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이, 산만한 어른

지금, 여전히 노력 중

by 새벽보리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지 몇 주가 흘렀다.

나는 원래 집중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어렵고, 자주 딴생각에 빠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부를 시작하면 꽤 오랜 시간 몰입하기도 한다. 집중이 잘되는 날에는 한두 번 읽은 단어도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며 잔상처럼 남는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off’ 되는 느낌이 들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마음속으로 엉뚱한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수업이 끝나 있었다.


나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말없이 앉아 있었기 때문에, 겉보기엔 모범생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중학교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벼락치기로 집중해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성적은 꽤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딴생각으로 가득 찬 머릿속은 점점 뒤죽박죽이 되었고, 수업은 거의 들리지 않게 됐다. 내용이 어려워지면서 공부는 점점 더 힘들어졌고, 결국 포기해버리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성적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졸업할 때까지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땐 이유를 몰랐다.

왜 나는 이렇게 공부가 힘들까. 왜 자꾸만 멍해질까.


나중에야 알게 됐다. 나는 ‘ADHD’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ADHD라는 단어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을 무렵, 엄마와 언니는 내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게 직접 말하진 못하고 둘이서만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땐 나도 몰랐고, 가족들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냥 내가 산만하고, 꾸준하지 못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이걸 ‘고치고’ 싶다.

공부뿐만 아니라, 아주 단순한 일상적인 일처리조차 버거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막상 시작조차 못하고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날이 많다.


그래서 자꾸 무언가를 시작했다가 중간에 멈추고, 다시 시작해보려다 또 멈추는 일이 반복된다.

어느새 나는 ‘하다 말다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쩔 땐 대화에 집중하는 것도 어렵다.

상대의 말을 듣다가 금세 딴생각으로 빠져버리고, 나중에는 전혀 엉뚱한 말을 꺼낼 때도 있다.

내가 그런 줄도 모르고 말이다.


마흔이 된 지금, 이게 정말 ‘고쳐지는’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심각하게 고민하던 시기에는 약을 처방받아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해내는 일이 어려웠다.


그래도 나는 계속 노력 중이다.

중국어 공부를 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펜을 들고 노트를 정리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복잡했던 생각들도 조금씩 정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루틴을 지키는 것.

계획한 시간에 맞춰 하루를 살아가려 애쓰다 보면,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이 든다.


나를 얼핏 아는 사람들은 내가 부지런하고, 일상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당분간은 그렇게 포장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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