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헬조선 국민의 최소 90%는 쌍놈의 자식
제목을 좀 세게 뽑았습니다. '진정한 뻘짓'.
또한 서론에서 이미 주제가 나왔네요. '헬조선 국민의 최소 90%는 쌍놈의 자식'.
대략 30년 전에 '뿌리찾기 운동'이라는 게 잠깐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본관(本貫)을 제대로 알아보고 조상을 섬기는 마음을 오늘에 되살려 유교(탈레반)적 가치를 부흥시켜 보자, 뭐 그런 레파토리였던 것 같아요.
그게 유행하기 전에도 각 국민학교(초등학교 아니고 국민학교)에서는 '본관 확인하기 숙제' 같은 걸 내 줬습니다. 저도 어릴 때 확인했었어요. 굳이 제 이름을 밝힐 필요가 없으니 생략 처리합니다만 [ㅇㅇㅇ씨 ㅁㅁㅁ파 26대 손]이라고 확인해서 학교에 제출했었고 대략 37년이 지난 지금도 다 외우고 있습니다.
자, 그런데 말입니다.
저 본관 확인하기 숙제를 제출할 때쯤 국민학교 사회시간에 한국 역사를 아주 압축적으로 배웠습니다. 그 사회 교과서에 표 하나가 나왔는데요. '조선시대 양반 비율 변화 표'였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조선 건국 초반에는 양반 비율이 3% 수준이었는데,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이 비율이 50%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겁니다. 그 표에는 안 나왔지만 당연히 조선 말기 ~ 일제시대 쯤에는 양반 비율 100%가 됐겠죠.
그리고, 국딩들 보는 교과서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역사적 진실은 알려야 한다는 듯 양반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를 써 놨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나라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족보를 사고파는 일이 많았고 양반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국딩 교과서에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조선 양반들의 번식력이 저글링 수준으로 좋아서 라바 하나 깔 때마다 2마리씩 튀어나오고 꿰애애액 소리 지르는 거 아닌 다음에야 3% 미만이었던 비율이 몇백년 만에 50% 넘길 리 없잖아요. 원래 양반 아니었던 상민~천민들이 양반으로 올라서거나 / 사칭했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겁니다.
물론 양반들이 더 살기 좋았을 테니 전반적으로 번식력도 더 좋았을 것 같긴 합니다. 초반에 3%였다가 후반기에 10% 정도 늘었을 수는 있겠죠.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범위는 대략 그 정도일 듯 합니다.
당시 국딩이었던 제 마음속에 큰 의문이 들더군요. [그럼 나머지 90%는 원래 양반 아니었던 거야?]
거기에 또 하나의 의문이 따라붙습니다. [C발 내가 외우고 있는 ㅇㅇㅇ씨 ㅁㅁㅁ파 26대손 이거 개구라 아냐?]
확률적으로 개구라일 가능성이 90% 이상입니다. 뭐 어디 갓 쓰고 다니는 명문종가집 후손이면 모를까, 대충 고향 마을 떠나서 대충 산업도시로 흘러들고 대충 도시노동자로 살고 있는 집안 자식이라면 조선시대 양반의 26대손이라는 말 자체가 헛소리일 가능성이 90% 이상입니다.
뭐, 당시 국딩이었던 저는 부인했습니다. [에이 설마. 나 양반 맞아. 잘 나가는 집안 후손일 거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수 있죠. 이제 겨우 만10~11세 수준인 국딩에게 '나는 쌍놈의 후손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C발 조선 말아먹은 양반의 혈통 따윈 전면 부정하고 다 불질러 버리겠어!' 라는 혁명적인 사고방식(?)을 기대하긴 어렵잖아요. 30여 년 전 국딩이었던 나 자신을 이해해 줍시다.
그래도 의문은 남았습니다. 대략 10년 넘게 마음 한구석에 큰 물음표가 있었고, 할아버지~아버지 친구분들이 술자리에서 서로 본관 따지고 우리 집안이 더 양반이네 어쩌네 잡소리 할 때 'C발 님들 떠드는 거 개구라일 확률이 90% 이상이에요!' 라고 마음속으로 되뇌곤 했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뜻하지 않았는데 저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집안 족보'를 볼 기회가.
(2) 개인적인 뿌리찾기 : 족보의 불연속성
요즘 세대는 한문을 안 배우지만, 제가 고딩 때까지는 한문이 필수과목이었습니다. 심지어 본고사 때에 한문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았죠.
