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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Apr 01. 2024

금성에 살고 싶어 - (하)

(앞 편에 이어서 씁니다.)


(4) 금성에 초 고대 문명이?


앞 챕터에서는


- 금성의 현재 상황 (치킨튀김기름보다 더 뜨거워서 생명체가 살기 어려움) 및


- 그걸 나름 현실성 있게 극복하는 방안 (물론 문과갬성으로 막 쓴 거라 핵겨울 작전이나 열온도차 발전 전기차량이 실제 될지는 모릅니다)


을 다뤘는데요. 여기까지는 나름 SF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상력을 굳이 SF에 제한할 필요는 없죠. 상상력을 더 펼쳐서 판타지와 신화의 영역으로 확대한다고 해서 문제될 건 전혀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SF와 판타지를 동일 장르로 묶기도 한다는데 대충 다 엮어넣으면 그만입니다.


자, 문과갬성을 조금 더 확장시켜 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성의 과거부터 살펴봐야겠죠. '바다가 있던 시절'의 과거부터요.



1) 과거 금성은 생명체가 살 만한 곳이었다


전전 챕터에서 언급했듯이, 금성은 골디락스 존에 포함됩니다. 금성의 대기가 지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이 될 수 있었다는 거죠. 20세기 중반의 과학자는 금성의 온도에 대해 '지구의 플로리다와 비슷할 겁니다.'라고 얘기하기도 했었다고 하구요.


만약 이 정도 환경이었다면 오히려 지구보다 더 많은 생명체가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의 여름 날씨처럼 태양빛을 많이 받는 곳은 80~90도까지 올라가서 찜통더위겠지만 다른 곳은 30~40도 수준으로 식물이 더 잘 자랄 것이고, 동물들도 고온 환경에 적응해서 그에 맞게 살았겠죠. 빛에너지와 열에너지가 많아서 더 활발한 생명활동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과학자들은 [몇십억년 전에는 금성에 바다가 있었다]고 추정합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고 그래서 불지옥이 되지 않았던 시절, 금성에는 바다를 이룰 정도의 물이 있었고 그 물이 지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순환했을 거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금성의 대기에는 물(H20)을 구성할 수 있는 원소가 남아 있습니다. 이산화탄소(CO2)에는 산소 원자가 있고, 금성 대기 상층부에는 황산(H2SO4)이 있어서 수소 원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분해하고 황산에서 수소원자를 떼내 합치면 물이 되죠. 황산에서 유황(S)과 산소(O2)를 떼내면 바로 물(H20)을 만들 수 있기도 하구요.


또한 금성의 대기에는 질소(N2)도 있습니다. 지구에서처럼 공기의 78%가 질소로 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질소를 샀는데 과자가 따라왔어요 수준으로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질소가 있긴 있습니다. 생명체의 필수요소인 단백질~아미노산 구조를 만들 재료도 있다는 얘기죠.



20억년 전인지 30억년 전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당시의 금성은 지금보다 훨씬 낮은 온도였고 물이 순환하면서 바다를 이루었으며 금성 내부적으로 탄소+수소+산소+질소 원자를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골디락스 존 내에 위치한 암석행성답게 생명체를 탄생시킬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금성은 열에너지와 빛에너지가 지구보다 훨씬 더 풍부합니다. 일조량을 따진다면 금성의 단위 면적당 일조량이 지구보다 2배 이상 높을 거예요. 일단 생명체가 태어나고 그 생명체가 태양빛을 이용할 방법만 찾는다면 - 지구의 광합성 내지 열합성과 비슷한 작용을 생명체 스스로 개발해 낸다면, 그 생명체의 진화 속도는 지구보다 더 빨랐을 겁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지구에서 생물이 진화해 온 역사는 38억년에 이른다고 합니다. 38억년 전 원시 바다 속에서 코아세르베이트가 합성되고 그게 단세포생물이 되었으며 현재 인간까지 오는 데에 38억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기나긴 역사 중간에 몇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알고 있는 것만 따져도 대략 3억 년 내에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대멸종의 끝에 '인간 급 지성체'가 태어나는 데에는 몇백만년이면 충분했습니다. 2족보행부터 따져도 500만년을 넘지 않고, 손에 돌땡이 들고 다른 짐승들 등짝을 좃아 버리는 시기부터 따지면 100만년도 안 됩니다. 돌을 갈아서 써먹는 시점부터 계산하면 2만년이라고 하죠.


즉, 우주적 단위로 볼 때 어느 정도 수준을 넘은 다세포생명체가 인간 급 지성체로 진화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진짜 짧게 잡으면 10만년이면 됩니다. 지구보다 빛에너지와 열에너지가 더 풍부한 환경이라면 그 가능성도 상당히 높구요.



20억~30억 년 전의 금성에 바다가 있고 거기서 탄소+수소+산소+질소 원자가 녹아들었다면, 금성에 생명이 탄생했을 가능성이 (문과갬성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높습니다. 지금은 치킨튀김기름보다 더 뜨거운 지옥불 행성이지만 과거의 금성은 현재의 우리 지구 이상으로 생명이 번창하는 멋진 행성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초 고대 문명 하나쯤은 설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자, 여기서 또 한 발짝 더 나가 봅시다. '지구의 신화'에서 금성 초고대문명설 단서를 찾아 볼까요?



