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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Mar 25. 2024

금성에 살고 싶어 - (상)

(1) 서론


예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소설(?)이 유행했었습니다. 자기계발서 내지 에세이로 알려져 있지만 굳이 '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건 대략 제 주관적인 기준이구요.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에서 화성=남자 / 금성=여자 로 묘사한 건 아마 화성과 금성의 유럽 문화권 이름 때문일 겁니다. 화성은 마르스(Mars), 금성은 비너스(Venus)죠. 각각 군신 아레스 /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로마식 이름입니다.


화성과 금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들입니다. 금성이 더 가깝고 화성은 상대적으로 멀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행성들에 비하면 엄청 가깝죠. 아예 먼 항성계에 있는 암석형 행성보다는 완전 코 앞 수준이고.


이렇게 지구와 가까운 곳에 '암석형 행성'이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큰 축복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암석형 행성에서만 살 수 있고 가스형 행성에는 살 수 없으니까요.


가까이 있는 두 개의 행성 모두 암석형. 이러면 인간이 진출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한 30년쯤 지나면 달 화성 금성 정도에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살게 될 줄 알았어요. 이렇게 지구에 갇힌 채 출산율 걱정하는 시대가 열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물론 우주로 진출하겠다는 야망을 가진 사람은 많습니다. (상당히 ㄸㄹㅇ지만 지구에서 부자순위 1위인 걸로 다 커버치는)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죠. 조만간 화성으로 이민 간다고 합니다.


영화 '마션'에서도 화성에서 감자 키워 먹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나옵니다. 감자와 사람을 보내는 데에 수 조 원이 들어서 그렇지 일단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말입니다.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계획은 있는데 금성으로 가는 계획은 없나요? 님들하 금성 무시하삼? 금성이 더 가깝고 크기도 지구와 비슷하고 태양열도 엄청 따뜻하니 좋은데 왜 금성은 안 가심? 남녀차별 하는 거임?


당연히 남녀차별...은 아닙니다. 현실에서 금성 안 가는 이유가 있죠. 과학적으로 따져 보면 금성 안 갈 만 합니다.


다만, 저는 '소설가'입니다. 19금으로 범벅하는 와중에도 살짝 SF 묻히는 시도를 하는 하꼬작가죠.


소설가의 관점에서는 화성보다 금성이 더 매력적입니다. 금성의 과거 역사에서 '멸망한 초 고대 문명'을 덧붙이기도 좋구요.


자,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론 목차부터 잡으면


- 현실의 금성에 가기 어려운 이유

- 그럼에도 소설적 상상력

- 금성에 초 고대 문명이?


정도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하나씩 보죠.



(2) 현실의 금성에 가기 어려운 이유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금성을 개발하자는 얘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화성보다 훨씬 가깝고, 크기도 지구와 비슷해서 중력 문제도 별로 없으니 일단 금성에 가기만 하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골디락스 존(인간 기준으로 볼 때 탄소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한 환경이 조성되는 영역)을 잡으면 금성-지구-화성이 모두 골디락스 존에 해당된다고 하네요. 20세기 초반 과학자는 '금성의 온도는 대략 지구의 플로리다 정도일 겁니다.' 라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금성에 못 가는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너무 뜨겁기 때문이죠.


무려 450도. 우리가 좋아하는 후라이드치킨의 튀김 온도가 약 400도인데 그것보다 더 뜨겁습니다. 거기에 사람이 내렸다가는 대략 치킨과 비슷하게 될 겁니다. 튀겨지거나 삶기거나 부풀거나 뭐 그런 배드엔딩이 됩니다.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금성은 너무 뜨거웠습니다. 분명 골디락스 존 안에 있는데도 단백질-탄소 기반 생명체는 그 형상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금방 밝혀졌습니다. CO2.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았죠.


지구 대기에 0.3% 가량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도 온실효과를 일으키는데, 금성의 대기에는 이산화탄소가 무려 96.5%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그냥 온실 그 잡채겠죠. 그 상태로 몇억년 있다 보니 행성 전체가 후라이드 튀김 온도가 된 겁니다.



