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20

모래언덕 위의 시지프스 ― 고비사막에서 까뮈를 만나다.

by 만보

모래언덕 위의 시지프스 ― 고비사막에서 까뮈를 만나다.


초원 속의 작은 사막


초원 속에 불쑥 자리한 엘승타사르해의 작은 사막, 사막이라 말하기보다 큰 모래언덕이라고 해도 무난할 정도의 규모다. 거대한 고비사막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크기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으니 모래 언덕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발끝은 자꾸만 모래에 빠져들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반걸음씩 되밀려나는 기분이 든다.

동행하던 덕종씨가 웃으며.

“초원에도 사막이 있네요. 낙타도 있고. 이것도 사막이라고 푹푹 빠지네요.”

옆에 있던 기후씨가,

“조그만 사막이어도 걷기가 쉽지 않아요.”

짧은 대화 속에 사막이란 본질이 살며시 담겨 있었다. 작은 모래언덕조차 사람들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비사막 오프로드 여행하면서 큰 산 같은 모래언덕을 올라가던 기억과 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를 떠올랐다.


정상은 도착지가 아니다


20 실루엣_수정_축소.jpg


모래언덕 정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역광에 드러난 검은 실루엣은 인간의 보편적 형상을 상징하는 듯했다. 고개를 숙인 이, 앉아 쉬는 이, 그리고 홀로 서 있는 이. 정상은 잠깐의 도착지일 뿐, 이내 내려가야 하는 운명을 품고 있다. 까뮈의 말처럼 “정상은 언제나 다시 정복되어야 한다.”



반복의 노동, 살아 있음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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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언덕을 네 발로 기어오르는 사람들. 땀은 모래와 섞여 흐르고, 호흡은 가쁘다. 그 모습은 마치 돌을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와 겹쳐진다. 바위는 결국 다시 굴러 떨어지지만, 시지프스는 그 반복을 멈추지 않는다. 모래언덕을 오르는 발자국도, 바람에 곧 지워지겠지만, 그 순간의 몸짓은 분명히 살아 있는 행위다..


내려감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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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언덕에서 거꾸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람들. 두 팔을 벌리고 모래에 몸을 맡긴 채, 그는 웃고 있다. 내려감이 좌절이 아니라, 놀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시지프스가 돌이 굴러 떨어지는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내려가 바위를 붙잡는 행위 자체를 삶으로 받아들였듯이, 넘어짐도 놀이가 되는 것을.


반복 속에서 찾는 행복


사막에서 본 장면을 세 장의 사진으로 인생의 은유를 보았다. 올라감과 내려옴, 땀과 웃음, 고통과 놀이. 우리의 삶은 거대한 성취보다 이런 반복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매일의 일상, 같은 책임, 비슷한 고민들. 언뜻 보면 무의미한 순환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까뮈는 말한다. ‘우리는 시지프스를 행복한 인간으로 상상해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삶의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언덕을 오르려는 한 걸음, 모래 위에 남겨지는 발자국, 그리고 웃으며 미끄러지는 한순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붙잡아야 할 행복의 형상 아닐까.


모래언덕 위의 시지프스


사막의 모래언덕은 나에게 하나의 철학적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모두 시지프스였다. 그들은 불행하지 않았다. 햇살과 바람, 모래를 온몸으로 느끼며, 순간순간의 과정을 삶으로 받아들이는 존재였다.


지금도 그 장면을 가끔 떠올린다. 모래언덕 위의 시지프스, 끝없는 반복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결국 삶은 그 순간들을 사랑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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