으로 망작이 되는 겁니다.
이 관점에서 영화 대홍수의 '0번째 설정', 즉 여주가 번호 없는 하얀 티셔츠를 입고 나오는 부분을 살펴보면...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버그나깔았다 수준입니다.
하나씩 짚어 보죠.
- 헬조선 아파트 2층까지 침수됐는데 세상 모른 채 잠자는 여주
영화 설정상 '남극에 거대 운석이 떨어져서 모든 육지가 바닷물로 뒤덮이는 상황'입니다. 남극에서 멀리 떨어진 헬조선 땅에 쓰나미보다 먼저 '미칠 듯한 폭우'가 쏟아지는 건 거리상의 문제가 있으니 이해한다 쳐도, 남아프리카 ~ 남아메리카 일대는 이미 쓰나미로 다 휩쓸렸을 겁니다.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는 난리가 나야 정상(!)이겠죠.
그리고, 헬조선 아파트는 어지간하면 지하주차장이 있습니다. 영화 설정의 아파트는 복도식이어서 지하주차장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아파트 2층까지 침수될 만큼 폭우가 쏟아졌으면 그 전에 이미 아파트 경고방송이 나왔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잔다구요? 0번째 설정 자체가 가상 시뮬레이션이라 쳐도, 우주퐈이야초천재로 선발되는 7인의 과학자 중 한 명(혹은 그 과학자의 기억을 그대로 이식받은 슈퍼 AI 이모션 엔진)이 납득하기에는 어려운 설정이겠죠?
- 온 사방이 물에 잠겼는데 똥 싸러 화장실 가는 여섯살 민폐어린이
현실주의자인 제 와이프가 기겁(...)한 장면인데, 여주 못지않게 중요한 캐릭터인 여섯살 아들은 20몇 층 정도에서 '똥 싸러 화장실 갑니다'. 20층까지 물이 차올랐고 사람 시체가 온 사방에 둥둥 떠다니는데 아무데나 똥 싸기 싫다는 듯 굳이 양변기를 찾아갑니다;;
일단 물이 차올라서 전기가 끊긴 상황이고, 당연히 수돗물도 끊겼습니다. 여주가 걸레 빨려고 할 때 수도꼭지를 돌려도 물이 안 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매우 당연하게 양변기 또한 물이 안 내려갈 겁니다. 누군가 선빵(!)으로 똥 쌌다면 뒤따르는 사람들은 겹똥 싸야 합니다;;
화장실을 개방해 주는 착한 사람들은 이 겹똥 문제(...)에 대해 아무 불평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0번째 설정도 가상 시뮬레이션이라면 실제로는 겹똥이 쌓이지 않고 그냥 시뮬레이션 내부 전산데이터 문제니까 에디터(Editor)로 똥덩어리들을 삭제하면 그만이겠지만, 일단 현실성은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 분명 '약'을 먹어야 하는데 대충 설탕+오렌지주스로 해결 가능한 민폐어린이
이것도 제 와이프가 기겁한 장면인데, 0번째 설정 초반에 여주가 아들 약을 챙겼다가 그걸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30층 노부부 집에서 '설탕 듬뿍 넣은 오렌지주스'로 기절한 아들을 깨우고 그 이후로도 아무 문제 없죠. 마지막 4만 몇 번째 설정에서도 이 오렌지주스로 약을 대체하구요.
아니 무슨 약이길래 설탕+오렌지주스로 교체되는 거죠? 소아당뇨병인가요? 그럼 대충 사탕 챙겨도 되잖아요?
설정상 이 민폐어린이는 (아마도) 3D프린터 복제인간에 '울트라캡짱 AI 이모션 엔진'을 탑재해서 감정학습을 시킨 무한반복 여섯살 꼬마 같은데, 이 아이에게 무슨 약이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약이 설탕+오렌지주스로 대체가능하다면 뭐하러 약을 챙기죠? 오렌지주스에 약을 대체할 필수성분이 있는 겁니까?
이것도 결국 '가상 시뮬레이션이니까 대충 이해해!'라고 뭉갠다면... 도대체 0번째 설정과 현실은 어떻게 이어지는 거죠?
