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국가 대한민국의 모순
현대 한국사회에서 선출된 권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권력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직선제 개헌과 지방자치제가 시행됨에 따라 국민들은 직접적으로 이러한 권력들을 선출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권력을 선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치열한 정치적 계산 앞에서 보여지는 착시이다.
한국의 직선제는 치열한 양당제 앞에서 공천이라는 필터를 거친다. 인구가 5천만을 넘는 국가에서 고대 아테네처럼 모든 국민들이 공동체에 영향을 주는 민주주의의 실현이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정당에게 정치 인재를 발굴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지닌 후보를 기대한다. 국회의원의 후보자로 입후보하는데 정당의 공천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헌법에서 무소속 의원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공천 없이도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의 지원을 받을 경우 당선이 쉽기에 공천은 필수적이다. 1954년 제3대 총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공인후보자 181명을 선정하고 당 차원의 선거지원을 추진한 결과 114명을 당선시키며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이전까지 정당공천제는 유명무실했지만 이후 선거의 필수적 요소가 되었다. 공천 과정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에 구체적인 절차는 당헌으로 정해져있다. 즉, 정당마다 공천 방법이 다르고 ‘공천심사위원회’라는 비공개 절차를 거친다. 사실상 하향식 밀실 공천을 거친다는 뜻이다.
양대 정당의 독점적 특권이 진영정치의 바탕이 됐다. 기득권을 갖게 된 정당은 독점적 권력 카르텔이 된다. 기성 거대 정당의 카르텔화는 민주정치에 큰 오점이다. 겉으로는 경쟁을 토대로한 정당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카르텔 조직의 특성 그대로다. 소수의 보스가 정당을 좌지우지한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건 공천이라는 보이지 않는 문이다. 반민주적 리더십의 등장과 정치 리더십의 실패는 정당의 카르텔화로 인해 민주적 리더십보다 정당내에서의 소수의 정치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의보다 카르텔 조직에서의 득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카르텔 내에선 확증편향이 더욱 심해진다. 진영 내에서 득세하려면 주도 세력에 동조하는 집단 무지성 혹은 광기가 형성된다. 이러한 정치의 카르텔화로 인해 극단 유튜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활개를 펼쳤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카르텔 내에 통용되는 진실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결국 투명하지 못한 공천으로 인해 야기된 극단화된 진영 정치는 한국 정치를 저지화시켰다. 국민의 힘은 승리할 수 있는 윤석열을 당내에서 결정했고,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내세웠다. 국민과의 협치가 불가능하게 된 현대 정치는 지난 12월 3일 임계점에 도달했다. 국민의 힘은 승리할 수 있는 윤석열을 당내에서 결정했고,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내세웠다.
사실, 진영 정치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같은 고도화된 민주정치 국가가 겪는 열병일 수 있다. 이를 현명하게 극복한다면 끝없는 전쟁을 현명하게 끝낼 수 있다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당 독점의 특권 구조 등 여러 요인이 교조화된 진영정치의 배경도 공정한 공천과 국민들과의 건강한 소통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 믿는다. 우리 사회의 선출되지 권력들의 가장 큰 문제는 견제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한 국회가 강한 대통령을 견제한다는 구상은 87년 체제에서 실패로 끝났다. 우리가 누구에게 권력을 대의할지 선택할 수 없다면, 최소한 권력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스스로 리바이어던이라 생각하는 정치인들에게 정치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카르텔화 된 그들의 정치가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정치에서 국민 모두의 정치로의 회귀만이, 진정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만이 한국 정치를 되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