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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vieretmars Jan 12. 2024

프랑스에서 둘째 출산을 마감하며

제왕절개인가 자연분만인가? 

출산을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수술로 배를 갈라서 낳는 제왕절개 아니면 수술 없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자연분만이다. 아,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것도 있는 데 이건 자연분만의 일환으로 무통주사 없이 자연스럽게 집에서 낳는 것처럼 아니면 집에서 낳는 것이다. 부모님 세대에는 초음파로 아기를 보는 것이 없어서 아이를 보통 자연분만으로 다 나았고, 아이가 39주-40주 사이 안 나오면 제왕절개로 꺼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다르다. 초음파로 관찰하고 의학적인 이유로 일찍 아이를 꺼내기도 한다. 또한 선택적으로 제왕절개를 하기도 하는 데, 자연분만이 두렵거나 정해진 날짜에 나와야 한다는 이유에 선택 제왕절개를 한다. 


난 첫째는 제왕절개로 낳았는데, 이유는 아이가 앉는 자세로 36주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연분만으로 낳을 줄 알았는 데, 현대 사회에서는 아이가 앉는 자세로 있다는 이유로 아이를 제왕절개 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몰라서 그냥 낳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알아서 그냥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분만하면 선불제 제왕절개하면 후불제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 가? 제왕절개를 하면 그다음 날 일어설 때 온 장기가 쏟아진다고 하는 무서운 말도 있고 너무 두려웠다. 게다가 제왕절개란 아이가 태어날 운명인 시간에 태어나지 못하는 가짜 사주라는 소리고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잔병치례가 많다고 한다. 마치 나는 실패한 출산을 하는 듯싶었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 까? 그건 자연분만을 한 산모가 최고라는 사회의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싶다.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만 보더라고 자연주의 출산을 한 산모는 여왕취급을 받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겪은 제왕절개는 수월했다. 예정 시간보다 5시간 일찍 양수가 터져버려 수술시간이 앞 당겨지긴 했지만 새벽 3시에 태어난 아기는 건강했다. 그날 오전부터 소변줄을 빼고 화장실을 갔으며 아침도 먹었다. 제왕절개를 한 수술 부위가 비 오는 날마다 간지럽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었다. 간지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제왕절개로 배 근육을 찢기 때문에 근육을 회복하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애가 태어나고 3개월 뒤부터 꾸준히 스트레칭을 했다면 일찍 돌아왔을 근육인데 아이를 처음 키우는 나는 그런 여유가 없었다. 변명이지만 말이다. 


첫째를 낳고 2년이란 시간이 지나 둘째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과 독일이었다면 둘째는 무조건 제왕절개였다. 프랑스는 달랐다.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이라는 브이백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되도록이면 수술을 안 하고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다. 임신 40주에 아이가 나왔는 데, 4.3 키로이라는 우량아 출산으로 인해 난산을 겪었다. 아이 머리가 껴서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려, 시간이 걸린 만큼 질 안 쪽이 찢어졌고 피를 많이 흘렸다. 모든 의료진이 '참 용감하시네요'라는 말을 했는 데, 난 애가 4.3 키로에 나올 줄 알았다면 제왕절개를 선택했을 것이다. 파리에서 유명하다는 병원과 의사를 선택했지만 그들은 나를 방치해 버렸고 어떻게 저렇게 아이를 자연분만 했던 것이다. 이 대가는 참혹했다. 


아이가 나오려고 3주 동안 가진통이 있었지만 골반이 천천히 늘어나는 바람에 아기는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겨우 40주 돼서 내려왔는 데, 그동안 아이가 밀었기 때문에 골반은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차후 10개월 뒤 한국에서 겨우 고쳤다. 골반뿐만인가. 자연 분만을 하고 난 뒤 2주 동안 소변을 보는 데 감각이 없었고 3개월 동안 1킬로 미터 이상 걷질 못했다. 밑이 빠질 것 같이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잠을 못 잘 정도로 질 안쪽이 아프기도 했다. 서양 의사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고 외관상 괜찮다며 시간을 두라고 했다. 이것도 차후 10개월이 지나 한방의사한테 가니 밑이 빠진 게 맞다고 하고 치료를 통해 고쳤다. 


결론은 자연분만은 강제로 하는 게 아니다. 제왕절개로 낳은 첫째도 자연분만으로 낳은 둘째도 무척 건강하게 잘 자란다. 문제는 산모인 나. 나는 그동안 요가 필라테스도 꾸준히 했지만 무리한 자연분만으로 인해서 허리 디스크도 있고 척추 신경염증도 생겼다. 그리고 앞으로 밑이 빠지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파리의 그 유명한 의사가 현실적 조언을 해주고 매주 아기 몸무게 모니터링을 하다가 제왕절개를 했다면 내 몸 상태는 달라지지 않았을 까? 싶다. 결국 아이는 건강하게 나오고 잘 자라겠지만 한번 망가진 몸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제왕절개던 자연분만으로 낳던 산모에게 좋은 결정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깨달았다. 산모가 건강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케어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브이백을 성공했다며 축하한 그 파리 산부인과 의사는 셋째는 5분 안에 순산할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 사람이 미쳤나 싶다. 난 내 몸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는 길을 선택할 것이고 내가 건강해서 아이들과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임신과 출산'을 내 인생에서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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