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메탄이 강물처럼 흐르는 땅'이라는 제목으로 '타이탄'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요. 토성의 위성 타이탄은 물(H20)도 확보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메탄이 더 많고, 평균 기온이 -100도 정도로 낮다 보니 물은 다 얼음바위고 액체메탄이 물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답니다.
이 액체메탄에서 생명체가 탄생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리 지구인 입장에서는 '물 자체'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게 더 좋겠죠. 대충 신체 구성 비율이 비슷해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뭐 그런 겁니다.
굳이 외계 생명체가 생기지 않더라도 일단 물이 많으면 지구인들이 진출하기에도 더 좋습니다. 액체메탄은 영 거시기 하죠. 우리 인간 입장에서는 딴딴하게 굳어진 얼음덩어리라도 물이 더 소중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물이 많은 행성과 위성'을 찾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 발견한 게 바로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입니다.
1. 현실의 유로파와 엔셀라두스
(1) 유로파
유로파는 목성의 위성인데, 그 자체 크기도 상당히 큽니다.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에 들어가고 달과 엇비슷한 크기라고 합니다.
유로파는 그 크기도 크기지만 '구성 성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달과 맞먹는 덩치에 '대부분이 물'이라고 하네요. 그냥 거대한 물덩어리가 중력으로 동그랗게 뭉쳐져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셈입니다.
물론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위성 외부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습니다. 유로파를 천체망원경으로 관찰하면 하얗게 빛나는데, 그건 표면 전체가 얼음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위성 내부도 딱딱한 얼음덩어리 상태일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그럴 것 같죠. 목성의 위성이면 평균 기온이 -80도 수준일 테니 물덩어리 위성은 꽁꽁 얼어 있어야 정상(?)입니다.
으음, 그런데...
목성을 관측하러 보냈던 탐사선이 우연히 '유로파의 얼음 지각을 뚫고 솟구치는 물기둥'을 발견합니다. 두꺼운 얼음 지각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잔뜩 있었던 거죠.
과학자들은 새로운 발견에 기뻐하고 매우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유로파의 덩치에 내부 전체가 액체 물이라면, 그건 지구의 바다를 뛰어넘는 거대한 생명창고 역할을 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유로파의 크기를 계산하고 내부 암석-금속 핵(核) 추정치를 빼면 대략적으로 유로파 전체가 보유한 물이 얼마나 되는지 나오는데, 추정컨대 유로파 전체의 물은 지구 바다의 2배 가량 된다고 합니다. 표면에서 중심부까지 100킬로미터(10만 미터) 이상의 두꺼운 바다가 있고 이 바다 전체가 액체 물로 꽉 차 있다는 거죠.
이 정도면 생명체가 생겨날 만 합니다. 지구의 바다는 최대 깊이 1만 미터 정도 되고 수십억 년 동안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 진화시켰는데, 유로파의 바다는 지구 바다보다 2배 많은 물을 품고 있으니 더 많은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겠죠.
물론 아직 확인된 건 없습니다. 유로파를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유로파 클리퍼'라는 탐사선을 보낸다고 하는데, 중간에 예산이 부족했던지 발사가 지연되었다고 하네요. 2024년에 출발시킨다고 하니 몇 년 뒤를 기대해 봐야죠.
(2) 엔셀라두스
유로파에서 너무 스케일을 키워서 상상하다 보면 엔셀라두스는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데... 아무튼 엔셀라두스도 '물이 주 성분인 위성'입니다. 위치는 목성보다 더 먼 토성 근처이고, 크기도 유로파에 비해 많이 작긴 합니다. 대략 직경이 영국 전체보다 조금 더 큰 정도라고 하네요.
스케일이 작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로파와 비교해서 그런 것 뿐이고, 엔셀라두스 자체적으로 보유한 물의 양은 꽤 많습니다. 영국보다 큰 물덩어리면 부피가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막상 물폭탄 떨어뜨렸을 경우 유럽 대륙 전체를 뒤덮어 버릴 정도는 될 겁니다.
엔셀라두스 또한 생명체를 탄생시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같은 토성의 위성이라는 점 때문에 '타이탄'을 우리 지구 스타일로 테라포밍할 경우 대량의 물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원천이 될 수도 있죠. 타이탄 자체적으로도 물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메탄이 더 많으니, 손쉽게 물을 구하려면 엔셀라두스를 끌어 오는 게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쉬운지는... 당연히 문송합니다;;)
자, 현실 이야기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늘 그렇듯이 문송한 수준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겠습니다.
2. 이 넘치는 물을 이용한다면 : SF설정
유로파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물이 있고, 엔셀라두스에도 꽤 많은 물이 있습니다. 이걸 잘 이용하면 물이 없거나 / 매우 부족한 행성과 위성에 대량으로 물을 공급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이 없거나 매우 부족한 행성과 위성. 우리 지구인 입장에서 중요한 곳은 일단 3곳입니다. 달. 화성. 금성.
달, 화성, 금성 모두 물(H2O)을 아예 못 구하는 건 아닙니다. 달은 극지방과 내부 암석층에 물을 품고 있고, 화성도 달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금성은 너무 더워서 바다가 다 말라 버렸지만 대기권 상층부에 황산(H2SO4)이 많고 여기서 물을 추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추출하려면 추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추출하는 것보다는 '어디선가 대량으로 가져오는 방식'이 더 쉬워 보이죠? 힘들게 땅 파고 극지방 가고 황산 정제할 필요 없이 그냥 물덩어리가 히밤쾅 뽷 떨어지면 더 좋을 것 같죠?
