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기술) 이력서 쓰기 - 법무직군 각론

by 테서스


(앞 편 일반론에 이어 서술합니다.)


(1) 법무는 뭐 하냐


“회사에서 법무팀은 뭐 하는 곳인가요?”


회사 법무담당자들이 자주 듣는 얘깁니다. [법무는 뭐 하냐].


이 말 속에는 다음 의미가 감춰져 있을 때가 많습니다. “소송은 변호사가 다 하는 거 아냐? 괜히 법무담당자 더 있어 봐야 별로 하는 거 없어 보이는데?” 라는 문맥. 소위 ‘행간(行間)에 숨겨져 있다’라고 하죠. 행간에 숨겨진 의미로는 “법무직 채용했는데 괜히 헛돈 쓰는 거 아냐?”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회사는 ‘돈 버는 게 지상과제인 법인’입니다. 근거법령부터가 ‘상법’이죠. 돈 버는 게 주특기인 상인들이 더 잘 벌려고 만든 상사법인이 회사(會社)입니다.


그래서, 회사는 태생적으로 ‘돈 쓰는 조직’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돈 쓰는 조직 중 ‘돈 관리하는 조직’인 재무-회계팀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조직은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죠.


그러니, [법무는 뭐 하냐]라는 말 들었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저 말은 기획/인사/감사/총무/상생협력 등등 지원부서 전반에 다 적용되는 얘기거든요.


그렇긴 한데… 유독 “뭐 하냐?”라는 얘기가 법무 쪽에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해야 할지, 법무담당자들이 저 얘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사팀 담당자에게 “인사 요즘 많이 널럴해?”라고 하면 가볍게 받아넘기는데, 법무팀 담당자에게 “법무 요새 노나 보네?”라고 하면 얼굴 굳어질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결국 [외부의 강려크한 존재]를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회사 내 법무담당자들이 항상 의식하는 외부의 강려크한 존재들. 판사-검사-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3륜’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소송하면 변호사 선임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가아끔 변호사비 아낀다고 사내변호사 채용하거나 / 비변호사 법무담당자를 지배인등기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걸로 돈 아낄 바엔 그냥 법무담당자 1명 채용 안하고 각 현업부서가 직접 변호사 컨택하는 게 더 낫습니다. 정규직 1명 채용하는 게 비용 만만찮게 들거든요.


이렇게 대외적으로 ‘변호사’라는 존재가 있고, 로스쿨 이후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사내변호사’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실무자 단계에서는 이 사내변호사를 의식하면서 / 외부 소송은 또 다른 변호사에게 의뢰하다 보니 2중으로 신경쓰게 됩니다.


그리고, 법무 직군으로 어느 정도 올라가면 ‘전관’을 의식하게 됩니다. 부장판사/부장검사로 재직하시던 분이 회사 부사장 급으로 뽷! [아 나는 진급 막히겠구나]라는 생각이 자동빵으로 따라옵니다.



이렇게 외부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회사 내 법무팀으로 일하는 법무담당자들. 이들이 “법무 뭐 하냐?”라는 말에 민감한 반응 보이는 건 뭐, 일단 이해는 됩니다. 저 자신도 그런 법무담당자이고 자격증 없는 비변호사이기도 하니, 같은 법무담당자들 입장 이해하긴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앞에서도 전제했듯이, “~~는 뭐하냐?”라는 얘기가 법무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원부서’로 묶이는 모든 부서에 다 같은 얘기 나올 수 있습니다. 인사, 총무, 기획, 감사, 상생협력, IT, 감사 다 비슷한 얘기 들을 수 있습니다.


법무만 유난 떨 일은 아닙니다. 다른 지원부서는 ‘외부의 강려크한 존재’가 없긴 하지만, 법무 직군 한정으로 외부존재가 있다고 해서 더 유난 떨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다고 제3자가 이해해 주는 것도 아니구요.


법무는 그냥 자기 할 일 하면 됩니다. 다 회사에서 필요하니까 뽑은 사람들이거든요. 회사가 요구하는 만큼 일 하면 그만입니다. 특히 ‘경력직 법무담당’이라면 더더욱 일만 잘 하면 됩니다.

(앞 마인드셋팅에서 ‘가후 스타일’ 강조했었죠. 딱 그겁니다. 낄끼빠빠, 가늘고 길게.)



그렇긴 한데… (제 기준에서 볼 때) 가끔 오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법무 특유의 조급함 때문인지 사회적 환경 변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더 추상적인 논의로 올라가 구름 위에서 노는 듯한 모습 보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버 1단계.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입니다.