저는 본고사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했었습니다만, 학교 내신에 한문이 반영되어서 기본적인 한문 공부는 했었습니다. 당시 한문 심화과정에 제갈량의 출사표가 나오는 위엄(!)을 보였었고 그 심화과정까지는 시험범위에 안 들어갔습니다만 아무튼 국어쌤이 제갈량 출사표를 (참고서 보면서) 읽기도 했습니다.
뭐, 결론적으로 대딩 저학년 때 저는 한문을 어느 정도 알았습니다. 중국어 기반의 한문 문장을 읽을 정도는 안 되었지만 낱글자 한문은 꽤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낡은 한지로 된 책을 하나 주시더군요.
"이게 우리 집안 족보다. 예전에 할아버지 때 워낙 가난해서 다 팔아먹었다고 하는데 그나마 이거 하나 남았다. 니가 대학 잘 갔으니 이거 보고 연구 좀 해 봐라."
다른 글에 잠시 썼었는데, 제 대학 전공은 한문과 큰 관련이 없습니다. 고딩 때 한문시험 본 걸로는 '연구'가 불가능하죠.
그렇긴 한데... 일단 읽어보긴 했습니다. 서론에 쓴 대로 '국딩 때부터 오래 품고 있었던 의문'이 있었는데 거기에 집안 족보랍시고 대략 50년 이상 된 것 같은 고문서를 받으면 읽어보게 되죠. 뿌리찾기 운동의 일환 같은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뭐가 있으니 살펴보긴 했습니다. 일단은 그러합니다.
당연히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 못했습니다. 다 한문으로 되어 있는데 능숙하게 알아먹으면 그게 더 이상하죠. 차라리 피라미드에 가서 고대 이집트어 상형문자를 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가지 특이한 걸 봤습니다. 소제목에 쓴 대로 [족보의 불연속성]을 확인했죠.
어음수표법 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배서의 연속성'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어음수표 같은 유가증권은 이를 유통교부할 때 소유자 변동사항을 기재하게 되어 있는데, 이러한 소유자 변동사항이 끊김 없이 잘 이어지면 배서가 연속되었다고 합니다. 중간에 끊기면 불연속이구요.
족보에 비슷한 개념을 적용하면, 족보가 중간에 끊기지 않고 잘 이어지면 족보가 연속되는 거겠죠. 중간에 끊겨서 불연속이면... 소위 말하는 '개족보'가 되는 겁니다.
제 아버님이 집안 족보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고문서. 그 족보는... 중간에 불연속이 발생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러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런 겁니다.
대략 몇 대 손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개 ㅇㅇㅇ씨가 자식을 여럿 낳았습니다. 딸들은 모르겠고 아들만 족보에 올렸는데 그 아들만 4명입니다.
그런데... 아들 중간에 갑자기 누가 한 명 추가되었습니다. 3남과 4남 사이에 '양자(養子)'가 훅 치고 들어와서 그 양자가 4번째 자식이 되었고, 기존의 4남은 5번째로 밀려났습니다...
자식이 없어서 양자를 들인 게 아닙니다. 이미 자식이 차고 넘치는 데다 헬조선 양반가문의 대(代)를 이을 아들이 4명이나 있는데 갑자기 중간에 양자가 한 명 추가되었습니다.
이 중간에 훅 치고 들어온 양자가 제 조상님이실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족보에 기록해 놓을 이유가 없죠.
뭐 빼박캔트 트루 진실 인정해야 합니다. 족보를 사거나 / 사칭해서 양자를 끼워넣은 겁니다. 원래 ㅇㅇㅇ씨 ㅁㅁㅁ파 사람이 아닌 1인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와 성씨와 유파를 물려받은 겁니다.
국딩 때부터 10년 넘게 갖고 있었던 의문이 허탈하게 풀렸습니다. 저는 족보를 사거나 / 사칭한 사람의 후손이었습니다. 상민인지 천민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제 조상 중 1인은 원래 ㅇㅇㅇ씨 ㅁㅁㅁ파 사람이 아니었다가 어느 날 성씨와 유파를 물려받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뿌리찾기는 단 하루 만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죠. 전쟁 한 번 안 치르고 앉아서 망해버린 헬조선의 양반가문 따위는 줘도 안 합니다. 나라 말아먹은 지배층이면서 그 헛짓거리에 대해 단 한 번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적 없는 무능하고 후안무치한 집단의 성씨와 유파 따위는 내다버려야죠. 그런 거 필요없습니다.
저는 그러했는데...