2) 샛별의 이름


우선 하나 명확히 밝히고 가겠습니다. 저에게는 성경 또한 '신화(神話)'라는 점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아멘 나무아미타불 인샬라 동시에 외칠 수 있고, 또 그 중 그 어느 것도 믿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그리스신화 북유럽신화 인도신화 이집트신화 단군신화 모두 똑같은 옛날이야기고, 성경 또한 동일하게 봅니다. 즉, 성경은 제 기준에서 볼 때 그리스신화와 동급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걸 밝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제목에 쓴 '샛별의 이름'이 성경신화에 나오는 최강 악마의 이름이거든요.


샛별의 이름. 그건 '루시퍼(Lucifer)'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저에게 성경은 신화일 뿐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악마의 이름도 저에게는 신화의 한 요소예요. 악마숭배 그딴거와 아무 관련 없습니다.)



새벽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 샛별.

밤하늘의 별 중에서 가장 밝고 태양이 뜨기 직전에 가장 찬란하며 태양이 뜨면 사라지는 별, 샛별.


여러 신화에서 금성(샛별)은 태양신에 맞먹는 존재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악역을 맡을 때에는 태양신에게 도전했다가 깨지는 존재고, 선역일 때에는 태양신과 동급으로 대활약을 펼칩니다.


성경 신화에서 루시퍼(샛별)는 여러 가지로 변화를 겪었는데, 최종적으로 정리된 내용에 따르면 [유일신 아래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천사장이었다가 감히 유일신에게 도전하는 바람에 땅 끝으로 처박혀 악마의 왕이 된 존재]입니다. 유일신 사상이 확대되면서 예전 신화의 주요 신들이 악마로 묘사되기 시작했고, 루시퍼 또한 그런 너프(!)에 당한 거죠.


그리고, 성경 신화가 확대되면서 그 이면(裏面)에 있는 루시퍼 악마 신화도 함께 성장합니다. 악마들의 조직도가 완성되고 서열관계가 확립되며 악마 특성도 정립되죠. 루시퍼를 정점으로 한 악마 문화(?)는 하나의 판타지 설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 악마 신화의 설정 중에 좀 특이한 게 있습니다. [악마는 유황(S)을 좋아하고, 몸의 상당 부분이 유황 성분으로 구성되었다]는 설정인데요.


어어, 잠깐만. 이거 앞 편에서 언급한 과학지식과 연결될 것 같지 않나요?


맞습니다. 금성의 대기 성분에 황산(H2SO4)가 많다고 합니다. 450도로 펄펄 끓는 대기에 비가 내리면 '황산의 비'가 내린다고 하네요. 인간이 거기 있으면 백숙으로 푹 삶기는 동시에 황산비를 맞아 피부가 심하게 손상될 겁니다.


또 하나 덧붙이면, 지구 생명체에 필수적인 성분인 인(P)을 황(S)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카더라 얘기가 있습니다. 문송해서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아무튼 유황을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성경 및 그 파생물인 악마 신화에서 '황을 기반으로 한 지적 존재'는 '금성에서 번창했던 문명의 후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종교와 무관하게 철저히 판타지 설정으로만 접근하는 점 다시 말씀드립니다.



3) 소설 설정 : 금성의 초 고대 문명과 그 후예들


대략 10억~20억 년 전에 금성에 바다가 있었고, 원시 지구와 유사하게 바다에서 생명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구에 비해 열에너지와 빛에너지가 풍부한 금성의 특성상 생명체의 진화 속도는 지구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몇억년 만에 고등지성체가 등장할 정도였죠.


금성의 고등지성체는 지구의 인간보다 더 발전한 문명을 이뤄 냈습니다. 황(S)을 기반으로 한 그들의 생명체계는 우주의 차원접점에 흐르는 에너지를 감지하고 그걸 끌어내는 수준까지 올라갔고, 마나(Mana)를 기반으로 한 마법 문명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고등생명체의 활동으로 인해 금성의 대기가 오염되어 버렸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폭증하면서 금성 전체가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산성비가 계속 내렸고 식물은 죽어갔으며 결국 바다가 말라 버렸습니다.


(21세기 지구와 유사한 환경이죠?)


금성의 고등지성체들은 '탈출'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지구의 일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가려고 노력하듯이) 금성의 지성체 몇몇은 지구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몇몇은 (이 또한 지구의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듯이) 아예 태양계를 벗어나 먼 우주로 나아가려 했습니다.



그리고 20억년 후.


지구에는 금성 고등지성체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습니다. 뮤대륙, 아틀란티스, 유황 성분으로 구성된 악마종족, 기타등등.


금성에는 과거 찬란했던 문명의 유적들이 남아 있겠지만, 지구 인간의 힘으로는 아직 그 문명의 유적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러합니다.


더 먼 우주로 나아간 금성 고등지성체들이 다시 태양계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돌아온다면 '태양계 전체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할지도 모르죠. 20억 년 후배(?)인 지구인 따위는 발톱의 때 수준으로 무시할 수도 있구요.


금성을 개발하려다 초 고대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 지구인. 그 지구인을 발톱의 때로 여기는 '돌아온 금성인'. 정체를 숨기고 지구 지하에서 살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지구 이주 금성인(루시퍼를 비롯한 악마종족)'.


3파전으로 끌고 갈 수 있겠네요. 스타크래프트 이후 3종족 대립은 국룰(!)이죠.



여기까지만 구상하겠습니다. 언젠가 이 설정도 써먹을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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