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는 늘 시작 중입니다

천천히, 그래도 계속..

by 새벽보리

중국어를 다시 배우기로 했다.

그러면 그냥 조용히 책 펴고 단어 외우면 될 일이다.


그런데 머리는 꼭 ‘쓸데없는 생각’에 진심이다.

“왜 여기서 이걸 배우고 있지?”

“내가 여기 왜 있더라?”

중국에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늘 마음에 걸린다.


그 탓인지 처음 상하이에 와서 적응도 쉽지 않았다.

혼자 잘 노는 성격인데도, 여기서는 그게 잘 안 됐다.

한인사회는 좁았고, 뭔가 배워보자니 가격이 장난 아니다.

비는 자주 오고, 날씨는 늘 눅눅.

처음 이사 왔던 해엔 아이도 학교가 힘들었는지 자주 아팠다.


시간은 남아돌았고,

나는 그 남는 시간에 온갖 생각을 했다.

머릿속에서만 세계일주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한 가지 느낀 게 있다.

주재원 아내들, 해외 거주 엄마들,

아니 요즘 엄마들,

진짜 다들… 능력자다.


아이 교육은 기본이고, 요리, 운동, 공부, 심지어 사업까지!

하나같이 다들 ‘엄마’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멀티태스킹 AI 같다.


그에 비해 나는…

딱히 잘하는 것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없다.


물론, 추진력 하나는 있다.

대신 포기도 빠르다.

시작하자마자 “음… 아닌가?” 하면서 접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배우다 말다, 또 시작하고 또 그만두고…

그 와중에 나름 익숙해진 것도 생겼다.


우리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늘 신기해한다.

가끔은 기특하다고도 한다.

내가 다시 시작한 중국어도

요즘은 독학으로 조용히 이어가는 중이다.


크게 뭘 이루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엔

좀 더 오래 붙잡고 가보려고 한다.

비 오면 비 맞고, 습하면 제습기 틀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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