뿌리찾기운동이 한동안 지속되더군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20세기 말에 한동안 유행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뿌리찾기운동에서 '족보의 불연속성'을 발견했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조상을 찾겠다고 나대나대 했는데 그들 중 단 한 사람도 족보의 불연속성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확률상 90% 이상의 헬조선 사람들이 불연속성을 찾아야 정상(!)인데 말이죠.
이건 둘 중 하나입니다. 뿌리찾기운동 한 사람들이 한문을 해석할 능력이 없어서 대충 찾는 척 하다가 끝냈거나 / 불연속성을 확인했는데도 입꾹닫 침묵하고 모르는 척 하거나.
헬조선의 종족 특성을 고려해서 이해합시다. 뭐 그럴 수 있죠.
자, 그런데 말입니다.
이 어마무시한 헬조선 종특이 이상한 방향으로 확대재생산됩니다. 21세기 초반에 밑도끝도 없이 등장한 정체불명의 뷔페니미즘 활동 - '양성쓰기운동'이 시작됩니다.
(3) 양성쓰기운동 : 쇼 곱하기 쇼는 쇼. 뻘짓 곱하기 뻘짓은 개뻘짓
양성쓰기운동. 이거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걸 적용해서 성 2개 붙여 쓰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진지한 고민을 해 봤는지는 더더욱 모르겠습니다.
뭐 이유는 모르겠지만 몇몇 사람들이 양성쓰기운동에 동참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 중에도 자랑스럽게(!) 양성쓰기 하시는 분들이 있죠. 본인이 자랑스럽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아무튼 그러고 있습니다.
자, 굳이 설명 안 해도 이게 왜 뻘짓인지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썰 한 번 풀어 보겠습니다.
일단 우리 헬조선 국민들이 쓰는 성씨는 각 본관과 유파까지 포함하여 볼 경우 90%가 '개구라'입니다. ㅇㅇㅇ씨 ㅁㅁㅁ파 ㅇㅇ대 손 이라는 족보 자체가 대략 5~10대 이전에 어디선가 족보 사거나 / 사칭해서 성씨 갈아탔을 가능성이 90% 이상입니다. 최소 90%는 남의 성씨와 본관과 유파를 물려받았다는 얘기죠.
아빠 성씨와 엄마 성씨 모두 이렇게 '양반사칭 작업'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면, 양 쪽 모두 올바른 성씨일 가능성은 1% 이하로 내려갑니다. 즉, 양성쓰기 하는 사람의 성씨 2개가 모두 '진정한 양반 조상의 성씨'일 가능성은 1% 미만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양반 제도를 운영했던 조선은 어떤 사회였을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조선은 C발 조낸 고리타분한 유교(탈레반) 사회였습니다. 호주 자리를 남자에게만 물려 줬고, 이 호주제가 20세기 후반까지 내려오다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나서야 사라졌습니다.
즉, 조선에서 내려온 양반 성씨는 그 자체가 남녀차별 가부장제의 상징입니다. 양성쓰기운동 하시는 (뷔)페미니스트 분들이 목숨 걸고 때려부숴야 하는 남성우위 가부장제 그 잡채인 거죠.
그런데...
양성쓰기 (뷔)페미니스트 분들은 이 남성우위 가부장제의 잔재인 성씨를 겹쳐서 씁니다. 슬램덩크 명대사대로 '그것도, 둘씩이나' 인 셈이죠.
하나만 써도 유교탈레반 썩은내가 진동하는데 그걸 둘씩이나 겹쳐 쓰시다니. 그러면서 그걸 (뷔)페미니즘의 상징으로 내걸다니. 어익후 프랑스 혁명 정부가 전제왕정 깃발을 두개 겹쳐서 휘두르는 꼴인데요. 루이16세랑 마리 앙뜨와네트 왕비 모가지 썰어서 바스티유 감옥 앞에 걸어 놨는데 바로 옆에서는 부르봉 왕조 깃발과 합스부르크 왕조 깃발을 동시에 게양해 놓고 그 깃발에 경례하고 있는 것과 맞먹습니다. 아주 그냥 가관도 아닙니다.
뭐, 그거 외에도 양성쓰기 운동은 문제가 많습니다. 엄마 쪽 성씨를 1회만 쓰고 손자손녀 단계에서는 버리게 되는데, 이걸 만회하려면 2대째부터는 성4개 / 3대째는 성8개를 써야 합니다. 대략 5대쯤 내려가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사리사리 사파포 급 이름이 성(姓)만으로 완성됩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 입꾹닫 무반응입니다. 본인의 행동에 대해 본인 스스로도 설명을 못 하면서 그냥 입꾹닫. 이런 걸 사회운동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몇십년 동안.