- 텅 빈 우회 계단
0번째 설정에서 여주는 '계단에 사람이 꽉 차 있는 모습'을 보자 아파트 외벽의 우회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이 계단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중간에 자전거+폐가구 정도로 막혀 있을 뿐,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물론 이건 이후 수백번째 설정에서 '다른 사람(가상 시뮬레이션 속의 NPC)들이 우회계단에도 꽉 차 있는 현상'으로 바뀝니다. 결국 0번째 설정 자체도 가상 시뮬레이션이었고 여러 번 반복하면서 오류를 수정해 가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영화적 장치였던 거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0번째 설정 자체가 가상 시뮬레이션이었다면... [진짜 현실]은 어디까지인 거죠?
뭐, 영화 중간중간 '진짜 현실'에 대한 내용이 잠깐씩 나오긴 합니다. 남편(혹은 남친)과 함께 물에 빠져서 아들만 구해서 올라오는 장면 / 남편(혹은 남친)이 여섯살 아이를 보면서 '니가 ㅇㅇ구나.'라고 처음 본 듯한 반응을 보이는 장면 / 엄마인 여주인공이 이모션 엔진으로 감정훈련을 받은 아이에게 전혀 애정을 보이지 못하고 이 아이를 연구시설로 돌려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 등등.
눈치 빠른 분들은 바로 알아보셨을 겁니다. 심지어 이 '진짜 현실인 것처럼 떠오르는 기억'조차도 모순됩니다. 자동차 통째로 물에 빠졌다가 아들만 구하면서 모성애 폭발하는 것 같기도 하다가 / 남편(혹은 남친)이 아들을 처음 본 듯한 반응을 보이다가 / 엄마인 여주인공은 3D프린터 복제인간인 듯한 아들에게 전혀 애정이 없었는데 / 이모션 엔진으로 넘어간 엄마의 기억은 4만번의 학습을 통해 미칠 듯한 모성애를 학습한다는 건데... 이 '미칠 듯한 모성애 학습'에서 어디까지가 진짜 현실에 기반한 걸까요?
영화감독은 일부러 이걸 모호하게 표현하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2500여 년 전 철학자 '장자'처럼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서 0번째 설정이 현실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현실과 밀접하면서 또 기억 중 일부는 현실인 듯 한데 사실은 현실이 아니었고 모성애 대폭발이 신인류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무조건 암기하라구욧 빼애애액 시전하는 듯 하면서 같기도 설정으로 원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현실비판하는 것 같은데 뭘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한국 SF에서 고질적으로 드러나는 '쿨찐 SF 증후군'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겠네요. 전략적 모호함, 열린 결말 등등은 장자 사상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고, 이유없이 뜬금없이 호접몽 같기도 설정 넣어봐야 재미없어요.
(4) 4만 얼마까지 발전하는 설정 : 매트릭스 및 유사설정 작품들의 하위호환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매트릭스]는 위대한 SF영화였습니다. Unfortunately, no one can be told what the matrix is. 1편 개봉한 지 3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모피어스의 대사를 외우고 있을 정도입니다.
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했었는데, 매트릭스 2~3에서는 [기계가 의도적으로 인간을 가두리 양식 스톼일로 관리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갑니다. 매트릭스는 여러 번 포맷되었고, 그 매트릭스마다 '외부 도시 시온을 건설해서 기계에게 반항하는 인간 세력'이 있으며, 네오(Neo)는 7명의 남자와 16명의 여자를 데리고 그 시온을 건설할 운명이죠. 남자 여자 비율이 안 맞아서 일부다처제를 구현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구요.
매트릭스가 몇 번이나 재구현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 위에 언급한 모피어스의 대사대로, "매트릭스가 뭔지 들어 본 사람이 없어."죠. 초기 매트릭스가 너무 행복하거나 / 너무 불행했다는 언급만 있을 뿐, 이게 10번 재구현되었는지 / 10만 번 재구현되었는지 / (어벤저스 인티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하듯이) 1400만번 재구현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즉, [시뮬레이션을 무한으로 돌리면서 계속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컨셉은 2000년대 초반 매트릭스2에서 이미 선언한 내용이에요. 새로울 게 없단 말입니다.
또한, 이 설정은 여러 SF(미쿡인이 총질하는데 일부 요소만 갖고 SF라고 주장하는 작품 포함)에서 이미 여러 번 우려먹었습니다. 사골이 바스라질 지경이에요.
'무한반복 시뮬레이션'의 대표주자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있습니다. 불멸의 스턴트 배우 톰 크루즈(한국 한정으로 크'루저(loser)') 형님이 노익장을 과시할 나이에 50kg 넘는 중갑옷을 입고 열연했다는 영화죠. 해피엔딩까지 가려고 수십만번 죽었을 겁니다.