(2) 나 컴플라이언스 하는 사람이야!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최민식 배우가 맛깔난 연기를 펼치죠. “마 니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마 니들 서장이랑 밥도 먹고. 마 술도 먹고. 마 싸우나도 같이 가고. 마 그런 사람이야!”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 배우도 한 마디 합니다. “나 E대 나온 여자야!”


그리고, 2020년대 회사 법무담당자 중 “나 컴플라이언스 하는 사람이야!”를 강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력서 단계에서부터 강조하는 경우도 있고, 면접에서 더더욱 강조할 때도 있습니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줄여서 CP. 한국말로 번역하면 대충 ‘준법활동지원’ 내지 ‘준법경영’ 정도 되겠네요.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ESG 경영 등등과 함께 용어 도입되면서 엄청 강조되는 추세입니다.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일반법무와 분리되어 있는 회사도 많습니다. 공정거래 분야 중심으로 ‘실전 컴플라이언스’인 때도 있고, 개인정보 내지 주주총회와 공시까지 엮어넣을 때도 있으며, 지속가능경영과 환경 문제까지 컴플라이언스 소관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걸 반대로 얘기하면… [컴플라이언스 업무의 개념 정의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고 깎아내릴 수도 있죠.


실제로 대다수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직무 관련 설명을 보면, 진짜 회사마다 다 다릅니다. 그나마 기존 규제가 많았던 금융기관 쪽에서는 ‘금융 관련 규제법령 대응’으로 어느 정도 구체화되는데, 그런 게 아닌 일반회사에서 컴플라이언스라고 하면 천차만별입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일반 계약검토도 컴플라이언스입니다!’라는 주장을 들어 본 적도 있습니다.



준법경영. 법 잘 지켜서 오래오래 잘 살아남는 회사 만들자. 좋은 얘깁니다. 너무 좋은 얘기라서 실체가 뭔지 알기 어려울 뿐.


그리고, 컴플라이언스 들어오기 전 법무팀이 ‘탈법지원부서’였던 것도 아닙니다. 법무팀이면 당연히 법 잘 지키자고 하죠. 계약검토는 현행 법 체계 내에서 강행규정 위반 사항 없는지 살피는 게 핵심이고, 소송하면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규정대로 진행합니다. 정통 법무업무가 컴플라이언스와 분리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가끔은… “나 컴플라이언스 하는 사람이야!”를 강조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것도, [주요 업무에 컴플라이언스 얘기 0.1도 없는 회사에 경력직으로 이직하겠다고 지원한 사람의 이력서]에서.



제가 처음 컴플라이언스 팀 분리를 본 건, 나름 계열사 전체 법무담당자가 80명 정도 되는 대기업집단에서였습니다. 그것도 ‘공정위 업무’만 중심으로 분리해서 지주사에서만 컴플라이언스팀 신설하는 정도였습니다. 계열사는 법무/컴플 분리 없이 기존 그대로 법무팀이 다 커버했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대다수 중견기업에서는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따로 분리하지 않습니다. 법무는 당연히 ‘준법지원 업무’를 포함하고 있고, Job Discription에 컴플라이언스 얘기가 없다면 더더욱 분리되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혹시 일부 언급해도 대부분 ‘공정위 대관업무’ 정도구요.


그런데 이런 중견기업에 지원하면서 ‘컴플라이언스’를 강조하고, 심지어 그 컴플라이언스의 세부 내용을 물어 봤을 때 공정위 업무 아닌 ‘일반 계약검토’를 얘기한다면… 면접자가 좋게 생각하긴 어렵겠죠?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 없이 “나 컴플라이언스 하는 사람이야!”라고 주장하는 건 역으로 “나 실제 분쟁관리 경험 없어!”라고 실토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진짜로 공정위 분쟁 대응해 보고 형사사건 방어해 보고 기업집단내부규제 처리해 본 사람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쓰지, ‘컴플호소인’으로 추상적인 말잔치만 하지는 않습니다.


변호사와 차별화되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한 듯 포장하려는 건 좋지만, ‘실체가 없는 포장’은 부풀리기에 불과합니다. 법무이력서 작성 및 면접시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어지간한 회사들은 그런 과대포장에 속지 않아요.



(3) 리스크를 0으로 만들겠습니다.


변호사 차별화 얘기와 관련하여, 또 하나 오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컴플라이언스 오버와 비슷한데, ‘리스크 관리’에 대한 오버입니다.


