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23

홉스골, 푸른 호수에 담긴 내 마음의 울림

by 만보

홉스골, 푸른 호수에 담긴 내 마음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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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품은 푸른 호수


홉스골 호수는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내 마음을 깊이 흔드는 감응을 주는 곳이다. 드론 시선으로 본 호수는 마치 하늘을 품은 또 하나의 하늘이었다. 깊고 짙은 푸른빛이 펼쳐진 물결은, 그저 호수의 색이라기보다는 하늘의 빛을 머금은 듯 푸르름이었다.


오래전, 주문진에 사는 바다 사나이라 불린 어느 어부의 말이 떠올랐다.

“바다는 하늘을 닮는다네. 하늘이 흐리면 바다도 흐리고, 하늘이 맑으면 바다도 맑고, 하늘이 검으면 바다도 검어지지.”

오랜 세월의 바닷바람을 이겨낸 거친 손등과 짙게 주름진 얼굴, 어부 말처럼, 호수 또한 하늘의 표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바다는 늘 광활한 생명과 풍랑의 기운을 품지만, 호수는 고요와 평온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호수를 따라 이어진 산책길에 들어서자, 마음이 저절로 가라앉았다. 잔잔한 물결이 내는 부드러운 리듬은 마치 내 마음을 달래주는 자장가 같았다. 물빛은 깊고 푸르러서 보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당겼고, 그 속에 잠기듯이 서성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했다. 호수 뒤편으로 펼쳐진 산의 능선은 또 다른 풍경을 남겼다. 바위산은 흰 눈이 덮인 듯,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국적이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그 풍경은, 낯섦과 익숙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걷는 동안 발밑에서 들려오는 자갈들의 부딪힘은 의외로 따스한 음악이 되어 다가왔다. 무심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려오는 그 소리는, 호수의 정적에 한 줄기 리듬을 더하며 산책의 단조로움을 지워주었다. 바람 한 줄기 없는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그 작은 소리는 삶의 반주가 되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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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서 마주한 얼굴들


동행한 이들의 모습 또한 잊을 수 없다. 기후씨는 이곳이 익숙한 듯했지만, 여전히 카메라 렌즈에 눈을 맞추며 풍경 하나하나를 담아내고 있었다. 풍경을 기록하려는 그의 몰두가 오히려 이곳의 경건함을 더해주었다. 처음 몽골을 여행한 덕종씨와 영우씨는 아이들처럼 해맑았다. 날아가는 자세, 앉는 자세, 만세를 부르며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마치 풍경이 아니라 놀이공원에 온 아이들처럼 즐겁고 자유로워 보였다. 호수는 평화로운 자연의 배경보다는, 사람들 마음의 풍경을 드러내는 무대가 되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산책 속에서 여러 장면을 마주했다. 나무를 엮어 만든 어워는 산책길 옆자락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물빛 사이로 실루엣을 드리운 채 홀로 걷는 여인의 모습도 보였다. 그녀의 고독한 모습은 호수의 잔잔한 파문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마음에 각인되었다. 어떤 젊은이는 호수를 향해 깊은 상념에 잠겨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물결이 있었지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은 묘하게 나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산책길 끝자락에 들어서자, 우리나라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국의 낯선 공간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언어에, 이제 자리를 양보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고향 까마귀를 만나는 애틋함이랄까.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게르로 돌아오는 길, 푸른 호수에 담긴 내 마음을 오래도록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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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호수에 남은 울림


홉스골 호수는 나에게 여행지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내 마음의 흔들림을 달래주는 푸른 거울이었고, 함께한 이들의 웃음과 진지함을 담아내는 무대였으며, 고요 속에서도 끊임없이 살아 숨 쉬는 대지의 노래였다. 높고 푸른 하늘과 닮은 호수, 그곳을 걸으며 느낀 평온함은 내게 삶의 한순간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게 했다.

푸른 호수와의 만남을 삶의 귀한 선물로 여기면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호수를 바라보았다. 푸른 물결은 여전히 고요했고, 그 고요는 마치 나에게 속삭이고 있는 듯했다.

“삶의 소란은 잠시뿐, 네 마음의 호수를 가져라.”


- 흰 눈이 쌓인 호수 위를 순록 썰매를 타고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날을 기대하면서 이 글을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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