처음에는 슈퍼 꽃미녀 배우가 여주인공이었으나 어느새 너무 늙어 버려서 아줌마 티 팍팍 나는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도, 여주인공 앨리스는 수천~수만명 복제되어 끝없이 실패하고 그 중 1개 개체만 겨우 성공했다는 설정입니다. 주인공 앨리스가 황량한 지구에서 무쌍 찍는 동안에도 수많은 복제 앨리스가 죽어나가죠.
설정은 약간 다르지만,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 [아일랜드](이완 맥그리거, 스칼렛 요한슨 주연)에서도 '갇힌 시공간' 설정을 전개합니다. 복제인간은 언젠가 내장을 들어내서 원본 육체에 제공하고 죽어야 하지만 그 운명을 알려 주면 복제인간이 싫어할 것이고 / 그렇다고 복제인간의 뇌를 제거하면 일찍 죽어버리므로, 할 수 없이 '별도의 섬에 고립시킨 뒤 지구종말 상태에서 마지막 안식처로 모여 살아남은 거다!'는 거대한 구라를 시전하죠. 현실생활을 하긴 하지만 갇힌 시공간이라는 측면에서는 무한반복 시뮬레이션과 다를 바 없습니다.
4만 번 반복한 시뮬레이션이라... 닥터 스트레인지 형님께서는 1400만 번 반복하셨어요. 기왕 숫자놀이 하는 김에 오조오억번으로 하셨으면 더 나았을 텐데. 뷔페미 세력한테 찍힐까봐 그건 못하셨던 건가요?
(5) 대한민국 SF의 고질적인 문제 :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할 필요는 없지만, 기존 작품을 짬뽕하는 데에 응용력이 부족합니다
대한민국 SF의 고질적인 문제... 라고 하면 상당수 사람들은 '과학적 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달에서 나온 월수는 물이 아니더라 얼쑤월쑤 수준의 설정이면 과학적 기반이 약하긴 하죠. 겉보기에 물과 똑같고 성질 또한 물과 유사하며 성분분석을 해도 물처럼 보이는데 막상 알고보니 단백질 DNA+RNA 기반 생물이더라 식의 설정으로는 과학적 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성공하는 SF는 다 과학적 기반이 강하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굳이 SF장르를 분류하지 않고 미쿡인이 총 쏘는 게 주요 내용인데 거기에 살짝 SF를 올리는 수준인 '헐리우드'에서도 세밀한 SF설정을 붙이지는 않아요.
대표적으로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 엔드게임'에 등장하는 [아이언맨 나노슈트]를 들 수 있습니다. 대충 손으로 툭 치면 억 하고 쓰러지지...는 않고 골드티타늄 합금보다 몇십배 딴딴한 나노슈트 외장갑옷이 짜잔! 참 쉽죠?
아이언맨 나노슈트는 물리법칙 따위 잣까라 그러고 매우 편의적으로 만든 설정입니다. 어벤저스 때 도입했다가 이후 앤트맨 후속작 등등까지 우려먹었는데 그 때는 역풍 맞았죠. 대충 그래픽으로 때우는 짓 하지 말라는 반발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벤저스 시리즈 내에서는 아이언맨 나노슈트에 대한 비판이 별로 없었어요. 왜냐? 재밌거든요. 최강 빌런 '타노스'에 맞서기 위해서 이 정도 업그레이드는 필요했거든요.
아이언맨 나노슈트는 과학적 기반 없이 갑툭튀로 넣은 편의적 설정이지만, 타노스가 워낙 압도적이었고 / 아이언맨이 우주로 날아가야 했으며 / 위성 한 개를 통째로 소환해서 내리찍어 버리는 타노스에게 맞서서 대전투를 벌이려면 필요했습니다. 즉, [영화 자체에서 필요한 설정] 이었으니까 관객들이 수긍했던 겁니다.
반면 앤트맨 후속작에서 앤트맨과 와스프가 나노슈트를 입는 건 편의적 발상이라고 욕 먹었습니다. 그 때는 나노슈트로 변신할 필요가 없었고, 이미 나노슈트 기술을 도입했다면 아이언맨 수준으로 강화하는 게 당연한데 그런 강화 조치도 없었거든요.
결국 대한민국 SF에서 과학적 기반이 약하다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과학적 기반을 약화시킬 필요가 없는 영역에서 뜬금포 철학을 강조하려고 과도한 설정놀이를 하는 것]이겠죠.
