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태그 편목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영하 8도의 날씨 속에서도 열심히 출근해 준 고마운 실습생 여러분!
기쁜 금요일입니다.
첫 주부터 9시부터 6시까지 교육 듣고 편목 하느라 눈도 아프고 머리도 쉴 틈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이번 주말은 꼭 푹 쉬세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고, 늦잠을 자고 괜찮습니다!
어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작은 퀴즈를 냈죠.
어제 내드린 퀴즈의 정답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Q.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는 카이스트 도서관 몇 층에 분류되어 있을까요?
090 태그에 따라 인문사회 분야일지, 기술과학 분야일지 결정되고
책의 위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답은 학술문화관(도서관) 3층, 과학기술도서입니다.
문학 서가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의 090 태그는 아래와 같습니다.
090 ▼a QL31.J6 ▼b .M5526 2021
이 결과가 의외로 느껴진다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정답을 알고 있었다면 정말 칭찬드려요!
저는 헷갈렸답니다 ㅎㅎ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실존했던 과학자의 생애와 과학적 사유를 추적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과학기술도서로 분류됩니다.
그 과학자가 바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입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 학장이자, 생물학자입니다.
과학전문 기자는 진화론적 사고를 따라가다 깊은 혼란에 빠집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인물이 바로 실존 인물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학적 문체를 사용하지만, 구조적으로는 한 과학자의 생애, 연구 그리고 한계를 추적하는 과학책으로 분류되게 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LC 분류 체계에서 분류번호 QL31.J6를 뜯어보겠습니다.
* LC분류체계는 미국의회도서관 분류체계로 현재 카이스트 도서관과 해외 대학도서관에서 사용 중입니다.
LC Classification에서 QL은 Zoology 즉 동물학을 뜻하며, 그중 QL1–QL99는 일반 동물학 분야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QL23–QL35는 동물학자의 전기(Biography of zoologists)를 위한 구간입니다.
그중 QL31은 개별 동물학자의 전기를 의미하고, 그 뒤에 붙은. J6은 전기의 주인공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임을 나타내는 커터(cutter) 번호입니다.
이 분류번호는 책이 다루고 있는 핵심 대상이 ‘실존 동물학자의 생애’ 임을 전제로 부여된 번호입니다.
사실 문학사에서도 비슷하지만 반대의 사례로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바로 <모비딕>입니다.
오늘날에는 위대한 고전 문학으로 분류되지만, 출간 당시 이 책은 고래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수산업 관련 서적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책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책을 바라보는 분류의 기준이 세월이 흐른 뒤 바뀐 것이죠.
090 태그 분류번호는 어떻게 읽히는가 감으로 하는 것이 아닌, 어디에서 출발했는가를 정확히 인지해야 하며 객관적인 기준으로 작업해야 합니다.
그래서 090 태그는 현재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해당 책을 가장 설득력 있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정해주는 태그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수십 년이 흐른 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시 지금과는 또 다른 위치에서 읽히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까지 포함해서 지금 이 순간, 이 도서관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자리를 정하는 것이 편목의 역할일 것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다보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 온 ‘카테고리‘의 한계를 느낍니다.
‘물고기’, ‘사람’, ‘문학’, ‘과학’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말들은 편리하지만, 실제 세계의 다양함과 복잡함을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카테고리는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편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틀에 가깝죠.
도서관의 LC 분류 체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체계이지만, 모든 책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절대적인 답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이 분류의 책만 좋아해” 하고
스스로를 가두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늘 가던 4층 인문사회도서 서가가 아니라,
우연히 들른 3층 과학기술도서 서가에서
나의 인생책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https://m.youtube.com/watch?v=pgQ6RMbq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