화성과 비교하면, 화성의 대기에도 이산화탄소가 95% 이상이지만 대기층이 옅고 태양과의 거리가 멀어서 금성처럼 살인적인 온실효과가 발생할 일은 없다고 하네요. 햇빛을 직사광선으로 받는 곳은 대략 30도 수준까지 올라가고 밤에 영하 -170도까지 내려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인간의 기술력으로 통제 가능한 것 같습니다. 추운 건 열에너지를 만들어서 극복할 수 있기도 하구요.


인간이 살기에는 너무나 뜨거운 금성. 현실적으로 금성에 가서 거주공간을 만드는 건 너무 어렵고, 좀 멀더라도 화성으로 가는 게 낫긴 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괜히 화성이주 주장하는 게 아니더군요.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미쿡 형님들께서 화성 간다고 난리칠 때 틈새시장(?)으로 금성 노리면 거의 지구만큼 큰 행성을 공짜로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왠지 금성에 깃발만 꽂으면 다 우리 땅 될 것 같잖아요.


슬슬 소설적 상상력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잡생각의 영역입니다.



(3) 그럼에도 소설적 상상력


1) 너무 뜨거워? 그냥 식혀.


소설적 상상력의 첫 번째 목차. '그냥 식혀'입니다.


어떻게 식힐까요? 겨울왕국 엘사를 유전자복제 기술로 10만명쯤 복제한 뒤 금성 대기에 투입해 냉기대방출 하는 걸로 식히면 될까요?


뭐 그렇게까지 할 건 아니고. 온실효과로 너무 뜨거워졌다면 반대로 인공적인 겨울을 만들면 됩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핵겨울'이라는 좋은 기술(?)이 있거든요.


제가 어릴 때(대략 40년 전;;) 본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는 핵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먼지가 하늘을 가려 수십년간 겨울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왔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충격이었죠.


그 충격이 제 소설에 반영된 게 [금성에 인위적인 핵겨울을 일으켜 식힌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지구의 핵폭탄 대부분을 금성에 쏟아붓고 그걸로 핵겨울 일어나면 대략 몇십년 후에는 금성의 온도가 80도 정도로 내려가는 걸로 설정했었습니다.


물론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방사능 문제도 있고, 80도 수준이면 여전히 뜨겁죠. 추가 조치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제가 투입(진짜 투입은 아니고 상상력으로만 투입)했던 게 '클로렐라'입니다. 곰팡이의 일종인데 생존력이 좋고 광합성을 해서 산소를 팍팍 만들어 내며 녹말성분이 풍부해 식량으로 쓸 수 있다고도 하네요. `7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클로렐라 추출 녹말을 사용한 녹색라면이 출시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핵겨울로 식히고, 핵겨울 먼지가 가라앉을 때 쯤 되면 클로렐라 곰팡이를 대량살포해서 이산화탄소를 분해하고, 이산화탄소가 분해되면서 온실효과가 줄어들어 온도가 더 내려가고, 결국은 금성 온도를 40도 수준으로 낮춰 에어컨만 틀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대략 그런 시나리오를 구상했었습니다.


실제로 가능하냐구요? 당연히 모릅니다. 저는 문송한 사람이거든요. 문과갬성으로 아무말대잔치 벌인 것 뿐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나중에 인터넷 검색한 걸로는 실제로 금성에 핵겨울을 일으키자고 주장한 과학자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분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주셨다면 다행이죠. 아니어도 할 수 없구요;;


다른 상상력도 알아보겠습니다.



2) 뜨겁다면 그 자체로 열에너지가 넘치는 거 아냐? 열을 바로 전기로 바꾸면 안 돼?


이 두 번째 방법은 아직 소설로 쓴 게 아니고 그냥 아이디어로만 갖고 있는 건데요. [금성의 뜨거운 열을 곧바로 전기 에너지로 바꿔서 활용한다]는 생각입니다.


금성의 대기는 후라이드치킨 튀김온도보다 더 뜨거운 450도의 열기를 자랑합니다. 물(H2O)는 오래 전에 증발해 버렸고 기름이 없어서 튀김은 안 되지만 어지간한 생명체는 선 채로 백숙 될 만큼 뜨겁습니다.


