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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vieretmars Feb 19. 2024

프랑스의 내 식탁

베이킹 실패와 성공

독일에서 살 때도 베이킹은 참 어려웠다. 한국이랑 밀가루 종류도 다르고 레시피만큼 나오지도 않고 또 평일엔 너무 바쁘고 주말엔 또 쉬고 싶어서 좀 처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런 나에게 베이킹에 대한 관심이 실행이 되게 해준 계기가 생겼다.


독일에서 2020년애 아이를 낳고 인스타로 어떤 언니를 알게 되었다. 그 언니 집에 초대를 받아 갔는 데 어느 날은 호빵을 어느 날은 마들렌 세 종류를 구워서 날 주었다. 그게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 간식을 직접 만들어서 그것도 잡지에 나올 것 처럼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주는 게 감동적이었다. 별거 아닌 것 처럼 그렇게 하는 그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날이 한 2021년 쯤이었는 데, 그때부터 베이킹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간단한 머핀류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파리에 이사 온 후이다. 시아버님이 프랑스에 온 걸 축하한다며 Fernandi 의 베이킹 책을 주셨는데 베이킹에 대해 설명도 잘 되어있고 프랑스 제과 제빵의 바이블같은 책이었다. 이 책을 가지고 처음 만들어 본 것은 바스크 케이크이다.

Gâteaux Basque 라는 바스크 케이크는 바스크 지방의 전통 케이크인데 나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내가 첫째 임신 때 두 단계 진급을 하고 업무량이랑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입덧이 멈추지 않았을 때 가서 쉬던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 처음 먹은 감동이 기억나 만들어 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스타드 크림은 프랑스에서는 Pastry cream 이라고 해서 프랑스 제과 제빵에 가장 베이스가 되는 크림이다. 내가 제일 좋아 하는 크림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노른자가 많이 들어가 흰자가 남았길래 랑드샤 라는 쿠키도 처음 만들어 봤다. 대성공이었다.

이때 프랑스 밀가루 55를 사용했었다. 프랑스 밀가루는 참 아직도 미스테리다. 우리나라처럼 박력 중력 강력으로 나눠진게 아니라 빵의 나라 답게 엄청 다양하고도 그렇지 않다. 왜냐면 슈퍼마켓에 가면 거의 대부분 45 밀가루 밖에 없고 55, 65 라고 써있는 것 보다, 브리오슈 밀가루, 케이크 밀가루, 혹은 깜빠뉴 밀가루 라고 써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표 식빵 중 하나인 브리오슈를 45 로 만들었을 때는 잘 나왔는 데, 45 밀가루를 가지고 한국식 우유 식빵을 만드니 발효가 잘 되다가 막상 구우니 힘이 없어서 쪼그라 든 실패작으로 되어 버렸다.

이게 뭐지…

또 45 밀가루로 마들렌을 만드니 잘 나오긴 했다. 보통은 45 밀가루로 마들렌을 만들긴 하는 데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게 나왔다. 올드패션님의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으나 밀가루가 안 맞는 지 레시피가 안 맞는 건지 시간이 지날 수록 딱딱해졌다. 안에 들어간 가나슈는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초콜렛 마들렌 레시피는 쟈도르님께 더 나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슈퍼마켓 간식이 아니라 홈메이드 간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지금 시간있을 때 다양한 레시피들을 도전해보며 프랑스 재료들도 정리하려고 한다. 파리에서 살때도 근교에 살때도 놀이터에서 간식 먹는 애들 보면 다들 슈퍼마켓에 쿠키를 먹거나 누텔라 먹거나 초콜렛 젤리같은 것을 먹는다. 물론 간혹 엄마가 직접 만든 걸 들고 오는 애들이 있긴 하다. 프랑스인이라면 건강하고 맛있는 걸 먹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처럼 아이들 전용 먹거리나 건강 먹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다.


카메라로 담은 나의 베이킹, 요리 기록을 여기 담아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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