(이 또한 정말로 쉬운지는... 모릅니다.)
유로파는 너무 크니 좀 그렇다 치고. 엔셀라두스 정도 되면 만만한(?) 크기여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뭘로? 핵폭탄으로.
핵폭탄을 동력원 대용으로 쓰는 겁니다. 로켓 엔진처럼 정교하게 분사 출력을 조절할 필요 없이 일단 토성의 중력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만큼의 에너지를 발생시켜 주면 그 다음에는 알아서 날아갈 테니, 각도를 잘 맞춰 핵폭탄을 빠바방 터뜨리고 달/화성/금성 쪽으로 날아가게 해 주는 겁니다.
(물론 중간에 궤도 수정을 위해 소형 로켓엔진이나 이온엔진 정도는 장착해 줘야겠죠.)
이렇게 궤도를 벗어난 엔셀라두스는 그 자체로 거대한 소행성이 되어 달/화성/금성을 향해 날아갈 겁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바로 옆집 '타이탄'을 향해 날아갈 수도 있구요. 아무튼 거대한 물폭탄이 히밤쾅!
가장 무난한 건 '화성'일 듯 하네요. 머스크 아재가 화성으로 이주한다고 난리치고 있으니 거기에 유럽을 뒤덮을 만한 물폭탄을 선사해 주면 꽤 좋아할 것 같습니다. 물폭탄 떨어지는 지점만 피하면 되니 인명피해도 없을 것이고, 떨어진 물을 잘 관리해서 10%만 보관해 줘도 화성 인구 100만명은 먹고 살 수 있을 겁니다.
자, 여기서 또 한 번 상상해 봅시다. 전에도 그랬듯이, SF를 넘어 판타지의 세상으로 가 봅시다.
3. 물에는 물만 있을까? : 판타지 설정
예전 광고 멘트에 이런 게 있었죠. "날 물로 보지 마!"
(저는 안 봤습니다만) 무슨 SF 영화인지 드라마인지에 '물과 거의 유사한 성분을 가진 특수 외계생명체'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배두나 공유 등이 출연했다고 기사 난 것만 봤는데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달에서 캐낸 월수(月水)는 물이 아니더라 얼쑤월쑤 뭐 그런 설정이었다고 하네요.
월수는 물이 아니더라 설정은 아니고, 제가 생각한 건 신화(神話) 쪽입니다. 그리스신화 좋잖아요. 마르지 않는 이야기 샘물입니다.
유로파는 왜 유로파일까? 토성은 왜 하필 크로노스(사르투스)의 이름을 땄으며 토성의 위성 중 가장 큰 위성이 티탄(타이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 인간의 무의식이 작용해 그 각각의 이름을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닐까?
사실, 유로파(에우로페) 관련된 상상은 이미 소설 써서 공표했습니다. 그러니까 엔셀라두스를 중심으로 얘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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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진출에 목말라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 세계1위 부자 아재가 장대한 계획을 세웠다. '엔셀라두스 히밤쾅' 계획.
지구의 탐사선에 핵폭탄 여러 발이 실렸고, 그 핵폭탄이 엔셀라두스 뒷면에 설치된다. 핵폭발을 동력원으로 사용하여 엔셀라두스를 토성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에 성공하고, 엔셀라두스는 화성에 정확히 명중하게 된다.
화성은 갑자기 '물이 넘치는 행성'으로 변했다. 이제 마션들이 감자 키울 때 힘들게 하이드로진 연료 태우지 않아도 된다. 어익후 좋아라.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지구인들이 줄을 선다. 화성 가기만 하면 기본 주택 1만평. 코딱지만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괴로워하던 특정 국가 사람들이 더 열심히 줄을 선다. 이것 또한 어익후 좋아라.
그런데... 엔셀라두스에서 온 건 '물'만이 아니었다. 그리스신화를 물로 보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스신화에서 [티타노마키아와 기간토마키아를 거쳐 수많은 티탄들을 타르타로스에 가뒀고, 그 티탄의 대장 급이자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사르투스)도 타르타로스에 가뒀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생각해 봐야 했다.
엔셀라두스의 물에는 아득히 먼 옛날 지구를 지배했던 고대 생명체들이 잠들어 있었다. 티탄(타이탄)으로 불리던 생명체들이 엔셀라두스의 물에 둥둥 떠다니며 몇천만년 동안 잠자고 있었다.
지구인들은 그 고대 티탄들을 깨워 버렸다. 엔셀라두스 히밤쾅 대작전이 티탄들을 깨웠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화성 이주민만 죽고 끝나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지구 쪽이다. 티탄들이 지구까지 넘어오면 그냥 끝장이다.
티탄 vs 인간. 그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인간 측이 승리하려면... 아마도 '유로파(Europa)'를 탐색해 봐야 할 것이다. 제우스가 황소로 변하여 히밤 확 보쌈(!)해 버렸다는 미소녀 에우로페(Europe), 그녀의 신화를 따라가 봐야 할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에우로페의 오빠 '카드모스'는 최강 최흉 티탄인 '티폰'을 물리치는 데에 큰 도움을 준 적이 있다. 카드모스의 흔적이 유로파 깊은 곳에 남아 있다면 그게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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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구상하겠습니다. 지금 컨셉으로는 고질라-킹콩 게열 거대몬스터 스타일이 될 것 같은데, 또 막상 쓰게 되면 바뀔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