리스크(Risk). ‘위험’이라는 뜻이죠. 장래 발생할 수도 있는 경제적 손실을 의미하는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법무팀을 ‘리스크 관리 부서’로 부를 때가 많습니다. 아예 명칭 자체를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으로 할 때도 있죠. 회사에 손실 안 나게 계약검토 단계부터 잘 관리해라, 나중에 손실 생겼는데 계약체결 잘못해서 손실 생긴 거면 법무팀도 연대책임이다, 뭐 그런 겁니다.


외부에서 소송만 담당하는 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해당 회사의 사전 리스크 점검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소송전문 변호사들은 ‘현실화된 리스크의 사후 대응’을 할 뿐, 사전에 미리 예방해 주진 못해요.

즉, 사전 리스크 점검 및 관리는 사내법무팀의 역할 맞습니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전통적인 업무영역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기서도 오버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목에 쓴 대로 [리스크를 0으로 만들겠다]는 오버.



리스크 0. 가능할까요?


저는 이런 얘기 들으면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합니다. “리스크를 0으로 만들고 싶으시다면 이 회사 팔아치우고 매각대금 은행에 예금해 두시면 됩니다. 가급적 스위스 은행으로.”

(요즘은 스위스 은행도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안전한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끝없이 사업을 하는 조직이고, 당연히 어떤 계약 건이든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에 지구를 휩쓴 ‘코로나19’가 있었죠. 2019년 말까지 아무도 예상 못하던 리스크가 전 세계를 뒤덮었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의 계약서에는 불가항력(Force Majeure)에 광역전염병(Pandemic) 내지 지역전염병(Epidemic)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 전 세계 기업들의 법무팀은 다들 리스크 관리 못한 거네요? 저 ‘리스크 0 목표’의 관점에서는 그러할 것 같죠?


리스크 0. 엄청난 오버질입니다. 이력서에 [수백개의 계약서를 검토하면서 계약서를 표준화하여 리스크를 0으로 만들었습니다.] 라는 얘기는, 잠시 관점을 바꿔서 보면 “저는 구체적인 분쟁 경험이 거의 없고 계약서 검토만 해 왔습니다.”라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 너무 강조하지 말라는 얘기를 좀 길게 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외로 간단합니다. [법무담당자도 그냥 회사원]이라는 것. 그걸 기반으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4) 법무=회사원


사내변호사든, 미국변호사든, 자격증 없는 비변호사든, 일단 회사에 들어왔으면 모두 ‘회사원’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회사원. 그게 디폴트(Default) 값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탄생한 조직’입니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회사원들도 모두 상인(商人), 즉 ‘비즈니스맨’이죠. 자격증이 있든 없든 모두 비즈니스맨입니다.


비즈니스맨은 본인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회사의 가치도 높여야 합니다. 즉, ‘돈을 벌거나 / 쓸 돈을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만, 이렇게 얘기하면 “~직접소송을 통해 변호사비 ~원을 절감하였습니다.”를 강조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건 아닙니다. 절감한 변호사비가 본인 연봉 이상 되는 상황이거나 처음부터 지배인등기 할 비변호사 법무담당자를 채용하는 회사라면 모르겠는데, 그거 아니면 변호사비 절감은 별 의미 없습니다.


법무가 회사원이고 비즈니스맨이라는 것은, “법무담당자로서 회사의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었던 업무적 경험을 강조하라”는 의미입니다. 승소 사례, 승소한 사건의 주요 법리, 그 법리 준비 과정에서 본인이 수행한 구체적 자료수집 방법 등을 이력서에 담으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본인이 안 한 걸 강조할 수는 없겠죠. 회사에 따라서는 진짜로 계약검토만 하고 다른 구체적인 소송 건은 안 해 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분이 다른 회사 이직하려고 이력서 쓰면 “승소 사례”가 나오기 어렵긴 합니다.


다만, 이렇게 계약검토만 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가 세분화된 회사라면 딱히 이직할 이유도 없을 겁니다. 크고 안정된 회사에 계속 다니시는 게 더 낫겠죠?^^


법무 경력자를 뽑는 회사라면, 대부분 분쟁 규모와 숫자가 많아지고 이를 감당할 직원이 필요해서 뽑는 겁니다. 즉, “당장 전투에 투입할 분쟁담당자”가 필요한 거죠.


이 분쟁담당자 자리에 지원하면서 컴플라이언스 / 리스크 제로 관리 등 추상적인 얘기 하시는 건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있어빌리티”는 기업 법무담당자에게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글 쓰다 보니, 이력서 말고 실제 업무 단계에서 할 얘기도 많이 들어갔네요. 다음 챕터에서는 다시 ‘일반론’으로 돌아가 [면접 준비]에 대해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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