으음,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뜨겁다면 열에너지가 엄청날 겁니다. 즉, 에너지가 넘쳐난다는 거죠.


에너지는 상호 전환 가능합니다. 적절한 매개수단만 있다면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전기에너지를 화학적 상태에너지로 바꿀 수 있고 (충전식 배터리) 그걸 역으로 전환할 수도 있듯이,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문송한 수준에서 이런 생각을 한 뒤 인터넷 검색을 해 봤는데... 어어, 정말로 있었습니다. 금속판 양 쪽의 열에너지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과학기술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술이 있다니. 이걸로 '열온도차 발전 차량'을 만들어서 금성에 드랍한다면 외부의 뜨거운 온도로 전기를 만들어 차량 내부의 에어컨을 돌리고 또 그 전기로 차량이 씽씽 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차량을 크게 만들면 이동식 캠핑카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크게 만들면 인간이 거주하는 기지로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송한 수준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긴 했는데... 조금 생각해 보니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열온도 차이로 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또 열이 발생하여 차가웠던 내부가 점점 더 더워진다'는 점. 그게 문제였습니다.


모든 동력기관은 열을 발생시킵니다. 그 열을 방출해서 식혀 주지 않으면 동력기관이 멈추게 됩니다. 금속이 녹을 수도 있고 화학물질이 변형될 수도 있으며 히밤쾅 폭발해 버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튼 고장나고 멈춥니다.


열온도차 발전 차량도 마찬가지겠죠. 최초에 인위적으로 내부를 차갑게 해서 외부-내부 간 온도 차이를 만들어 낼 수는 있겠지만, 그 온도차이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고 그 열이 내부 온도를 점점 더 높이게 됩니다. 결국은 외부-내부 온도가 동일해지고 전기를 만들어 낼 수가 없게 되죠.


그럼 '전기로 에어컨을 돌려 내부를 식히면 되지 않냐?' 라고 생각해 봤지만, 결국 그 에어컨도 냉각해 줘야 합니다. 금성에서는 지구에서처럼 그냥 공기중으로 방출한다고 냉각이 되는 게 아니죠. '외부가 더 뜨겁다'라는 조건 하에서는 에어컨 냉각도 쉽지 않습니다.


(영구기관을 만들 수 없는 이유가 이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결국 저런 열온도차 발전 차량이 가동되려면 내부에 엄청 차가운 덩어리를 두고 그걸로 열을 식혀야 합니다. 금성 외부에서 커다란 드라이아이스 덩어리를 떨궈 주면 그걸 차량 내부에 넣어서 열을 식힐 수 있겠죠.


그럼 그 드라이아이스는 어떻게 만드느냐?


제가 생각한 건 '금성 주위를 도는 위성'입니다. 위성 궤도에서 직접 태양광발전을 하고 그 전기로 금성의 이산화탄소를 냉각시켜 드라이아이스 덩어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건 과학적으로 비효율적일 것 같네요. 금성 주위에 위성을 띄워서 태양광발전을 했다면, 그 전기를 직접 마이크로웨이브로 바꿔서 지상으로 쏘는 게 더 간편하거든요. 지금 지구에서도 네바다사막 등에 이 '위성에서 생산한 전기를 마이크로웨이브로 쏘기' 작전을 시도하고 있구요.


(마이크로웨이브 중간으로 새나 곤충이 날아가다가 전자레인지 튀김 되는 문제는... 아몰랑.)



설정이 복잡해졌습니다만, 막상 소설 쓰게 되면 그냥 처음에 구상한 대로 '열온도차 발전 차량'으로 밀어붙일 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 비효율적인 건 모르겠고 일단 금성 표면을 달리는 차량이 멋지구리하잖아요. 드라이아이스 수급 문제로 갈등 상황 만들어 내기도 좋구요.


2족보행 거대로봇과 비슷한 이유로 '멋지다!'는 것만 있으면 소설이 됩니다. 과학자들이 보면 어이없겠지만 소설은 멋진 게 더 중요합니다. 금성 표면을 달리는 차량, 그 로망 하나만 보고 갑시다.



조금 더 어이없는 상상을 덧붙이려 합니다. 이건 항을 바꿔서 서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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