양성쓰기운동에 대한 얘기는 더 해 봐야 얘기하는 사람만 피곤하니 지들 마음대로 성 2개를 쓰든 4개를 쓰든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를 하든 알아서 하시고. 소설 시나리오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4) 소설 시나리오 : (가칭) 뒤주링거의 조상귀신
제사 안 지내는 집은 해외여행 가고 제사 지내는 집은 부부싸움 친척싸움 밥상엎기 칼부림 하다가 패가망신 한다는 시대. 꿋꿋이 제사 지내는 집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리고... 그 집 중 하나에 '조상귀신'이 강림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집안의 족보는 중간에 단절이 있습니다. 즉, 현재는 'ㅇㅇ김씨 ㅁㅁㅁ파 소속 명문 양반 가문'으로 사칭하고 있지만 대략 7~8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족보 중간에 갑자기 훅 들어온 양자가 있고 그 양자의 이전 성씨는 뭐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원래 김씨도 아닌 집안이 김씨 후손인 것처럼 나대나대 하면서 제사 지내다가 조상귀신에게 저주를 받은 상황. 난감합니다. 조상신 도움 받으려다 아주 그냥 후손들이 다 죽을 지경입니다.
후손 중 똑똑한 사람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과학자의 힘을 빌립니다. 그 뇌과학자가 (유사과학 같지만 나름 진지하게 연구한) '뒤주링거 이론'에 따라 과거의 일을 추적하죠.
(*뒤주링거 설정, 과거 사건에 대해서는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거기까지 다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제사 지내지 말고 무슨 성과 본 따지지도 말고 그까이거 성씨 따위 마음에 안 들면 새롭게 성과 본을 창설하여 변경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이 소설의 결말이겠죠. 양성쓰기운동 따위 헛짓거리는 자연소멸.
이 소설도 언젠가는 쓰겠죠. 언젠가는.
(참고) 진짜로 양반가 후손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앞에서 말한 대로 3~10% 정도의 사람들은 진짜로 양반가 후손일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 더욱 더 순도(?)가 높은 사람들은... 족보를 사거나 / 사칭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겠죠. 즉, '몰락한 양반가 후손'이면 그 족보를 사칭하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몰락한 양반가 후손.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당사자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만) 역적(逆賊)의 후손이면 거의 순도 100%로 양반가 후손 맞을 겁니다. 웹툰 '칼부림'으로 유명해진 이괄, 조선 말기가 가까워지는 19세기에 한바탕 크게 민란을 일으켰던 홍경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간에 반란을 일으켰던 이몽학 등등이 족보에 조상으로 등장한다면 '양반가의 자부심(?)'을 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뭐, 굳이 멸망한 헬조선의 양반 신분에 집착하실 필요는 없겠죠. 21세기 민주국가 시민의 관점에서는 부패한 전제권력에 저항하여 반란을 일으켰다는 게 오히려 더 명예로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해석하기 나름이죠.
그런데 조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 당시에는 엄청 잘 나가는 양반가문이었는데 사후적으로 평가가 나락으로 떨어져 족보가 잘 안 팔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딱 한 명 찍어서 말합시다. '원균'입니다.
원균은 임진왜란~정유재란 직후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과 동급으로 '1급 공신'으로 대우받습니다. 칠천량에서 처참하게 패배하면서 조선 수군을 와해 직전까지 몰아넣었는데 이걸 공적(?)으로 인정... 하진 않았겠죠. 선조 본인의 실패를 덮기 위해 원균을 올린 겁니다.
당연히 조선의 백성들은 원균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원균의 가문 자체가 명문 무신집안이었고 돈과 권력이 꽤 됐으니 계속 잘 살긴 했겠지만, 적어도 백성들이 양반을 사칭할 때 '나 원균 집안으로 원씨 할래!'라고 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즉, 원균의 후손도 거의 90% 이상 확률로 진짜배기 양반 후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상을 자랑스러워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빼박캔트 트루 부정불가 팩트로 '원균의 후손'인 인간이, 역발상으로 [원균을 조낸 영웅으로 만들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면? 심지어 그 생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세금'을 꼬라박는다면?
이 미친 짓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국회의원으로 꽤 오래 얼굴을 알렸었던 '원유철'이라는 인간이 실제로 이 짓을 했습니다.
원유철이 저지른 미친 세금낭비 뻘짓에 대해서는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오늘의 글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주제인데 거기에 또 다른 미친짓까지 덧붙이면 영 괴롭잖아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