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도 괜찮아
긴 방학이 시작됐다.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사이, 한 학기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사춘기가 오지 않은 중학생이 된 아이는 여전히 수시로 엄마를 찾는다.
밥 먹고, 간식 먹고, 물 마시고, 심심하다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고, 나의 집중력도 함께 증발해버린다.
예전에 살던 곳에서는 1년에 한 번, 한국에 다녀오는 게 전부였다.
방학 때에도 아이의 친구들이 대체로 그곳에 머물렀다.
그런데 상하이는 다르다.
방학만 되면 다들 한국으로, 혹은 각자의 나라로 떠나버린다.
텅 빈 동네, 마치 계절이 멈춰버린 듯한 적막함.
도시가 아닌, 감정이 고요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한국에 자주 가는 일이
왜 이토록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어쩌면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잠깐의 변화도 나에겐 벅차게 느껴진다.
한국에 가기 전부터 괜히 예민해지고, 신경이 곤두선다.
그리고 매번 똑같이 후회한다.
‘괜히 예민했어. 다녀오길 잘했잖아.’
이런 마음의 순환을 몇 년째 반복 중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
문득 아이를 보며 나 자신을 본다.
나는 아주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이다.
안 그러려 해도, 티가 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아이도 그런 나를 닮았다.
불안한 기질, 작은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는 마음.
아이를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닮았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고, 또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배운다.
마흔이 넘으면
모든 게 좀 더 안정될 줄 알았다.
마음도 단단해지고,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조금은 멀어져 있을 줄 알았다.
내 마음도.
그리고 나의 위치도.
어딘가 그럴듯한 자리에 서 있는,
조금은 근사한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러나 그 행복의 이면엔
늘 작고 묵직한 불안이 함께 머문다.
지금의 나는
더 자주 흔들리고, 더 깊이 불안하다.
이 삶은 잠시 머무는 여정 같고,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시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기분이다.
그렇게, 불안 속에서도 우리는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