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에 대한 소고(小考)

by 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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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잡초와 싸우면서 보낸다.


어느덧 주말 시골생활이 5년이 지났다. 도시생활에 길들여져 있던 몸으로 시골이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소쩍새 울음소리를 들으면 여름이 다가옴을 알게 되었고,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작은 텃밭이지만 나름대로 가꾸고 일구면서 거름냄새도 달콤하게 느끼면서 땅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 되었다.


마당과 텃밭을 가꾸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놀이터이지만, 수고로움도 있다. 뽑고 뽑아도 뒤돌아보면 끊임없이 생겨나는 잡초와 싸워야만 하는 일이다. 마치 수많은 페르시아 군대를 그리스 군사 300명이 대항하듯이 전쟁에 임해야 한다. 전원생활을 먼저 시작한 선배들이 잡초와의 전쟁이라고 한 조언을 이제야 알 듯하다. 내 눈에 보이는 곳에 풀이 자라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주말마다 뽑아야만 직성이 풀렸다. 모처럼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박스를 벗어나 그림 같은 언덕 위 하얀 집에서 하루 종일 한가롭게 풍경을 음미할 시간이 없음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말 주택에 도착하자마자 틈나는 대로 호미 들고 노동을 해야만 한다. 풀이 더 이상 자라기 전에 뽑아야 했다. 뿌리가 커지면 일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풀 뽑기가 귀찮아 마당을 콘크리트로 덮는다는 생각은 아직까지는 없다. 그나마 집 주변은 자갈로 깔아서 풀 뽑기가 수월할 뿐이지 풀은 자라기 마련다. 그렇다고 제초제를 뿌릴 생각은 더욱 없다. 내가 힘에 부쳐 버틸 수 없을 때까지 풀은 계속 뽑을 것이다. 바위틈에 자란 풀을 뽑다가 미련하게 벌집을 건드려 벌에 쏘인 적도 있다. 작은 실수와 방심 때문에 넘어져 병원으로 가야만 했던 경험도 있다. 그래도 힘은 조금 들더라도 잡초는 뽑을 것이다.


바위 틈 사이에서 자라는 풀은 뽑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꽃잔디를 심었다. 꽃잔디는 번식력이 워낙 강해서 어지간한 풀은 고개도 못 내밀고 사라진다. 5월의 문턱에서 분홍색 꽃이 필 때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시게 예쁘다. 또한 꽃잔디의 향기는 장미와도 겨룰 정도로 진해서 좋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왜 잡초를 뽑아야만 할까. 자문도 했었다. 그들도 하나의 생명체이고 악착같이 살아남고자 하는 존재인데 내가 보기 싫다고 뽑아 버린다는 것은 가혹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 같지 않은 고민도 했었다. 결국 내게 필요하거나 내가 심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것은 잡초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칡즙은 좋아하면서도 칡넝쿨은 싫어한다. 길게 뻗어가는 칡넝쿨 줄기를 보면 마치 뱀이 내려오는 모습처럼 징그럽다. 그래서 칡도 잡초로 취급하여 뿌리까지 잘라 버린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쇠뜨기라는 잡초가 있다. 동네사람들은 ‘뱀풀’이라 부른다. 마치 굵은 실처럼 생겨서 뱀풀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줄 알았다. 어지간한 풀도 손끝으로 힘주면 뽑히는데 그 놈은 뽑히지도 않고 잘리기만 한다. 뿌리가 잘려진 자리에서 다음날이면 싹이 올라올 정도다. 엄청난 생명력을 갖고 있는 식물이다. 뱀풀이 하도 궁금해서 사진을 찍어 네이버에 검색하니 소가 잘 먹는다고 해서 ‘쇠뜨기’라고 알려준다. 더군다나 문형(問荊)이란 약재로 쓰일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소유자라며 좋은 글만 가득하다. 심지어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어느 유명한 정원에서는 쇠뜨기 밭으로 만들어 구경거리로 할 정도다. 그렇다면 쇠뜨기를 뽑아 버리지 말고 키워야 하는지 갈등까지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잡초일 뿐이다.


마당을 열심히 쓸다 보면 풀은 자라지 않는다는 어느 스님의 말씀을 듣고 틈나는 대로 빗자루를 든다. 때로는 빗자루 끝에서 마음이 비워지는 지혜도 배운다. 잠시 사색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풀을 뽑을 때는 바람에 이는 산의 소리도 좋지만, 리듬이 신나는 7080 그룹사운드 노래가 어울린다. 좋아하는 노래가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오늘도 내 젊은 날에 즐겨 따라 부르던 대학가요제 노래를 들으며 잡초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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