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12

짙푸른 호수 위로 번져간 자유

by 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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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 그러나 열리는 마음


오프로드 여정 속에서 몸은 이미 지쳐가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맑아지고 있었다. 체력 한계 때문인지 목은 간질거렸고, 밤부터 감기 기운이 스며들었다. 덕종씨가 건네준 타이레놀 한 알에 몸은 조금씩 좋아졌다. 하지만, 므릉까지 여정 오프로드 300km를 하루 종일 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없다고 부인하기 어려운 몸 상태다. 하지만, 출발하기 전 차강노르 아침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차강노르 이른 아침, 호수를 바라보며 드론을 하늘로 올렸다. 날아오른 작은 프로펠러 소리는 내 눈이 닿지 못하는 세계를 열어주었다. 호수 위로 피어오른 물안개는 바람을 타고 흩날리며 어디론가 떠나는 무리처럼 보였다. 무한히 펼쳐진 그 움직임은 자유롭고도 무상했으며, 그 안에 담긴 시간의 흐름은 깊은 사색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푸른 하늘은 끝도 없이 열려 있었다. 하늘과 호수는 서로를 비추며, 대지의 영혼처럼 넓고 깊은 빛을 품고 있었다. 그 풍경 속에서 생명의 근원을 잠시 느꼈다. 하늘은 나를 위로하는 푸른 이불 같았고, 호수는 거대한 품이 되어 내 마음을 감싸주었다. 그 속에서 무한한 평온과 해방감을 맛보았다.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푸른 하늘이 나를 끌어당기듯 내 마음은 그 속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 끝없는 높이와 맑음은 나를 어쩔 수 없이 자유롭게 한다.’ 차강노르 호수 위에서 이 문장을 떠오른 이유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의 영혼 또한 그 속으로 날아가 버리는 듯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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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본다는 것, 잠시 쉬어 가도 좋다.


지금 여기 서 있고,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이 얼마나 값진 위로인지를 알려주듯이, 호수 곁에 옹기종기 늘어선 게르촌 풍경은 낯설면서도 정겨웠다.


새의 눈처럼 내려다본 세계는 또 다른 차원의 시선이었다. 우리가 걷는 눈높이에서 보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 그 작은 차이가 세상을 전혀 다른 빛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오프로드 여정 또한, ‘다르게 본다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몽골의 대지는 언제나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가는 중이다.

삶 역시 그러하다. 길 없는 길을 묵묵히 걸어야만 하며, 정답 없는 여정을 이어가야만 한다. 짙푸른 하늘과 호수 앞에 서서 담담히 받아들인다. 고단함이 아니라 자유였다. 목감기 기운 속에서도 드론을 띄워 호수를 바라본 이유는 이러했다. 그 풍경 속에서 자유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짙푸른 호수와 하늘, 그리고 흩날리는 물안개가 내게 속삭인다.

“여기서, 잠시, 쉬어 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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