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2022년의 mz세대의 사랑과 1994년도 쯤의 아버지 세대의 사랑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 세대야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기술의 이점을 누리며 살아가기 때문에 '편지'를 쓰거나 할 일은 없다. 그러니 서로 연락이 끊기거나 한다는 건 오로지 서로의 의지에 따른 문제다. 그러나 우리 세대가 아닌 아버지의 세대의 연락은 이야기가 다르다. 휴대폰보다는 '편지'에 의지했던 시절. 조그마한 편지 하나에 자신의 모든 진심을 담아야하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진심이 주였던 시절. 이 영화는 그 시절을 배경으로 '잊을 수 없는 짝사랑'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초속 5센티미터'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언어의 정원에 이어 보게된 네 번째 작품, '초속 5센티미터'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너의 이름은'이 우리 세대에서 히트하게 된 명작이라면 '초속 5센티미터'는 2007년 즉 내가 태어나던 시절에나 나온 영화이기 때문에 나보다는 아버지나 어머니, 형이 잘 아는 것 같았다.
초속 5센티미터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어릴때 알게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락하다가 점점 멀어진다는 줄거리다. 총 3개의 파트에 나눠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그 3개의 파트마다 이야기가 다르지만 이어져있는 전체적인 내용은 같은 편이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 전부 그런 것인진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그러나 이번에 보게 된 '사랑'이 전작들과 다른 점은 바로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는 점이다. 작품 초반에는 이루어질듯이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연출하더니, 작품 엔딩에 이르러서는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는 슬픈 결말을 내놓았다. 내가 본 신카이 마코토 작품 중 가장 슬픈 작품이었다. 언어의 정원을 제외한다면 전작들 전부 해피 엔딩이었는데, 꽤 의외였다. 그리고 엔딩을 본 후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만약 해피 엔딩이었다면 이 영화가 명작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기찻길에서 서로 스쳐지나가는데 결국 마주치지 못한다. 이런 연출을 보면 결국 이 영화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잊고 현실을 살아가라'라는 다소 냉혹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서로를 사랑한 만큼, 그 사람이 없어졌을 때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진다. 분명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사랑이고, 누구에게나 왔던 사랑이겠지만 사랑에만 의지하기엔 인생은 너무나도 냉혹하기에 현실을 마주하라는 메시지를 이 영화가 대신 전해주는 듯 하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 특유의 아름다운 작화가 그렇게 돋보이지 않았음에도 정말정말 깔끔한 내용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