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종활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사 Sep 18. 2023

밀려오는 하루

오늘도 눈을 뜨고 내일도 눈을 뜨고.

참 행복하다. 흰 바탕에 맘껏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글을 쓸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행복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행복에 대한 내 기준점이 어디까지이고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어졌다.

누군가는 남들과 함께할 때 기쁘고, 누군가는 앞으로 나아감에 기뻐한다.

지극히 간단함에도 막상 행하기 어렵고. 단순하고 명확한 메커니즘으로 동작함에도 무엇보다 깊은 것들이

여태껏 나를 기쁘게 해 줬다.

그런데 요즘은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머리를 덮는다.

예전처럼 같은 것에 기뻐하지 못한다.

'당연하다. 기준은 바뀌고 환경도 바뀌며 내가 바라보는 것, 남이 나에게 바라는 것들 또한 무한히 변화한다. 많은 것들이 변할 시기니 힘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식의 변명이 나의 변덕심에 명분을 쥐어준다.

사람과 함께해도 기쁘지 못하고. 나를 발전시킴에도 시큰둥해지는 요즘은 세로토닌이 필요할 때일까?

아니면 단순히 호르몬 같은 걸로 퉁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걸까?

여전히 심장은 아픈 채이고 나는 여전히 길을 잃었다.

정신 차리면 바뀌어있는 사회와 나를, 나 자신도 붙잡기 벅차 오늘도 침체된 채로 잠이 든다.


내일은 다르다. 그러나 나는 그 내일을 감히 붙잡지 못할 것이다.

조금씩 바뀌어가는 게 사람이지만 나는 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니 밀려오는 하루하루가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

잠시 이 감정을 좀먹으며 지내는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적당한 죽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