즉, '재미'를 위해서 일부 영화적 설정을 도입하는 것 정도는 관객들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미쿡인 총질 영화에 자주 나오는 '무한탄창', 헐크 영화에서 핵심(?)인 '아무리 커져도 찢어지지 않는 팬티', 나홀로집에 시리즈에서 벽돌에 맞고 불로 타면서도 잘 살아남는 도둑들, 인간 신체 크기 면적에 내리쬐는 태양빛으로는 한 시간 분량을 모아도 밥 한 끼 열량이 안 되는데 10초만 태양빛을 받아도 모든 상처를 회복하고 힘을 얻는 '슈퍼맨'. 이런 영화적 설정은 관객 모두 즐거워하고 여유롭게 받아 줍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적 설정이 영화 자체의 재미와 무관하게 '감독 내지 제작진의 뜬금포 철학'을 위해 넣은 거라면... 현실 과학의 매서운 반격을 받게 됩니다. 그럴 수 밖에 없어요.
대표적으로,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저는 한 편도 안 봤지만) 아이언하트(속칭 아이언 니X)의 '태양광 전기충전 수트'가 딱 이런 뜬금포 철학입니다.
이미 완벽한 친환경 클린에너지에 공해 전혀 없고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코스프레 발전방식보다 오조오억배 더 우월한 '상용 핵융합 아크원자로'를 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이유 없이 논리 없이 재미도 없이 '아몰랑 무조건 태양광이 킹왕짱이라구욧 빼애애액!'을 상징하려는 듯 아이언맨 수트에 태양광 패널 부착. 장난까냐 도둑년아? 앰흑마법이나 배워.
한국 SF에서 이런 뜬금포 철학을 들어내야 합니다. SF설정은 그 자체로 재미있어야 해요. 미쿡인 총질로 재미를 보완할 수 있다면 일부 SF설정을 왜곡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설정 자체가 재미있어야 합니다. 감독 or 제작진의 개똥철학은 그 다음이에요.
이렇게 '재미를 우선으로 내세우고 양념으로 살짝 개똥철학을 덧붙이는 작품'으로 가까운 나라 일본의 [공각기동대]를 들 수 있습니다.
공각기동대는 뭔가 대단한 철학적 기반을 가진 양 허세를 부리지만 사실 별 거 없어요. 공각기동대의 '뇌는 인간이지만 몸은 전신 의체인 사이보그'는 이미 `80년대 미쿡 총쏘는 영화 '로보캅'에서 나온 것이고,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은 로보캅 외피를 인간 스킨으로 덧씌웠을 뿐입니다. 공각기동대의 1인 전차 타치코마는 ED-209의 소형화 버전이죠(ED-209가 역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메카를 베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공각기동대의 사이보그는 로보캅에서 따 왔는데, 영화 배경은 `70년대 작품 블레이드 러너(소설 원작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많이 오마쥬 했습니다. 공각기동대 극장판 2편에서는 대놓고 블레이드 러너와 유사하게 배경묘사를 하죠.
이렇게 공각기동대 자체는 '기존에 유행한 명작들을 적절히 짬뽕한 잡탕'에 불과하지만. 인트로에 깔아 주는 [인류의 기술은 모든 지성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만큼 발전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모든 지성체가 그 성과를 누리지 못하는 시대] 같은 대사도 중2 쿨찐병 넘치고 허세 쩌는 대사지만.
공각기동대는 크게 성공했습니다. 독자적인 세계창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기존 유행작들을 따 와서 응용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대박 났어요. 왜냐? 재밌거든요.
과학적 기반 약해도 상관없습니다. 새로운 창조 없어도 됩니다. 기존 히트작을 짬뽕해도 무방합니다. '재미'만 있으면 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영화는 '재미 최우선!'을 중시하는 수준에 올라왔습니다. 유독 SF영역에서는 그 재미 최우선 사상(?)이 약하고 감독과 제작진의 쿨찐병 개똥철학이 더 강하게 드러나지만, 이것도 오래 가진 않을 겁니다. 조만간 슈퍼울트라캡짱우주퐈이야대천재 감독이 짠 하고 등장해서 [재밌는 SF]를 만들어 줄 거예요. 그렇게 기대해 봅니다.
이상. SF작가를 표방하지만 여전히 SF영역에서 죽 쑤고 있는 아마추어 웹소설 작가의 영화평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