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도는 강물 앞에서
초원의 강물은 직선으로 달리지 않는다.
바람처럼 달릴 수도, 화살처럼 뻗을 수도 있지만
강물은 고집하지 않는다.
돌부리 앞에서 멈추고, 모래톱을 피해 나아가며
굽이굽이 길을 만든다.
많은 벽들이 떠오른다.
한번 여행하고 세상을 다 알았다고 말하던 이,
배움의 길을 묻고도 스스로는 닫아버린 이,
자기만 옳다고 외치며 귀를 막은 이.
그들은 벽처럼 서 있었다.
삶의 길 위에서도 벽은 나타났다.
큰 실패 앞에서 한 발도 떼지 못했던 날,
차별의 말에 마음이 얼어붙던 순간,
가까운 이와의 떠남이 가슴을 가로막던 때,
몸이 나를 감싸며 멈추라 하던 날.
그 벽들은 초원의 바위처럼 단단했다.
강물은 내게 가르쳐준다.
바윗돌을 정면으로 부수지 않아도 된다고.
모래톱을 굳이 메우지 않아도 된다고.
때로는 돌아가야 한다고,
그 돌아감이 새로운 길이 된다고.
벽 같은 생각은 강을 막을 수 없다.
벽 같은 일도 강의 흐름을 멈추지 못한다.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삶은 곡선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낸다.
몽골 초원, 하늘 아래서 배운다.
삶이 직선이라 믿었던 나에게
강물은 곡선의 지혜를 보여준다.
벽은 막힘이 아니라,
다른 길을 발견하라는 신호임을.
굽이도는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흘러가라.
벽은 너를 멈추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너를 다른 풍경으로 이끌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