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리 Nov 24. 2021

천국 가기 좋은 날

엄마엄마1.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지기가 된 지 7년째다. 바위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언젠가 대화하는 중에 누군가가 “다시 태어난다면 바위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때 그녀는 말했다. “지금 제가 바위 같은 삶을 산 지 7년이 되었습니다. 카페지기가 되어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되고, 갇혀 있다 보니 너무 힘이 들어요.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갈 수도 없는 바위가 된다는 것은 재고해 보세요.” 다시 태어날 리 없는 그에게 굳이 그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상기된 얼굴로 그렇게 말한 것은 바위가 되어버린 것같은 그녀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었다.     





커피머신의 전원을 켜고, 재료를 준비했다. 밤새 쌓인 먼지를 닦아냈다. 첫 손님의 등장까지는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아침식사 겸 점심식사를 부랴부랴 해결하고 온 터라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모른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의 이복언니였다. 전화를 받자 이복언니의 울먹울먹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쓰러진 채로 요양보호사에게 발견되어 대학병원으로 이송 중이라고 것이었다. 요양보호사가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엄마는 화장실 문 앞에 쓰러져 있었고, 바지는 젖어 있었다고 했다. 주변에 물기가 흥근한 것을 보니 미끄러진 것 같다고 했다. 너무 놀란 요양보호사가 119에 연락을 했고, 기다리는 동안 동네 어르신들을 불러 모았다고 했다. 구급차가 그녀의 엄마를 싣고 대학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것이었다. 남동생에게 연락해서 함께 빨리 내려오라고 재촉했다.     





그녀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동생은 출장 중이니 그곳에서 진주로 내려가겠노라고 했다. 올케가 차를 가지고 왔다. 올케와 함께 3시간을 달려갈 참이었다. 아메리카노를 두 잔 챙겨 차에 올랐다. 고향으로 귀향한 이복언니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병원 의사가 수술유무에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외상성 뇌출혈로 뇌의 3분의 2가 기능을 못하고 있어 가망이 없다고 했다. 남동생, 여동생과 통화하고 수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동의했다. 엄마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였다. 2주 전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며 모인 자리에서 엄마의 간곡한 당부가 있었다. 혹시 엄마에게 사고가 생기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김장하다가 뒤로 넘어진 이웃 아주머니가 의식 없이 1년이 넘도록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을 말씀하시면서 절대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하셨기에 그녀와 동생들은 수술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이복언니에게 전했다.      





올케가 운전하면서 내려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장 아름다운 4월의 중순이었다. 나뭇잎들은 연록으로 물들었고, 이팝꽃들이 흐드러져 있었다. 불타는 철쭉, 간간히 피어나는 줄장미,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한들거렸다. 그녀가 ‘천국으로 이사 가기 참 좋은 계절이구나. 천국 가기 좋은 계절이야.’ 하는 생각을 하는 중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녀와 엄마는 생일이 같은 날이다. 엄마의 생일에 그녀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녀와 엄마의 생일이 있는 4월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지구를 뒤로 하고 더 아름다운 천국으로 엄마가 이사를 가려고 하고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