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은 지나가고, 이야기가 남는다

중국어..로그아웃

by 새벽보리


처음 3개월은 나름 열심히 했다.

온라인 중국어 수업을 듣고, 상황별 회화도 달달 외웠다.

식당에서 주문하는 표현, 택시 잡는 표현,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인삿말까지.

이제 조금은 말이 통할 것 같았다.


그러던 겨울, 한국에 다녀왔고—

돌아온 나는 기억을 통째로 잃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게 뭐지? 충격이었다.

그토록 외웠던 문장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흥미는 급격히 식었고, 다시 책을 펼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렇게 반년이 흘렀다.


하지만 결국 또 다시, 온라인 수업 결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핑잉부터, 성조부터.

아니 이걸 내가 작년에 했던 거잖아…


정말 지겨웠다.


게다가 주변엔 중국어 능통자뿐이다.

나는 그냥 그들에게 묻어가기 시작했다.

혼자 주문 못 해도, 예약 못 해도 괜찮다.

통역 가능한 친구 하나만 옆에 있으면 된다.


그렇게 묻고, 맡기고, 웃으며 고개 끄덕이며—

즐겁게 놀며 1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날.

아들과 아들의 친구를 데리고 식당에 갔다.

’내가 아이들을 책임져야 해!’라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그리고, 긴장하면 꼭 일이 꼬인다.


음식이 잘못 나왔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한국어와 중국어를 마구마구 섞어서 이야기하고 말았다.


나답지 않게, 아주 크고… 급하디 급한 목소리로!

옆에 있던 아이들, 그리고 점원 모두 휘둥그레.

‘이게 무슨 언어지?’ 하는 눈빛이었다.

(아이들의 황당하다는 듯, 올려다보던 그 눈빛.. 지금도 잊을 수없다)


부끄럽다.

어차피 점원은 이해하지도 못했다.

숨고 싶다…


중국어 너!!!

진심으로…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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