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목욕탕에서
찬바람이
옷깃을 움켜쥐는 날,
칫솔 하나 들고서
동네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삐걱거린 문을 열면
세상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옷과 함께
이름과 명함도 사물함에 넣어 둔다.
진한 쑥 향
천천히 숨을 데운다.
기억 속 겨울들이
등 뒤에서 김을 올린다.
온탕에 몸을 담그면
참아왔던 미련들이
하나씩 풀린다.
괜찮다고,
이쯤이면 충분하다고
물은 말한다.
냉탕은 짧고,
차가움은 정직하다.
숨이 돌아오고
살아 있음이
잠시나마 또렷해진다.
땀은
말 대신 흘러내리고
사우나 안의 침묵은
누구도 묻지 않는다.
여기서는
버텨온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저울 녹색 숫자 75,
칡즙 한 잔,
이것으로
오늘은 완성된다.
주말 오후,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나는
몸으로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